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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성산업을 떠받치는 것은 성형산업?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6.12.21 08:30

‘성형대출’이 한국 성산업을 지속시킨다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②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



한국 사회에서는 성형을 하고 싶으면 대출을 받으면 된다. ‘성형대출’ 광고들은 최대 4천만 원까지 빌려줄 테니 당장 큰돈이 없어도 성형을 하라고 부추긴다. 마치 핸드폰 살 때 기계 값을 분납하는 것처럼 12~60개월에 걸쳐서 수술비를 분납하면 된단다. 일부 대부업체는 성형 후 몇 달 간은 부기 때문에 일을 못 하니까 그때 필요한 생활비까지 빌려준다고 꼬드긴다.

 

전 세계 성형시장 규모 약 21조 원 중 25%를 차지하고 있는 성형천국 한국에서 ‘성형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는 건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성형대출’의 이면에는 성산업과 대부업, 그리고 성형산업의 공모가 자리 잡고 있다.

 

성형대출금 갚느라 성매매를 하게 된 정민씨 사례

 

22살 정민씨는 연예계 관련 일을 준비하면서 성형수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릴 상황이 아니어서 고민하던 중, 온라인으로 ‘성형대출’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성형대출’을 해주는 대부업자에게 연락해 보니, 대부업자는 “일단 돈을 빌리면 ‘고액의 아르바이트’로 두 달만에 돈을 갚을 수 있다”며 일자리를 알아봐 줄테니 걱정 말고 빌리라고 했다.

 

대부업자가 소개해 준 성형브로커와 함께 성형외과에 가서 견적을 뽑아봤다. 성형외과에서는 가슴, 광대, 턱, 눈, 코 수술을 제안했다. 수술비용은 2천2백만 원이라고 했다. 대부업자는 1천2백만 원을 빌려주었고, 다른 일수업자를 소개해 1천만 원을 빌리게 했다.

 

성형수술을 하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을 하려고 보니 대부업자가 연결해 준 ‘고액의 아르바이트’는 다름 아닌 유흥업소였다. 처음엔 “술만 따르면 된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2차도 나가는 곳이었다. 정민씨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부기도 안 빠진 몸으로 계속 업소에 나가야 했고, 빚을 갚기 위해 2차까지 나가야 했다.

 

그럼에도 빚은 늘기만 했다. 테이블 하나에서 받는 팁이 10만원, 2차 나가면 20만원을 받았지만 그 30만원이 다 정민씨 수입이 되는 게 아니었다. 30분당 1만원의 지각비, 머리비, 화장비, 홀복 대여비 등으로 하루에 지출해야 하는 돈만 20만원이 훌쩍 넘었고, 방 일수 이자도 내야 했다. 결국 이 곳 저 곳에서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몇 달 만에 대부업체 총 14군데에서 빌린 돈의 액수가 7천만 원이 돼 버렸다.

 

(위 사례는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 상담소에 접수된 사례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약탈적 여성대출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들. ‘뻥이요’는 대부업자들의 거짓말을, 요구르트는 여성의 등에 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약탈적 금융을 상징한다.  ⓒ일다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합작품, ‘성형대출’

 

정민씨 사례가 보여주듯이 ‘성형대출’은 여성들이 성산업으로 진입하는 관문이 되고 있다. 정민씨는 7천만 원으로 불어난 빚을 해결하기 위해 성매매를 했지만 도저히 갚을 수 없어 결국 파산을 해야 했다. 그러나 정민씨에게 ‘성형대출’을 해준 대부업자와 성형외과, 유흥업소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성형대출’은 개인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의 공모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성산업이 호황을 누리려면 여성들이 더 많은 빚을 질수록 좋다. 빚이 많은 여성일수록 “단 시간에 큰돈을 벌어 돈을 갚을 수 있다”고 유혹해서 성매매로 끌어들이기 쉽고,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돈을 많이 빌릴수록 대부업자들도 좋다. 대부업자들은 여성들이 ‘몸을 팔아서라도’ 높은 이자와 원금을 갚을 거라고 자신한다. 2004년 성매매처벌법 시행 이후, 불법 행위인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 채권은 법원에서 무효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포주(알선업자)들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는 예전 방식이 아니라, 대부업자를 통해 여성들이 돈을 빌리게끔 하고 있다. 이제 선불금은 ‘개인 빚’으로 위장돼 고스란히 여성의 몫으로 남게 된다.

 

여기에 성형산업이 가세했다. 국내 성형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는데도 새로 개업을 하는 성형외과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성형시장 내부의 경쟁이 심해지자, 일부 성형외과가 대부업자들과 결탁했다.

 

성형외과에서는 여성을 병원으로 ‘물어오는’ 대부업자나 성형 브로커에게 중개 수수료를 지급한다. 중개 수수료가 붙는 만큼 수술비는 부풀려져, 성형외과는 무리하게 견적을 내고 과잉 수술을 한다. 당장 돈이 없는 여성들은 대부업자들에게 돈을 빌려 성형수술을 하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성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다.

 

“성형수술 안 하면 마담이 일을 안 줘요”

 

이미 성산업 안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는 여성들도 ‘성형대출’로 추가적인 빚의 부담을 지게 된다. 성매매 여성들은 마담이 ‘강요에 가까운’ 권유를 해서 성형수술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담들은 이 과정에서 중개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이정미 한국여성의집 원장은 올해 상반기에 작성한 보고서 ‘성매매현장의 약물, 알콜, 다이어트, 성형강요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여성과 인권> 통권 제15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다음과 같은 여성들의 사례를 실었다.

 

“간단한 필러부터 가슴 수술, 코 수술은 기본이죠. 한 번 수술할 때마다 천만 원에서 2천~3천만 원(빚)이 늘어나고 그 빚을 까기 위해 또 열심히 2차를 나가요. 마담이 권유하는데 안하면 초이스(성구매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것)가 안 되고 공치면 이자도 못 갚고 일도 못하니 결국 할 수밖에 없어요.”

 

“성형 중에서 제일 비싼 게 라미네이트예요. 연예인 이빨이라고요. 요즘은 성형하고 치과를 같이 해요. 보통 천만 원에서 2천만 원 들고 한 달은 일을 못하니까 생활비 들고 (그래서) 한 번 수술하면 2천~3천만 원이 빚으로 올라가죠. 그래도 할 수밖에 없어요.”

 

“3년 지나 거의 빚을 갚았다 싶으니 가슴 성형을 하라고 하는 거예요. 마담이요. 사채를 2천만 원 빌렸는데 실제 수술비는 천만 원 정도였어요. 나머지 돈은 마담에게 갔을 거예요. 수수료로요. 마담은 성형을 권유해서 수수료도 챙기는 거죠. 그런데 마담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어요. 당장 테이블에 안 넣어주면 돈을 벌 수가 없고 그럼 바로 빚으로 올라가니까요.”

 

매출을 올려야 하는 마담과 포주들은 끊임없이 여성들의 몸에 대해 품평하며 성형을 권한다. 이정미 한국여성의집 원장은 “요즘 성매매 여성들의 가장 큰 지출은 성형”이라고 말한다. “마담의 성형 권유를 거절하면 룸에 들어갈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 안에서 성형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 해당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일다

 

성산업 안에서 ‘성형 욕망’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이 마담의 강권에 의해서만 성형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여러 명의 여성을 두고 성구매자 남성이 ‘초이스’하도록 하는 성매매 시스템은 성매매 여성에게 성형수술로 ‘사이즈’를 올리라고, 그래야만 더 많이 ‘초이스’ 돼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성형 욕망을 부추긴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유나 활동가는 “소위 ‘화류계’ 커뮤니티에서는 나의 사이즈가 어떤지, 어디를 성형하면 좋을지, 성형외과 및 성형대출 정보를 교환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성매매 여성이) 상품으로서 자신의 몸을 측정하고, 계산하고, 개조하고, 평가하는 것은 수익과 직결돼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몸으로의 변형은 유흥업소 일을 잘 하기 위한, 특히 ‘초이스’를 많이 받고 잘 팔리기 위한 확실한 자기투자로 여겨지는 거죠.”

 

성형외과에서도 이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이룸> 측과 만난 한 성형외과 홍보팀 직원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히나 이 대출(성형대출)을 받는 애들은 또 그런 쪽 업소에 나가는 애들이 많은데 이쁜 애들이 ‘초이스’ 되지, 못난 애들이 ‘초이스’ 안 돼. 그런 애들하고 그렇지 않은 애들 사이에 하루에 버는 수입 자체가 틀려요. 그러면 애들(마담, 포주들)이 얘기를 하는 거야. ‘너 코 좀 해가지고 코 해야겠다, 그래서 하루에 삼사십만 원 더 벌지’, 그런 소리 들으면 애들이 수술비 삼백만원인데 코 수술한단 말이야. 그래 한번 하면 삼십 더 벌겠다고 하니까 그래 열 번만 (2차) 나가면 할 수 있어가 되는 거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예뻐지려고 성형을 하는데 업소 애들은 수입에 차이가 있으니까 하는 거지.”

 

여성학자 김주희씨는 <한국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014학년도 박사학위 청구논문)에서 “‘초이스’는 여러 명의 여성들 중 한 명을 자신의 파트너로 지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두 명 이상 있게 되고, 성매매에서 여성들의 외모, 첫인상과 관련된 경쟁은 필연적으로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초이스’라는 관문을 피할 수 없는 업소 종사 여성들은 남성들의 시선, 업소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일상적인 외모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김주희씨는 또한 전체 성산업 안에서 성매매 업소들이 서열화, 등급화되어 있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이 끊임없이 외모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말한다. 한국의 성산업은 상급, 중급, 하급 업소 등으로 업소들이 서열화되어 있으며, 텐프로에서 노래방까지 대략 잡아도 10개 이상의 등급으로 나뉜다. 각각의 업소에서는 각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러한 서열을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기준은 바로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외모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주희씨는 “여성들의 ‘몸 가치’에 따라서 성매매 업소가 세분화, 등급화 되어있다는 생각은 전후 관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한다. 여성들의 외모에 의해 성매매 업소의 서열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사실상 업소 간 분업을 통해 성산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자 업소의 등급화를 만들어 냈다는 설명이다. “외모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는 허구적인 믿음 때문에 여성들은 언제나 자신의 ‘몸 가치’의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에게 매겨진 등급이 외모에 의해 객관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순응하게 된다고 김주희씨는 분석하고 있다.

 

▶ 10월 27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들이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약탈적 여성대출에 반대하는 <대출은 추심! 나한테 왜 빌려줬어요?>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일다

 

‘성형대출’ 피해에 대한 법적 대응 어려워

 

이러한 성산업 시스템으로 인해 업소 종사 여성들은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잘 팔릴 몸을 만들 것인가’ 고심해야 한다. 또, 성형수술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성산업에 더 오래 묶여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성산업 안에서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성형수술을 단지 여성 개개인의 욕망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이유다.

 

잘 팔릴 몸으로 개조한다는 건, 더 큰 빚을 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성산업 안에서 성형대출금은 사실상 성매매 행위를 전제로 한 선불금의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상담소 활동가들은 ‘성형대출’에 대한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현행 의료법상 영리 목적으로 특정 병원에 환자를 알선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성형외과와 대부업체 사이에서 중개 수수료가 현금으로 오가기 때문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음을 증명하기 어려워요. 또 대부업체는 ‘성매매하는 줄 모르고 돈만 빌려준 거다’라고 시치미를 떼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도 않죠.”(유나 <이룸> 활동가)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은 한국에서 빈곤한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산업들이다. 이들은 성차별적인 한국사회 구조에 기대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채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려가고 있다. (나랑 기자 Feminist Journal ILDA 

 

* 참고문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기획 포럼 <성산업, 대부업, 성형산업의 공모- 성형대출의 구조적 책임을 묻다> 2016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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