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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의 그늘…빈민가에선 어떤 일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 현지 르포  



지난 8월 22일 리우올림픽이 폐막하고 연일 각국에서는 자국이 딴 메달 수가 보도되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 도시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올림픽 전에도, 후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 리우올림픽 행사장 입구에 무장한 군인들이 서 있다. ⓒ이치무라 미사코

 

브라질의 빈부 격차가 확대된 탓에 리우에는 파벨라(Favela)라고 불리는 빈민가가 다수 존재한다. 이번 올림픽은 과연 빈곤층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올림픽에 의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국제네트워크 ‘Planetary No Olympics Network’에서, 도쿄의 천막촌 커뮤니티에서 생활하는 예술가 이치무라 미사코 씨를 7월 27일부터 15일간 현지에 파견했다.

 

리우는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으며, 올림픽 개막 직전인 7월 17일에는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만연한 지카바이러스는 수습되지 않았고, 리우에 접해있는 구아나바라만은 수질 오염이 심각했다. 경찰 노동조합과 소방대원 노동조합은 급여 미지급에 맞서 파업을 시작했고,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고 공항 앞에서 관광객을 맞이했다고 한다.

 

다음은 현지에 파견된 이치무라 미사코 씨가 보내온 르포 기록이다.

 

올림픽 치안을 이유로, 군인과 경찰의 ‘주민살해’

 

내가 리우에 도착한 7월 25일, 올림픽 행사장에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관이 배치되어 있었다. 게이트 양쪽으로 기관총을 든 군인이 나를 맞이했다. 하지만, 리우 시내에서는 중심가에서조차 올림픽 관련 간판이 없었고 한산했다. 축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리우에는 빈부 격차로 인해 파벨라(Favela)라고 불리는 빈민가가 다수 존재한다. ⓒ이치무라 미사코


그보다 ‘테메르(부통령) 퇴진하라’라는 대자보와 낙서가 눈에 띄었다. 현재 리우시는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많은 공공 공사현장과 공공서비스가 중단되어 있다. 급여를 지급받지 못한 환경미화원과 지하철 직원, 공립학교 교사, 의사 등도 파업을 시작했다. 서른 곳 이상의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오큐파이(점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리우에는 천여 곳의 파벨라(빈민가)가 있으며, 인구의 23-24%가 그곳에 산다. 파벨라 주민에 대한 차별은 일상적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로 인해 일어난 인권침해는 ‘군인과 경찰에 의한 주민 살해’ 사건들이다.

 

무장한 경찰과 군인이 마약조직을 소탕하고 올림픽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파벨라에 상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군과 경찰의 총구가 겨눈 곳은 몇몇 마약조직의 용의자들이 아니었다. 빈민과 흑인들이었다.

 

2015년, 리우에서는 무려 645명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은 ‘늘상 있는 일’이라며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또한, 목격자들 역시 경찰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언론이 취재하는 데에도 큰 위험이 따른다.

 

리우에서 가장 큰 파벨라 중 하나인 마레에 사는 지젤 마르틴스 씨는 주민의 입장에서 군과 경찰의 문제를 알리고 있는 저널리스트이다.

 

마레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젤 씨와 마레박물관을 방문했다. 10년 전에 개관해 마레에 관해 조사하고, 자료를 모으며, 주민들의 기억을 토대로 주민들 스스로 기록하는 박물관이다. 이곳에선 카포에이라(격투기와 춤의 융합)나 음악행사도 개최한다. 지젤 씨는 주민들이 마레와 파벨라에 자긍심을 가지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파벨라의 집들은 벽돌집이다. 가족이 늘어 증축이 필요하면 계단 위에 방을 만든다. 한 채에 몇 세대나 사는 곳도 있고, 이들 가정은 일반적으로 자녀들이 많다. 길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 직장에 다니는 사람 등 주민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그런데 물가가 상승하면서 파벨라 안에서도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작은 골목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길에서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길을 걷던 도중 지젤 씨는 “이 근처에선 사람들을 너무 쳐다보지 말고 걸으라”고 주의를 줬다. 마을회관에는 ‘어디든 모유를!’이라고 적힌 여성들의 활동 전단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주민들끼리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리우에서 가장 큰 파벨라 중 하나인 마레에 사는 지젤 마르틴스 씨와 필자. ⓒ이치무라 미사코

 

‘우리 생활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 강제추방에 저항

 

리우올림픽이 파벨라에서 일으킨 또 하나의 인권침해는 강제추방이다.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09년부터 15년 사이, 적어도 7만7천명이 정부에 의해 강제추방 당했다고 한다.

 

빌라 아우토드루무는 리우 남서부에 있는 파벨라다. 7백 세대가 살던 곳이었지만, 2010년에 올림픽 파크 건설 지역이 예정보다 넓어지면서 서서히 추방당했다. 그리고 올림픽 개최 2개월 전부터 개막 일주일 전까지 리우시는 추방에 항의하며 마을에 남아있던 스무 세대를 인근에 지은 스무 채의 주택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커뮤니티를 파괴당한 사람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아, 새집의 새하얀 벽에 현수막을 걸어 ‘올림픽에 의한 강제추방’ 현실을 전하고 있다.

 

주민인 나탈리아 씨와 그녀의 어머니 펜야 씨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주민들은 올림픽파크 확대에 반대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현수막을 걸고, 행정기관 차가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나탈리아 씨와 어머니는 매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회에도 참가하여 행정에 의해 주민들이 배제되는 것의 부당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펜야 씨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돈으로 벽돌을 사서 직접 빌라 아우토드루무에 집을 지었다. 다른 주민들도 그렇다고 한다. “이곳의 우리 생활을 파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설령 이곳이 파벨라라고 해도. 여기에서 살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는 펜야 씨. 그녀는 2020년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나의 천막촌에 대한 이야기(필자는 천막촌에 생활하면서 올림픽에 의한 환경, 공동체 파괴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음)를 듣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하지만 힘 있게 말했다.

 

▶ 마라카낭 지구에서 벌어진 집회. ‘리우 2016 추방제전’, ‘테메르는 퇴진하라’ 현수막이 보인다. ⓒ이치무라 미사코

 

올림픽 개회식 당일에는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항의 시위에 5백 명이 모였다. 나도 집회에 참가했다. 시위대는 스타디움을 눈앞에 두고 경찰에 저지당했고, 최루탄으로 폭력적인 해산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리우의 사람들은 성화를 몇 번이나 끄고, 성화 봉송 릴레이를 몇 번이고 멈춰 세웠다. 올림픽 기간 중에도 항의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이치무라 미사코 기록, 고주영 번역)  Feminist Journal I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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