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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델타비엣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델타비엣(DeltaViet) 소개
2009년에 설립된 <델타비엣>은 꿈과 희망을 찾는 베트남 젊은이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특정 이론이나 기술을 강의하는 게 아니라, 자아를 탐구하고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등의 자기 혁명을 주제로 다룬다. 교육 내용은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토론 동아리 ‘델타 디스커션’(Delta Discussion)을 통해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발적 활동을 지원한다.
대학, 외국어 공부…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 호치민시 10군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델타 디스커션’ 현장. ⓒ아맙
“꿈을 꾸자, 인생을 바꾸자!”
호치민시 한 카페에서 열린 <델타비엣>의 토론 동아리 ‘델타 디스커션’은 참으로 낯선 광경이었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를 주제로 모임이 시작되었고, 여기저기서 가슴 깊이 묻어두었거나 아주 친한 친구에게만 털어놓을 법한 속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해성사를 방불케 하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에 이어, 꿈을 꾸어야겠다, 희망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으로 발표가 끝나면 “넌 할 수 있어!”와 같은 따뜻한 격려의 응원이 이어졌다. 한국 젊은이들과는 다른 종류의 ‘목마름’이 그들에게서 느껴졌다.
도대체 베트남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 꿈을 꾸라고 외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델타비엣! 베트남 청년들의 갈증과 함께 하고 있는 ‘젊은 그들’의 이야기를 <아맙>에서 들어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델타비엣>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뭐랄까, 일종의 설렘 같은 걸 느꼈어요. 베트남 젊은이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로 부풀었거든요. 흔히 ‘사회적 기업은 젊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오늘 만난 민은 그야말로 소년처럼 젊은 사회적 기업가네요. (웃음)
안 응웬 탄 민(델타비엣 인사과장, 이하 민): <델타비엣>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다 청년들이에요. 대학생이나 불과 몇 년 전에 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로 이루어진 젊은 기업이죠. <델타비엣>을 찾는 분들 또한 청년들이고요. 젊은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일을 벌였다고나 할까요? (웃음)
수정: 일을 친 거죠! (웃음)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러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민: 바로 저 자신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저는 집에서는 착한 아들로, 학교에서는 성실한 학생으로 평범하게 살아왔어요. 나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나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었어요. 저 뿐 아니라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우리는 전공 과목은 물론 영어, 일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까지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긴 했지만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지,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거죠. 저는 그러한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각자 인생을 찾아나서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경험없이 사회에 던져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죠’
▶사회적 기업을 연구한 자료를 소개하는 안 응웬 탄 민. ⓒ아맙
수정: 자신의 고민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민: 대학생 때 국제리더십 학생단체인 아이섹(AIESEC) 회원으로 2년간 활동하면서, 사회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또래 친구들과 조직 생활을 경험하면서 의사소통 능력이나 팀워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눈뜨게 되었죠. 대부분 청년들이 일과 관련된 실무 능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는 반면, 타인과의 대화와 소통, 리더십 등의 ‘소프트 스킬’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아요.
다시 말하자면, 혼자서 공부만 했을 뿐이지 주위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함께 어떤 일을 조직해본 경험도 없이 학교를 졸업하는 거죠. 단순한 기능인이 되어 사회에 던져지게 되는 것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간을 소모하고 뒤늦게야 소통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죠. 저는 청년들이 그러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수정: 그렇다면 왜 사회적 기업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사회적 기업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민: 아이섹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친구가 사회적 기업에 대해 말해준 것이 인연이 되었어요. 그 친구가 제게 싱가포르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기업”이란 제목의 세미나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주었거든요. 제가 <델타비엣>을 구상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후 사업의 정체성과 방향에 있어서 실마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되었죠. 후에 베트남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CSIP)의 오안 센터장을 만나 사회적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었고요. 그때부터 제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히 알게 되었죠.
교감과 소통의 자리가 절실한 청년들
수정: <델타비엣>의 강의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그리고 강의를 듣는 대상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민: 주로 ‘꿈을 꾸자, 인생을 바꾸자’라는 주제로 자기 변화와 개혁에 관한 내용을 강의해요. 앞서 말씀 드린 의사소통이나 팀워크, 리더십 교육에서부터 건강한 일상과 생활습관, 독서, 자신감 갖기, 집중력 높이기, 긍정적인 사고에 대한 이론과 실천의 과정을 배우죠.
또 호치민시 사범대학교 교육심리학과 응웬 호앙 칵 히우 교수로부터 자문을 받아서, 베트남 청년들의 현실과 욕구에 부합하는 강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8주 과정인데 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많이 수강해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강의를 열고 있는데요. 약 250여 명이 오프라인 강의를 수강했고, 9만6천여 명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수정: 회원들이 꾸리는 동아리 모임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건 어떤 모임이죠?
▶ <델타비엣> 강의 “델타비엣의 항해” 오리엔테이션 현장. ⓒ아맙
민: <델타비엣>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토론 동아리 ‘델타 디스커션’이 있어요. 매주 한 번 동아리가 열리죠. 15~20명 정도가 커피숍 등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요. <델타비엣> 직원 한 명이 진행자로 참여할 뿐, 나머지는 일반 참가자들과 자원활동가들로 모임이 진행되죠. 이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마음을 터놓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가족과의 갈등, 연애, 대학 진학 실패, 이유를 알 수 없는 방황, 자기 관리나 진로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지죠.
베트남의 일반 학교에서는 학생들끼리 교감의 시간을 갖거나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적습니다. 이런 동아리 모임을 계기로 회원들이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도 느끼고, 조금씩 자기 변화를 시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두 달에 한 번은 150명 정도가 모이는 큰 행사를 조직합니다. “내 꿈을 이루려면”,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대학생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주제로 토론을 하고 레크리에이션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어떻게’만 가르치고 ‘왜’는 묻지 않는 학교
수정: 베트남의 정규 수업과 비교해서 <델타비엣>의 강의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민: 정규 수업 과정은 학생들에게 주로 ‘어떻게’를 가르칩니다. 특정 일에 대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이론과 기술과 방법을 가르치죠. 반면 ‘왜’에 대한 교육은 정말 부족해요. 학생들이 자기 인생에 대해, 사회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이유를 따져볼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가 이끄는 대로 자기 인생을 맡겨버리고, 공허감이나 허무감에 쉽게 빠져들게 되죠.
<델타비엣> 강의는 ‘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왜 사는가, 공부를 왜 하는가,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서 모든 강의가 출발하죠. 그렇다고 어떤 종교나 철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왜’라는 물음을 가슴 깊이 품어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것이 핵심이에요.
수정: <델타비엣> 강의를 수강한 회원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강의를 듣고 난 후 생긴 변화 같은 것이 있나요?
민: 강좌가 보통 8주 과정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눈에 확 띄는 변화를 발견하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회원들이 <델타비엣>을 통해 자신을 개혁할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고, 그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인 거죠.
또 ‘델타 디스커션’ 같은 동아리 모임을 통해 회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임에서 농촌이나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떠나자는 제안이 나와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업을 벌이기도 하죠. 학교나 청년단, 외부 단체에서 주도하는 활동이 아니라, 청년들이 스스로 주도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들이 생기고 있어요.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추어 <델타비엣>도 새로운 강의 내용과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젊은 세대가 만들어갈 공동체의 모습은?
▶ 델타비엣의 창립 이야기가 담긴 책 <꿈을 쫓아라>을 손에 들고 있는 회원. ⓒ아맙
수정: 현재 <델타비엣>에는 몇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나요? 그리고 강사는 어떤 분들인가요?
민: 총 1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어요. 대부분 제 또래인데요, <델타비엣> 강의가 온라인에 집중되어 있어서 온라인 강좌를 제작하고 관리, 운영하는 일을 주로 맡죠. 강사는 법학을 전공하고 청년단 활동 등 많은 경험을 쌓은 분인데요, 졸업 후에도 3년간 학과 서기장으로 일하며 누구보다 대학생들을 잘 이해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다만, 우리 강의는 강사가 주도하는 부분은 10% 정도에 불과해요. 커리큘럼에 따라 회원들이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강사는 학생들과 함께하며 안내자의 위치에서 돕는 역할을 맡을 뿐이죠.
수정: 민은 올해 24살로 알고 있는데요, 젊은 나이만큼이나 앞으로도 많은 일들을 하게 될 거라 믿어요. 이제 세 살이 된 사회적 기업 <델타기업>의 꿈이 있다면요?
민: 앞으로 더 심도 깊고 전문화된 강의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대상에 따라 강의 내용을 더 특화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능동적인 발전을 위한 공동체’가 <델타비엣>의 슬로건인데요, 아직까진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부쩍 늘고 있는데, 대학 학생식당에 값싸고 질 좋은 음식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친구,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친구 등을 알게 되었어요. 겉으로 아직 많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삶 속에서 문제 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델타비엣>이 그러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쯔엉 콩 안 부우 (팀원)
<아맙> 카페: 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베트남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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