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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이번 설엔 명절증후군 사라지길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9. 1. 22. 17:32

앞으로 며칠 후면 설이다. 매해 명절마다 여성들만이 겪는 병이 있다. 이른바 ‘명절증후군’. 아마도 이런 특이한 병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알려져 있듯이 ‘명절증후군’은 명절만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 명절을 전후로 하여 겪어온 스트레스 경험들로 인해, 다양한 스트레스 증상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성 질환의 하나다.

명절이란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 되어야 할 날이건만, 여성들에게만은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귀향 전쟁’으로 겪는 기본적 스트레스 외에 며칠 동안 겪어 내야 할 강도 높은 가사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와, 남성중심적 대가족제도 하에서 이루어지는 제사 준비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를 두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며칠 동안 봉사 하는 게 뭐가 그리 큰 문제냐’며 여성들을 이기적이라고 몰아 부치는 남성들도 있다.

평등하지 않은 체계가 스트레스를 부른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라. 남자들이 밥과 후식을 먹으면서 편히 앉아 친척들과 담소를 나눌 때, 자신들의 딸과 부인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여자들은 좁고 불편한 부엌에 모여 마치 기계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십 명 분의 식사를 준비해서 상에 차려 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차례는 무엇인지, 식사는 언제 차려내야 하는지, 후식은 무엇으로 할 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명절 내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이러한 스트레스 경험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의 평등한 관계를 억압하는 부계혈통주의과 남녀의 성별분업 체제다. 제사를 가능케 하는 모든 일을 뒤에서 묵묵이 수행하는 것은 여성이지만, 제사를 수행하는 주체는 남성 후손이며 명절 내내 여성의 봉사를 받는 것도 남성이다.

나의 친구 중 하나는 큰집의 장녀로서 매해 명절 때마다 제사와 손님을 치르는 일에 이골이 나 있다. 어렸을 때도 부당한 것을 알았지만 화가 날 뿐 저항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커서 자신보다 어린 남동생들도 자신들의 아버지와 똑같이 밥상 앞에만 앉아 누나들이 어머니들이 차려 내오는 밥을 먹으려고 편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드디어 용기를 냈다.

그녀와 여동생들의 강력한 건의에 따라 남동생들은 일을 분담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매년 명절 때마다 이러한 협조 체제는 공고히 자리잡았다.

한숨을 토하면서도 참고 살던 시대가 있었다 해도,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순 없다. 언제까지 병을 앓고 살 것인가. 명절 동안 우리가 느꼈던 소외감과 단절감에 대해 가족들에게 친척들에게 터놓고 이야기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요구해 보자. 조금의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도록 말이다. [관련]평등명절을 제안하는 홈페이지

‘명절 증후군’이란 전대미문의 질환이 한국사회에서, 우리들의 일상에서 사라질 날을 꿈꾼다.
 일다▣ 고유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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