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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인해 생존이 막막해진 철거민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의 무자비하고 섣부른 진압으로 인해 희생을 당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엄동설한에 길바닥에서 맞이한 죽음,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며 치솟는 불길에 새까맣게 주검으로 변한 철거민의 모습. 우리 사회에서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서민들이 잘 사는 대한민국’을 선전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희망과 꿈을 꿀 수 없는 곳입니다. 21일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한 추모제와 규탄집회에 참여한 독자가 참담한 마음을 담아 시를 한 편 보내왔습니다. 엄혹한 이 시대를 함께 슬퍼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일다]

타인의 죽음 
오정민

하늘이 음산했다. 어제 용산에선....
 
타인의 죽음속에서
나의 타버린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베트맨의 고무 갑옷만큼
무거워 보이는 옷을 입은
젊은 청년들의 방패와 방망이에서
몰려오는 폭력의 그림자를 보았다.

 
타인의 고통이 자기의 고통이 될 것이라는 진리에
둔감한 사람들은
몇 사람의 죽음에 그저 한 숨으로
죽음을 애도할 뿐이다.

 
독재자의 호흡은 깊다.
그의 하수인들이
그와 호흡을 함께하기 위해
더한 폭력을 시작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독재자의 날숨을 걷어내는
더 깊은 호흡이 있다.
타인의 죽음에서
자기의 죽음을 느끼는
사람들의 숨결이다.

 
우리의 땅이
독재자의 호흡 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타인의 죽음을
자기의 죽음으로 아는 자들의
숨결이 한반도에 가득하기를
소망해본다.

 

6인의 타인의 죽음과
우리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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