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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전문가는 ‘나’

<연탄과 함께하는 글쓰기치료> 4. 온라인 글쓰기 치료



※ 글쓰기 치료를 전공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연탄’이 글쓰기를 통해 과연 심리적 치유가 가능한지, 글쓰기 치료는 어떻게 하는 건지, 왜 굳이 글쓰기 치료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쓰기 치료의 가장 큰 미덕은 ‘자기주도적’이란 것

 

“누군가에게 내 문제를 노출하거나 판단 받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볼펜과 종이를 살 수 있는 단돈 4파운드만 있으면 된다. 소파에 누워 심리치료사와 한 시간 면담하는 데 드는 비용과 비교할 바 아니다.”

 

기존의 ‘말하기’를 통한 심리치료와 비교했을 때 글쓰기 치료가 가진 장점에 대해, 영국 보건심리학자 로우(Lowe)가 한 말이다.

 

단지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구속이나 개인적 금기로 인해 면대면 말하기 상담에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글쓰기 치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글쓰기 치료만큼 내담자가 본인의 치료 속도와 깊이, 강도에 대해 통제력을 갖는 심리치료는 드물다.

 

글쓰기 치료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주도적’ 심리치료라고 말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글쓰기 치료의 가장 큰 미덕도 여기에 있다.

 

글쓰기 치료만큼 내담자가 본인의 치료 속도나 깊이, 강도에 대해 많은 통제력을 갖는 심리치료는 아마 없을 것이다. 내 삶에 대해, 내 문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저자는 바로 ‘나’이고 전문가도 바로 ‘나’이다.

 

치료사와 함께 할 때라도 글쓰기 치료 자체가 내담자 중심이기 때문에, 치료사는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내담자가 답을 찾도록 단지 길을 열어준다고 하는 편이 맞다. 그래서 치료사보다 촉진자(facilitator)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온라인과 글쓰기의 만남,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글쓰기 치료는 시공간의 제약에서도 자유롭다. 한밤중에 일어나 스스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상담자와 함께 하는 글쓰기 치료인 경우에도 온라인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담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할 경우, 그리고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이동이 불편하거나 듣고 말하는 상담 자체가 불가능할 경우, 온라인을 통한 글쓰기 치료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필자는 소도시의 한 고등학교 여고생들, 그리고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근육병 청소년들과 온라인을 통한 글쓰기 치료 프로그램을 함께한 적이 있다. 학교 상담실 이외에 다른 다양한 상담서비스를 접하기 어려운 소도시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또 불편하게 이동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집에서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근육병 청소년들에겐 반가운 대안이었다.

 

최근 인터넷 채팅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상담이나 이메일을 통한 비실시간 온라인 상담 등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글쓰기를 기반으로 한 상담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와 함께 글쓰기치료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상담이 곧 글쓰기 치료는 아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상담은 오프라인 상담을 대체해서 문자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온라인 상담은 면대면 상담이나 전화 상담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각, 청각 등 비(非)언어적 표현을 통한 정보나 감정의 전달 없이 오로지 문자를 통해 내담자의 감정 상태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같은 부분을 글쓰기 치료의 표현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보완한다면 좀더 적극적인 의미의 온라인 글쓰기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치유를 위한 글쓰기는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글쓰기 치료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치유방법이다. 하지만 심리치유를 위해 글쓰기를 사용할 때, 아무런 준비나 훈련이 필요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글쓰기 치료 연구자들은 상황에 따라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글쓰기도 신중하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고 훈련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거나 글쓰기와 관련해 부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글쓰기 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에게 대처기술에 대한 훈련 없이 글로 표출하는 것을 권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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