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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운동장에서 놀지 못하는 요즘 아이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9. 1. 20. 13:49

초등학교 점심시간 썰렁한 운동장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방문한 날, 말로만 듣던 ‘초등학교 급식시간’은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에 비해 점심 시간 내내 운동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나의 기억으로는 학교 다닐 때 점심 시간이면 운동장에 나가 노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었는데….

점심시간 썰렁한 학교운동장

알고 보니 이유는 급식 때문이었다. 여건상 한꺼번에 급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학년별로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다. 점심 시간은 1시간 남짓한데 먼저 먹는 저학년은 식사를 끝내자마자 하교 길에 오르고, 30분쯤 지나서 고학년 식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나면 점심 시간 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은 없고 급식하는데 점심 시간을 다 보내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이러니, 쉬는 시간은 더하다. 10분 남짓 밖에 되지 않아 저학년들은 화장실 다녀오면 다시 수업 시작이다. 쉬는 시간에 얌전히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면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다고 한다. 독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내내 교실에서 얌전히 있으려면 상당히 괴로울 것 같았다.

사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아이가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돌아다니거나 딴청을 부리거나 해서 선생님 눈밖에 날까봐 걱정이다. 그저 얌전하게, 튀지 않게 학교생활을 하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고역일 것 같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어른에 비해 훨씬 짧은데 항상 얌전히 있으라니…. 이렇게 말하면 ‘우리도 어렸을 때는 다 참았다.’ ‘요즘 아이들이 유별나게 참을성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누구나 그렇게 참아야 하는 문제일까? 요즘 아이들이 유별나게 참을성이 없는 것일까? 아이들을 계속 얌전하게 길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요즘 아이들이 참을성이 없고 집중력이 짧아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아이들이 그런 것이다. 웃고, 울고, 떠들고,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판단력이나 이해력이 부족하고, 주의가 산만하고, 때로 어른에게 대들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려고 하는 것. 학교는 그런 아이들을 쉽게 “문제아”라고 부르지만 이러한 행동은 원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다.

우리도 참았으니까 너희도 당연히 참아야 한다면서, ‘공동생활’이라는 이유로 대를 이어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해오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

‘문제행동’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닐까.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기. 수업 시간에 딴청 피우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기.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만 가고 교실에서 돌아다니지 않고 얌전히 앉아 다음 수업 준비하기. 친구들과 떠들지 않기. 어른에게 말대꾸하지 않기. 어른이 이야기하는 와중에 끼어들지 않기. 예의 바르게 인사하기. 집에 와서 부모님 말씀 잘 듣기. 식사예절 지키기. 골고루 먹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기 등등.

위에 나열한 행동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지키라고 교육하는 내용들이지만, 만약 위 항목들을 다 지키는 아이가 있다면 무서울 것 같다. 아이라기보다 어른이 아닐까. 아니, 지금 어른들에게 다시 학교에 들어가 위 사항을 다 지키라고 하면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규제하고,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예의 없고 폭력적이며 남의 말 안 듣는 건 어른들이 더하지 않을까.

어른들도 제대로 지키기 힘든 행동들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면서, 이에 따라오지 않으면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라고 낙인 찍는 것 같다. 아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강요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큰 ‘문제 행동’들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건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버릇이 없다, 폭력적이다, 참을성이 없다라고 품평한다.

어떤 학부모는 수업시간에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고 선생님에게 호출당해 아이가 과잉행동장애증후군(ADHD)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 증후군이 있는 아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학교가 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지금 ‘문제 행동’이라고 규정하는 기준에 대해 더 완화할 필요를 느낀다.

사실상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학교 행정편의를 위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충분히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주지도 않고, 이미 규정은 어른들에 의해 정해져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면 쉬는 시간을 조금 늘리는 것이 어떤가. 만약 학교급식시설이 부족해 아이들이 15~20분간 급히 밥을 먹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하거나 안 된다면 점심시간을 늘리는 것은 어떤가.

부주의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라고 진단하기 이전에, 조금 더 넉넉한 시선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공동생활’에도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함수연

[저널리즘의 새 지평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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