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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회부된 일본 ‘부부 별성’ 소송
日여성들 “더 이상 차별을 방치하지 말라”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가시와라 도키코 씨가 작성하고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편집자 주
‘부부 동성’ 규정에 따라 아내가 성을 바꾸는 일본
올해 2월, 일본에서는 민법에서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하는 규정과 이혼 후 여성의 재혼을 6개월간 금지하는 규정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두 건의 소송이 대법원에 회부되었다. 대법원에 회부되는 경우는 처음 진행되는 헌법재판일 경우와, 판례 변경의 경우에 이루어진다.
부부 동성(同姓) 규정과 여성의 재혼 시기를 제한하는 규정, 둘 개 다 유엔 인권기관으로부터 재차 권고를 받아 1996년 법제심의회 답신을 통해 개정할 것을 촉구 받았다. 하지만 19년이나 방치되어온 문제다. 혼외 자녀에 대한 상속 차별 규정이 위헌 판결을 받은 것에 이어, 이 두 개의 규정도 위헌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부부 별성(別姓) 소송을 쫓아가보자.
▲ 4월 2일, 부부 별성 실현을 위한 민법 개정 청원 서명지 2만7천통이 국회의원에게 전달되었다. © 페민 제공
부부 별성(別姓) 소송은 2011년 2월 14일, 도쿄와 교토, 도야마에 사는 남녀 다섯 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했다. 부부 동성(同姓)을 규정한 민법 750조가 헌법 13조(개인의 존중) 성의 변경을 강제하지 않을 자유, 헌법 24조 1항 ‘혼인의 자유’와 2항 ‘양성의 본질적 평등’을 침해하고, 여성차별철폐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국가에 대해 입법 부작위에 따른 위자료 6백만엔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부부 동성 규정에 따라 두 사람 중에서 한 명이 다른 한 쪽의 성(姓)을 따르게 되는데, 일본 사회에서 96% 이상 ‘아내가 성을 바꾼다’는 현저한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상고심에서는 이 조항이 헌법 14조 1항의 남녀평등 조항에도 반한다는 주장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지방법원은 헌법이 혼인 이전의 성(姓)을 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 고등법원은 부부 동성(同姓)의 목적이 ‘공동생활의 실태를 표현한다는 관습의 지속과 가족 간의 일체감을 양성하는 것’에 있으며, 그 목적과 수단이 모두 정당하다고 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제기한 원고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다”
▲ 부부 별성 소송 원고 중 한 명인 오구니 가오리(41) 씨 ©페민 제공
소송 원고 중 한 명인 오구니 가오리(41) 씨는 부부 별성 소송이 대법원에 회부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 9년차인 오구니 씨는 결혼할 때 “이름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혼인이 아닌 사실혼 관계로 살까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정 상속인이 될 수 없다는 점과, 어느 한 쪽이 사고를 당했을 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에 대한 불안 때문에 법률상 혼인을 하였다. 그리고 오구니 씨가 남편의 성을 따르기로 했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지만 “좀 억울하고 서글픈 마음은 들었다”고. 행정서사(관공서와 시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직업)인 오구니 씨는 직장에서는 결혼 전의 성(통칭)을 쓰고 있다. 하지만 유언장 작성에 입회할 때는 통칭이 아닌 호적상 이름을 요구 받았다.
결혼 후 부부 별성제를 요구하는 활동을 하던 2009년에 일본에서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 정권이 탄생하면서 부부 별성 현실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여당 내 반대파와 민주당의 선거 패배로 인해 실현은 멀어졌다. “입법에 기대해봤자 앞으로 100년간은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 소송밖에 없다”고 생각한 오구니 씨 등은 법정 싸움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부 별성’ 반대파의 주장 “통칭 사용하면 되잖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거듭된 권고와 일본여성들의 꾸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민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유로, 일본정부가 답변한 내용에는 ‘부부의 일체감이 무너진다’는 등의 정서적인 것 외에 ‘여론의 동향’과 “국민들 사이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2014년 10월 아베 총리)는 것이 거론된다.
그러나 NPO법인 ‘m넷 민법개정정보네트워크’ 이사장 사카모토 요코 씨는 “2012년 조사를 보면, 혼인 연령을 포함한 60대 미만 남녀 모두, 전 연령에서 부부 별성 찬성이 반대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당초 인권 문제를 여론에 위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하는 20대 기혼여성 네 명 중 한 명은 일상적으로는 결혼 전의 성(姓)을 쓰고 있다.(2013년 9월 오치노총연구소 조사) 이를 통칭이라고 하는데, 부부 별성이 실현될 만하면 반대파가 반드시 제기하는 것이 “통칭 사용의 보장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m넷 민법개정정보네트워크’의 사카모토 씨는 “1988년 ‘통칭 사용 재판’ 등 직장에서 통칭 사용을 요구한 여성들의 소송이 있어 통칭 사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지만, 공적인 서류에서는 호적상 이름이 필요하고 국가 자격 등록에서도 호적상 이름만을 인정하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 부부 별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 ©<가족 법제에 관한 여론조사> 2012년 12월 내각부 조사 발췌
“내가 사라져간다” 서류상 이혼을 택한 여성
부부 동성을 강요하는 법으로 인해 생긴 문제점으로 여성들의 업무상 불편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혼인과 더불어 성(姓)을 바꾸는 여성들의 자아정체성 문제도 크다.
오키나와현에 사는 가나자와 마유(36) 씨는 결혼 후에도 이전의 성(姓)을 쓰고 있다. 통칭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직장에서도, 친구들에게도, 나는 예전 성으로 불린다. 배우자 성으로 바꿔도 나는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허증, 보험증, 병원 검진권을 상대방 성(姓)으로 바꾸고, 심지어 아이를 낳은 병원에서 자신이 남편의 성(姓)이나 ‘어머님’으로만 불렸을 때, “내가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가나자와 씨는 고민 끝에 서류상 이혼을 택했다. “공적인 면에서 내 이름을 되찾아 마음이 편해졌다.”
많은 일본여성들의 정당한 염원은 실현될까. 부부 별성(別姓) 소송 변호단장인 사카키바라 후지코 변호사는 “혼외 자녀 상속에 대한 차별 규정의 경우 대법원이 1995년에 민법 개정을 촉구하면서도 ‘합헌’으로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2013년에 ‘위헌’ 결정이 날 때까지 18년간 차별이 방치된 바 있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변호사는 부부 동성 규정에 대해 “대법원이 ‘헌법 위배’라고 확실하게 판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m넷 민법개정정보네트워크’의 사카모토 씨도 “대법원이 위헌이라는 점과, 국가가 민법 개정을 방치한 입법 부작위라고 판단하기 바란다”고 말하며, “그렇지 않으면 입법부는 개정을 위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지난 4월 2일에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m넷 민법개정정보네트워크’ 주최 원내집회에서는 작년 11월에 시작된 ‘선택적 부부 별성 실현 캠페인’을 통해 모인 민법 개정 청원 서명지 2만7천통이 국회의원에게 전달되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민주당 등이 민법 개정 의원입법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입법을 통한 실현은 불확실하다.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높아져가고 있다. ▣ 가시와라 도키코 작성, 고주영 번역
※ 부부 별성 소송을 지지하는 모임 www.asahi-net.or.jp/~dv3m-ymsk
※ 참고: 민법 개정을 생각하는 모임 편저 <알기 쉬운 민법 개정>, <시간의 법령> 중 사카모토 요코 씨 집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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