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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못 봤다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26] 풀베기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유난히 폭염이 극성인 2015년 8월이다.

 

작년 여름은 유독 시원한 기후여서 더운 줄 몰라 ‘시골집은 역시 시원하구나’ 라고 여겼었는데, 그 말을 올해에는 후딱 뒤집는다. ‘역시 시골집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구만!’  

 

방충창 너머로부터 넘어오는 후끈한 공기를 마주하자니, 더욱 밖으로 나서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침나절이라도 선선하면 밭일이라도 나가보겠지만, 아침 해가 떴다하면 지글거리는 대지로 어찌 나선단 말인가. 이른 새벽 호미를 챙겨들고 나서시는 동네 할머님들이 위대해 보이긴 하지만, 나는 위대한 시골 아낙네가 아직 못 되었으니 언제나 후퇴 작전이다.

 

욕실과 주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텃밭은 풀들이 부쩍 자라있다. 흙이 깔린 마당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작물이건 잡풀이건 왕성한 성장을 보이니까.  

 

잡아야 할(베어야 할) 풀의 밀도와 길이가 짙어지는 것에 시선을 오래 두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하는 이 외면 행위는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지만 전략상 후퇴라 여기며 파닥파닥 부채질만 할 뿐이다. 조금만 기다리자. 곧 가을 같은 아침이 올 것이다.

 

(며칠 전부터 입추에 가까워지자 정말 오전 시간이 거짓말처럼 시원해졌다. 풀도 잡았다! ^^)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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