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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안경으로 보는 세상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4)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   ‘첫’ 안경으로 보는 세상    ©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난 눈이 굉장히 나쁘다. 안경을 벗으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정도다. 기억하기론 초등학교 3학년 2학기서부터 쓰기 시작하였는데, 작은 아이였던 나의 ‘첫’ 안경 치고는 매우 두꺼운 안경이었다.

 

그 시절 안경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지적임’을 상징하는 것이었으며, 나 또한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안경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나빠진 눈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그것’과는 다른 TV앞 시청의 결과였다.

 

내가 눈이 많이 나빠져서 칠판의 글씨가 안 보인다고 하자, 엄마는 안경을 쓰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흔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내가 첫 안경을 쓴 시기는 나쁜 눈에 비해 매우 늦은 시기라고 공안과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게 기억이 난다.

 

안경을 쓰고 나니 수업을 마치고 옆의 짝꿍의 필기를 더이상 보고 쓰지 않게 되었으며, 내 다리에 털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걸 깨달았으며, 무엇보다 모든 세상이 또렷하지만 작게 보였다. 내려가는 계단이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것 같아서 발을 헛디딜 때도 있었다.

 

성인이 되고 30대 후반이 된 지금도 여전히 조금씩 더 나빠진 눈을 위해 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닌다. 말하자면 내 삶은 이 두꺼운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이다.

 

엄마와 함께 첫 안경을 맞춘 꼬마인가 보다. 연신 안경을 벗었다 꼈다 만지작거렸다 한다. 꼬마는 ‘첫’ 안경을 돌봐줘야 하는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온 것 마냥 갖고 있다. 아니 보살핀다고 해야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그 꼬마의 세상보기를 책임져줄 ‘첫’ 안경인 셈이니 적응이 필요할 테고, 평소와는 다르게 보이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 더 또렷해지겠지. 그 꼬마의 ‘첫’ 안경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느낌이 궁금해진다.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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