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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청년들의 ‘안녕’을 꿈꾸며 한걸음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CVTD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일다] 

 

 

베트남 능력개발 국제협력센터 (Center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 Vietnam Talent Development)

 

2012년 창립했으며 베트남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창업 지도 및 훈련, 공정여행사업을 하는 하노이의 사회적 기업이다. 주된 교육 사업으로 하노이 외곽 공업지구의 노동자와 학생을 위한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자연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계를 돕고 환경에도 기여하는 생태여행을 꾸린다. 베트남 청년들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함께하는 국제캠프도 개최하고 있다. 

 

▲  응옥선-응오루옹 자연보호구역에서 생태여행 중인 청년들.  농촌 일손을 돕고 있다.   © CVTD 
  

대학 졸업생 50%가 취업 못하는 현실

 

2013년 공식 집계된 베트남의 실업자 수는 약 1백만 명. 그 중 49퍼센트는 만 16세 이상 24세 이하 청년들이다. 대학교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했던 것은 점점 과거사가 되고 있다. 베트남의 연평균 대학교 졸업자 수는 20만 명인데, 그 중 절반인 10만 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의 절반은 곧장 취업을 하지 못하고 직업훈련센터에서 교육을 받거나, 취업을 보장해주는 다른 대학으로 진학을 고민한다. 남의 일 같지 않은 베트남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이제는 아시아의 청년들이 서로에게 ‘안녕’을 물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청년들과 함께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아맙>이 만나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저희 때문에 다낭에서 돌아오자마자 여기로 달려오셨다고요. 정말 감사해요. <아맙>도 현재 공정여행을 진행 중인데, 며칠 전까지 다낭에 머물다 통일열차를 타고 어제 아침에 하노이에 도착했습니다. 

 

▲  CVTD 사장 마이 꾸앙 빈.  © 아맙 
 

마이 꾸앙 빈(CVTD 사장. 이하 ‘빈’): 네, 한국의 여행학교 학생들과 한 달간 베트남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신다고 들었어요. ‘베트남 능력개발 국제협력센터’(이하 CVTD)도 공정여행 사업을 하고 있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공정여행을 하는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네요. (웃음)

 

수정: 하노이의 사회적 기업을 조사하다가 이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헌데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니 CVTD가 사회적 기업이라고 소개되기도 하고 NGO라고도 하던데요.

 

빈: 저희는 창립 초기부터 국제협력을 통해 교육사업을 진행했는데요, 베트남에서 교육사업을 하려면 정부의 관련 부처에 등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 CVTD는 ‘베트남 인재인력개발 과학협회’의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어요. 저희의 사업 내용은 NGO 활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비정부단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그런데 위의 법인으로는 수익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CVTD가 공정여행 등 수익 사업을 시작하면서 ‘교육국제협력 투자주식회사’라는 일반 법인기업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죠. 보통 우리 단체를 소개할 때는 ‘CVTD 센터’라고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베트남에도 시민사회가 성장할 것’

 

수정: 빈 씨는 이곳을 창립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빈: 저는 원래 건설투자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한국 건설회사들과도 만날 기회가 많았지요. 외국기업들의 투자 자문을 주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한 국제 사례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어요. 베트남은 인민 복지사업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사업의 대부분이 관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다른 나라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앞으로 베트남에도 시민사회가 성장할 것이고, 그만큼 민간단체의 활동이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에 CVTD를 시작했습니다. 신도시를 개발할 때 건설투자 분야의 총책임자라는 중책까지 맡았던 경험도 있고, 외국단체들 또는 개인들과 친분도 두터웠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죠. 그러나 NGO 사업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NGO를 꾸리는 데 큰 자본이 필요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재정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는데요, 그건 정말 착각이었습니다. 외국의 NGO들은 회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회비를 걷거나 후원금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베트남은 그렇지 못해요. 매번 사업 때마다 각자의 주머니를 열거나 모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 확보에 항상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게다가 NGO에 대한 정부의 관리와 통제가 심해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죠. 특히 우리의 활동은 외국단체의 지원이나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많아, 매번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었어요. 베트남 사회는 외국인이 가난한 농촌학교에 학용품을 전달하려고 해도 꼭 허가를 받아야만 할 정도니까요.

 

공업지구 노동자들의 소통을 위한 영어교육

 

수정: 교육사업 중에서 영어교육 지원 사업이 가장 눈에 띄더군요.

 

빈: 하노이 외곽의 동안(Dong an)현사에 박탕롱(Bac Thang Long)이라는 공업 지구가 있는데요, 이 지역의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지원하고 있어요. 최근에 공업 지구가 조성되어 인근 농촌마을이나 다른 성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이 많은 지역이죠. 공업 지구에는 대부분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입주해 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관리자들과의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그래서 영어교육에 대한 호응도가 굉장합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영어교육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업 지구 안에 있는 낌쭝 초등학교와 협력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영어 수업도 하고 있어요. 1회에 약 두 시간씩, 일주일에 3회에 걸쳐 수업을 합니다.  

 

▲  외국인 자원활동가가 강사로 참여하여 진행하는 영어 수업.   © CVTD  

 

수정: 베트남 학교의 영어수업은 문법 위주의 주입식이라서 형식적이고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CVTD의 수업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빈: 베트남 일반 학교의 영어수업은 교사가 텔레비전처럼 혼자 떠들고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듣고 따라 하는 주입식 교육의 전형이죠. 끊임없이 단어를 암기하고 문법에 매달려도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말 한 마디 못하는 게 실상이고요. 물론 베트남 사람들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 것도 영어회화를 어렵게 하는 한 요소지요.

 

CVTD의 영어수업은 외국인 자원활동가들이 주로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영어를 편하고 재미있게 느끼도록, 딱딱한 문법 위주의 암기가 아닌 아이들의 수준에 맞춘 실용영어 중심으로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자원활동가들이 해당 공동체에 들어가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레크리에이션을 응용한 수업이 인기가 좋은데,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우니 빨리 익히고 영어나 외국인에 대한 공포라든지 울렁증도 자연스럽게 잊게 되죠.

 

생태관광지 발굴, 청년들과 함께 공정여행을!

 

수정: 베트남 북부는 남부보다 공정여행 네트워크가 더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풋프린트베트남’, ‘인도차이나트래블랜드’ 등의 공정여행사를 만나봤는데요, CVTD에서 진행하는 공정여행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빈: 하노이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호아빈(Hoa Binh)성에 응옥선-응오루옹(Ngoc Son-Ngo Luong)이라는 자연보호구역이 있어요. 전체 1만9천254헥타르에 달하는 이곳에는 약 2천578가구에 1만4천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죠. 그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흐몽족입니다. 이곳은 2006년에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는데, 스페인 국제협력개발기구(AECID)의 지원을 받아 생태관광지로 개발됐습니다. 

 

▲  베트남과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동고동락하며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국제워크캠프’ ©CVTD 
 

예전에 이 지역의 소수민족들 대부분은 벌목이나 화전, 사냥 등에 생계를 의존해왔기 때문에 숲의 파괴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곤 했지요. 스페인 국제협력개발기구가 이곳을 생태관광지로 개발하면서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요리, 위생, 관광, 서비스, 여행업, 외국어 등 관광종사원 교육과 함께 숲 보존의 중요성, 공정여행 등 환경 교육을 병행했지요.

 

저희는 이곳처럼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고 환경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여행지를 발굴해 공정여행을 꾸리고 있습니다. 같은 호아빈성의 푸루옹(Pu Luong) 자연보호구역과 박깐(Bac Kan)성의 바베(Ba Be) 국립공원에서도 투어를 꾸리고 있죠. 그리고 공정여행으로 얻는 매출의 10~15퍼센트를 자연보호구역 관리위원회에 지원합니다.

 

수정: 공정여행 참가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그리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워크캠프도 열고 있다고 들었는데 설명해주세요.

 

빈: 베트남 국내에서는 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공정여행을 꾸리고 있고요. 외국인 여행자들은 자원봉사여행으로 많이 참여하죠. 말씀하신 국제워크캠프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약 일주일간 함께 먹고 마시고 잠자며 환경과 개발, 평화,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토론과 세미나를 진행하는 캠프입니다.

 

예를 들면 베트남의 사회적 기업인들과 해외의 사회적 기업인들이 공정여행을 통해 동고동락하면서 사회적 기업들을 탐방하고요. 지속 가능한 발전,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개발, 사회적 기업인의 경영 관리 능력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죠. 1년에 세 번 정도 국제워크캠프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특히 창업이나 경영 관리, 사회심리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관심이 많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의 도전에 힘을 보태고 싶어

 

수정: 농촌청년들을 위한 창업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면서요? 단체 소개 자료를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내용입니다.

 

빈: 안타깝게도 농촌청년들을 위한 창업 지원 프로젝트는 우리가 가장 소망하는 사업임에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베트남은 적도 선상의 평야 지대부터 고산 지대나 고원, 평원 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두루 갖추고 있는 만큼, 이러한 지역들의 문화와 풍습 또한 다양한 나라입니다. 전국 곳곳에 각 지역의 특색에 따른 전통 수공예 마을들이 발전해왔죠.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반짱(라이스페이퍼) 마을, 도자기 마을, 비단 등의 옷감을 생산하는 길쌈 마을 등이 많은데요. 최근 현대화, 공업화가 급속히 추진되면서 이 마을들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어요. 예전에는 마을주민들이 대대로 내려오던 수공예 사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요즘엔 농촌 젊은이들도 마을을 떠나고 전통기술도 맥이 끊기고 있죠. 이제 아주 유명한 몇몇 마을만 박물관처럼 남아 여행자들을 맞이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CVTD는 전통 수공예 마을을 살리고 그 중심에 청년을 두고자 하였어요. 그러기 위해선 그들에게 기술과 디자인 등을 지원하고 판로를 개척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해주어야 하는데, 현재 저희의 역량으로는 버거운 실정이지요. 특히 수공예 상품의 주 원료인 등나무나 대나무가 고갈되어가고, 천의 탈색이나 염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문제도 심각한데 해결책이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수정: CVTD의 주요 대상은 바로 베트남 청년층입니다.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청년들과 많은 접촉과 교류가 있었을 텐데요. 빈 씨가 베트남 청년들에게 제시하고 싶은 ‘미래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빈: 베트남은 인구의 약 40퍼센트가 15~35세일 정도로 청년층 비율이 높은 나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의 청년 문제로 실업률을 꼽습니다. 저는 일자리도 큰 문제지만, 청년들의 정신적 방황이나 가치의 부재가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흔들리며 좌절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희망이나 전공과 적성을 살려 취업의 문을 뚫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해 외국기업이나 인기 직종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운이 좋아 취직을 했더라도 학교에서의 전공과 회사의 업무가 전혀 달라 갈등하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전반적으로 베트남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통한 만족도나 자아 실현의 정도가 아주 낮고, 이직률도 그만큼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도전과 자유’.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비전을 제시했다고 하지요. 저는 젊은이들이 ‘도전과 자유’를 꿈꿀 수 있도록 사회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VTD가 이 시대의 베트남 청년들의 양지가 되어 그들의 도전에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일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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