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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교통체증, ‘카풀’로 뚫는다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함께 가요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 <함께 가요> 소개
2012년 창립된 <함께 가요>는 하노이, 호치민 등 대도시의 교통체증과 공해를 해결하기 위해 ‘차 함께 타기’ 사업을 하는 하노이의 사회적 기업이다. 차량 제공자와 동승자가 연락할 수 있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공항 함께 가기, 여행 함께 가기, 고향 함께 가기 등을 진행한다. 또 지방에서 하노이, 호치민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러 오는 수험생들과 장애인, 노약자를 위해 차량을 지원하거나 안내를 돕는 자원활동단도 꾸리고 있다.
▲ <함께 가요> dichung.vn 택시 함께 타기 홈페이지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하노이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인구는 약 7백만 명으로 오토바이 등록 대수만 450만 대가 넘는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시간이면 하노이 중심가 주요 도로는 교통 혼잡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는다. 평소에 10분이면 갈 거리인데, 3-4배 이상 시간을 길거리에 소비하는 일이 다반사다.
오토바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로에 갇혀 있는 풍경. 눈부신 속도로 개발도상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그에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질적 성장의 벽에 부딪힌 베트남 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베트남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세계에서 공기의 질이 낮고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10대 국가에 포함되기도 했다. 성공가도를 향해 고속 질주하는 시대에, 환경을 고민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면서 ‘차 함께 타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회적 기업 <함께 가요> 이야기를 <아맙>에서 들어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아침에 호안끼엠 호수에서 문묘까지 가는데 길이 엄청나게 막히더군요. 이대로 택시에 꼼짝없이 갇혀 있느니 차라리 걷는 편이 빠르겠다 싶었어요. 오토바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미동도 하지 않는데, 하노이에 온 것이 정말 실감나더군요. (웃음)
응우옌 탄 남(<함께 가요> 사장, 이하 ‘남’): 그곳은 상습 정체 구간으로 악명이 높죠. (웃음) 요즘은 우회 도로까지도 정체가 심해서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정말 커요.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이 외국인 여행자들에겐 베트남의 ‘진풍경’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정말 지옥이 따로 없죠.
교통비와 공해 줄이고 말동무까지 일석 삼조!
▲ <함께 가요>의 사장 응우옌 탄 남 © 사진_아맙
수정: 베트남의 최대 난제가 교통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가요> 이야기가 정말 반가웠어요. 어떤 계기로 <함께 가요>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남: 저는 경영관리학을 전공하고 하노이와 하이퐁을 오가며 회계사로 일했습니다. 하노이에서 하이퐁까지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혼자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는 일은 정말 지루하고 외롭기까지 했죠. 누군가 동행한다면 서로 말벗이 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프랑스 유학 시절 자주 봤던 ‘카풀’(car pool) 운동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베트남에 카풀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경비 절감 효과가 있을까? 회계사인 제 머리 속에서 계산기가 휙휙 돌아갔죠. (웃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주변을 둘러보니, 저와 같은 ‘나 홀로 운전자’가 많더라고요.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자리가 텅텅 비어 있는 승용차, 승합차들도 많이 보이고요. 공항과 하노이 중심을 잇는 택시에도 빈자리가 많더군요. 교통비도 절감하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는 데다가 외로움까지 달랠 수 있는 일석 삼조! 이렇게 결론을 내린 저는 고액의 연봉을 보장하는 회계사를 그만두고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가요>를 창립했습니다.
수정: 안정적인 회계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남: 가족과 친구들 모두 놀라워했죠. 회계사로서 남부럽지 않은 급여와 직급을 갖고 있었고 전망도 아주 좋았거든요.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모두 진심으로 응원해주었습니다. 회계사 일을 하면서 제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부유층이었어요. 간단히 말해 저는 부자들의 돈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 했던 거죠.
고층 빌딩의 화려한 쇼윈도 앞을 기웃거리면서도, 한편으론 매일 반복되는 교통 체증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이 겹쳐오곤 했어요. 내가 가진 능력을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쓸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차 함께 타기’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사회적 기업 창업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유로스타보다도 인기 많은 프랑스 카풀 시스템
수정: 한때 한국에서도 ‘카풀’이 유행이었는데, 사회의 한 생활문화로 정착되지는 못했어요. 안정성 문제로 카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요, 베트남에선 어떤가요?
남: 먼저, 차를 제공하는 차주가 일정과 시간, 비용, 간략한 개인 프로필 등의 정보를 <함께 가요> 홈페이지(dichung.vn)에 올리면, 동승을 원하는 사람이 연락을 취하는 방식이에요. 저희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공간만 열어주고 신청자들이 직접 연결을 주도하지요. 오토바이, 승용차 등의 자가용 함께 타기, 택시 함께 타기, 여행 함께 가기 등으로 분류해 운영하고 있어요.
사업 준비 과정에서 카풀 문화가 정착된 유럽 사례를 집중 연구했습니다. 프랑스의 블라블라카(Bla Bla Car)라는 카풀 서비스 업체는 대중교통 수단의 대체재로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런던과 파리 등을 연결하는 철도인 유로스타보다도 더 많은 승객이 이용하고 있어요. 유럽도 2004년부터 카풀이 유행했는데, 블라블라카처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된 것은 2010년부터였어요. 무려 6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거죠.
유럽의 카풀 서비스 모델을 베트남에 적용할 때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안전 문제였어요. 낯선 사람과의 동행에서 오는 부담을 해소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죠. 그래서 차주의 사진과 간략한 프로필, 운전면허증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온라인 문화에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호감을 갖고 신뢰할 만한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수정: 베트남 현지 상황과 문화에 맞는 카풀 사례가 있다면요?
남: 유럽에서 자동차 공유 경제가 활발한 이유는 낙후된 대중교통 시스템 때문인데요, 베트남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처음에 <함께 가요>는 공항과 시내 중심가를 오가는 교통편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어요. 하노이의 경우 시내에서 노이바이 공항까지 약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문제는 다른 대도시들도 비슷한데, 택시 비용이 만만치 않아 서민들에겐 큰 부담이죠.
이 점에 착안하여 노이바이 공항 항공서비스 주식회사(Airport Taxi)와 협력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시내-공항 택시 함께 타기 사업에 집중해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이를 통해 카풀 문화와 더불어 <함께 가요>를 널리 알릴 수 있었고요. 사업 시작 7개월만에 약 5천명이 참가해 2만 회의 카풀이 성사되었고 4천km를 동행했습니다. 회원의 대부분은 하노이, 호치민, 다낭, 하이퐁, 껀터 등의 대도시에 살고 있고요.
길 모르는 수험생에게 ‘일일 세옴 기사’ 되어주기
▲ <함께 가요>의 세옴(Xe Om) 자원봉사단 © 아맙
수정: 차 함께 타기 사업 이외에도 <함께 가요>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원 사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 매년 6월은 대학 입시철입니다. 전국 각 지방에 있는 수험생들이 하노이, 다낭, 호찌민 등으로 이동하죠.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학생들이 숙소나 학교로 이동할 때, 길도 모르고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은 비싼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오토바이 택시인 세옴(Xe Om)을 타는 것도 부담스럽죠. 노선도 모르는 시내버스를 이용하기도 어렵고요.
<함께 가요>는 수험생들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옴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오토바이를 가진 도시청년들이 수험생들을 위해 일일 세옴 기사가 되어주고요, 숙식과 숙박 정보, 입학시험 관련 노하우까지 알려주는 도우미가 되는 겁니다.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 1백여 명이 넘는 세옴 자원봉사단이 꾸려지죠. 이들과 수험생들의 만남을 도와주는 온라인 페이지도 운영합니다. 또, 장애인과 노인의 이동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도 별도로 활동하고 있어요.
수정: 최근 하노이와 호치민시에 지하철도 건설하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지요?
남: 정부는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출근 시간을 조정하고, 시클로나 택시 등의 러시아워 시간대에 활동을 금지하고, 고가철도 등 인프라를 투자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방식은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의 여러 계층간 불협화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하노이 도심에 고가도로를 설치했지만 상습 정체 구간은 여전히 길이 막히고 있고요. 오토바이가 생활화된 베트남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늘어난다 해도 고질적인 교통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리라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교통 인프라 확충만이 만능은 아닌 거죠. 교통 법규나 질서를 확립하고, 오토바이, 자가용 등의 수량을 제한하고, 운전자 개개인의 의식 변화 등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교통 혼잡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회적 공유 경제의 꿈 키워간다
▲ 영국문화원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2013 아시아 청년 사회적 기업가 캠프>. 응우옌 탄 남 <함께 가요> 사장도 참가하였다. © 함께 가요
수정: 2012년에는 ‘베트남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CSIP)로부터 베트남을 대표하는 5대 사회적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셨는데요.
남:<함께 가요>는 창립 때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했어요. 사업 구상 초기부터 <CSIP>로부터 창업 자문을 받고, 2012년에는 시작 단계의 지원금도 받았습니다. <세계은행>에서 지원을 받기도 했어요. 우리는 IT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현재 베트남 사회적 기업의 80%가 NGO 성향을 띠는 데 반해, <함께 가요>는 창립 초기부터 사회적 경영에 초점을 두고 일을 시작했어요. 온라인을 통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일반 IT회사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죠.
다행히 최근 베트남의 인터넷 환경과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확대되면서 <함께 가요>가 발전하는 데 토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얼마 전 <CSIP> 주도로 베트남 사회적 기업들이 종합 온라인 쇼핑몰 “Storess”을 열었는데요. <함께 가요>가 웹사이트의 설계와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이제 베트남 사회적 기업들의 상품은 국내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어 홈페이지도 구축돼 있어서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온라인을 통해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넓히고, 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수정: 앞으로 <함께 가요>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요? 현재 꿈꾸고 있는 미래 지향적인 아이템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남:<함께 가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차 함께 타기’ 성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약 1만5천명이 카풀에 참여했고, 그로 인한 경비 절감 효과는 약 9만 달러에 달합니다. 또한 18만 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있어 환경 보호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지요.
앞으로 2년 안에 10만 명이 카풀에 동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특히 베트남 전국에 있는 17개 공항에 ‘택시 함께 타기’가 가능하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해요. 현재 베트남에는 약 4천만 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는데, 그만큼 <함께 가요>가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넓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택시 함께 타기’ 사업의 시장 가치만 따져도 수백만 달러에 달할 정도죠.
대부분의 IT기업이 그렇듯 <함께 가요>의 사업은 대중성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어요.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온라인을 통한 베트남 젊은이들의 참여가 활발했기 때문이죠.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등의 원론을 내세워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누가 보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회 공유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차 함께 타기’뿐만 아니라 어린이 장난감 함께 쓰기, 합동 결혼식, 책 돌려 읽기, 옷 나눠 입기 등 아이템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요? (웃음)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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