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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더 가까이
망각에 저항하는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뉴스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한일 관계 개선의 첫걸음이라고 말한 것과, 최근 방한한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이 아베 정권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도 큰 이슈가 되었다. 이와 관련한 역사 교과서 문제도 조명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는 일본 내부 자성의 목소리, 그리고 해외 각지에서 이어져오는 소식들이 국내 언론에는 줄 잇는다.
국가 차원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것, 그리고 사과를 받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겠지만, 일본이 사과해야 하는 대상은 한국이라는 국가라기보다는 피해자들이다. 그래서 좀더 세부적인 논의와 근본적인 반성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당사자가 제외된 ‘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이처럼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를 경계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면, 마치 피해자들과 피해자를 지원해온 사람들을 무슨 권력을 가진 진영처럼 대하는 담론에 끌려 다니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의 연대와 문제 의식에 대한 공유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한국보다 더욱 심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직도 목소리조차 내고 있지 못하는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과도 연대할 필요를 느낀다. 또한 한국 내에서도 여전히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거나, ‘남성이 지켜주었어야 하는 조선여성의 순결’ 따위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여성음악가들이 던지는 메시지
▲ 여성음악가들이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책, 영화, 음악 등의 매체를 통해 문제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한국의 여성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이야기해주세요], [이야기해주세요-두 번째 노래들]두 장의 앨범이 있다.
첫 번째 앨범은 한희정, 오지은, 이상은, 지현, 무키무키만만수, 시와, 황보령, 송은지(소규모아카시아밴드), 남상아(3호선버터플라이), 트램폴린 등 많은 음악인들이 뜻을 모아 제작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 그리고 일상에서 풀어나가야 할 부분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해주세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담은 첫 컴필레이션 앨범이며, 모든 제작 과정을 자체 해결했다. 각 곡이 담고 있는 가사들은 모두 다 인상적이다. 그만큼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보면, 음악을 통해 더욱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한 앨범에 다양한 색채의 곡들이 모여 있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앨범은 전에도 잠깐 소개한 바 있다.이 앨범은 루싸이트 토끼, 호란, 빅베이비드라이버, 적적해서 그런지, 이효리, 소이, 연진 등 인디음악가부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음악가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 앨범 역시 여성음악가들이 모여 제작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포크 사운드에 집중하면서도 조금씩 변주를 두는 방식을 통해 음악적인 색채와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첫 번째 앨범보다 듣기 편안해졌지만, 가사는 더욱 깊어졌다.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용부터 직접적인 메시지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해주세요-두 번째 노래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생각하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작은 것부터 찾아볼 수 있게 넓은 차원에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망각에 대한 저항, 영상으로 기록하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영화로, 변영주 감독이 만든 [낮은 목소리]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있다. 총 세 편으로 제작된 영화는 피해할머니들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혔다. 할머니들과의 깊은 유대 관계를 통해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 기록의 대상이 되는 사람, 작품을 보는 사람 간의 간격을 좁혔다.
▲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2> (1997)
작품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록이다. 할머니들의 과거와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영화를 통해 할머니들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론으로 접하기 이전에, 그 경험과 고통을 체감하고 공감하게 된다.
[낮은 목소리] 시리즈는 더 나아가 당사자들의 시선,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여성의 몸에 대한 고민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여러 사안을 집중력 있게 풀어낸다. 영화는 서울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에서 회원증을 신청한 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이 이야기되고 있다. 올해 8월 시사회를 목표로 제작 중인 이 영화는 당사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당시 경험-미성년자가 강제로 끌려가기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협박과 회유, 폭력과 유괴가 있었다는 점-을 영화로 각색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진은 투자를 유치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엉망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귀향]은 할머니들이 해오고있는 ‘망각에 대한 저항’을 도우며, 더 늦기 전에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은 무엇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태를 기록하고 있는 책으로는 요시미 요시아키가 쓴 [일본군 군대위안부]를 꼽을 수 있다.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학 교수는 일본군이 위안소의 설치와 ‘위안부’의 징집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일본측 공문서를 발견해 제시했으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는 고노담화(1993년)를 발표하는 계기를 만든 역사학자이다.
이 책은 일본이 당시 군 ‘위안부’를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는 점, 여기서 생겨난 문제들과 폐해들을 기록에서 찾는다. 일본군은 한국뿐 아니라 점령지와 식민지 각지에 위안소를 설치했고, 자국 여성과 한국, 대만, 중국, 네덜란드, 동남아시아 각지의 여성들을 ‘위안부’로 징집하였다. 일본군 내 강간 사건들이 계속 확산되자 이를 막기 위해 위안소를 설치했지만, 군인들이 강간 행위 자체에 문제 의식을 못 느끼기 때문에 소용 없었다고 한다. ‘위안부’를 둔 것은 강간 사건 외에도 성병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지만, 성병은 더욱 심해졌고 위안소 개설도 더 늘어났다.
[일본군 군대위안부]는 당시 일본군 ‘위안부’를 왜, 어떻게 모았고, 어떤 식으로 확장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또 일본이 패전 직전에 전쟁 시 자행했던 행위를 숨기기 위해 조직적으로 기록을 은폐한 사실도 보고한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음악, 영화, 책 등 여러 매체를 소개하였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이 문제를 좀더 가까이 접하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물론, 우리가 속한 사회 영역에서 이 문제는 이미 많이 논의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 이슈로 다뤄지는 뉴스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우리의 일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피해자들은 어쩌면 음 소거 상태에 있는, 잘 안 보이는 존재일 수도 있다.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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