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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싱글세’ 논란과 결혼 권하는 사회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4. 11. 22. 19:50

‘싱글세’ 논란과 결혼 권하는 사회
[내가 만난 세상, 사람] 짝짓기를 강요당하다 

 

※ <꽃을 던지고 싶다>(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의 저자 너울의 칼럼 연재. [편집자 주]

 

 

신입 행원에게 VIP 고객 자녀와 맞선 봐라?

 

저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좋아합니다. TV에서 챙겨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고, 무한도전 달력이며 머그컵 등이 집에 있는 걸 보면 소위 ‘무도빠’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  논란이 된 <무한도전> 380회 방송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  © MBC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서 “홍철아! 장가가자”라는 제목의 특집(380회 방송)을 반영한 적이 있습니다. 1편이 나가고 난 후 많은 시청자들에게 “진상 특집”이라는 비판을 받고서 특집을 접어야 했죠. 무한도전 멤버 중 한 남성의 이상형을 다른 출연진들이 헌팅을 해서 그 중 다섯을 골라 만나게 한 뒤, 최종 한 명과 사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성을 나이와 외모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일이니,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무도빠’인 저는, 개그 프로그램의 치기와 우리 나라 남성들의 잘못된 욕망을 보여준 정도로 쓴 웃음을 지으며 넘겼습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시청자의 비평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옳다고 밀어 부치지 않고 쿨하게 사과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지난 달 7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코미디 프로인가? 착각할 만한 내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시중의 한 은행에서 젊은 여직원들에게 VIP 고객의 자녀와 맞선을 보도록 강요했다는 거였습니다.

 

매년 400여명의 신입 행원 가운데 30여명이 윗선으로부터 이런 권유를 받는다고 하는데요. 인적 사항과 외모가 뛰어난 여직원들을 따로 관리해서, VIP 고객 자녀와의 맞선 자리에 내보내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여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선 자리에 나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시중의 다른 은행에서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은행이 여성의 외모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금융권 관계자의 말도 덧붙여졌습니다.

 

세상에 ‘갑질’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회사 윗선에서 신입 사원에게 고객 자녀와의 맞선을 주선한다면, 그것은 그냥 ‘소개팅 주선’ 정도의 일이 아닙니다. 업무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당사자에게 결코 ‘선택’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마치 금융상품처럼 여성을(그것도 직원들을) 상품화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커플 권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이달 11일, 한 언론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싱글세’(1인가구 과세) 같은 패널티 정책이 필요할 지 모르겠다고 하는,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싱글세’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다음 날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싱글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저출산 대책으로 과거에는 아이를 낳은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줬지만, 앞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페널티를 줘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진짜 농담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처럼 ‘결혼 권하는 문화’에서는 전혀 재미있지 않은 말이라는 걸 아는 지 모르겠습니다.

 

여성을 외모와 나이를 기준으로 등급 매기고,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발상. 위에 언급한 사례들은 여성의 상품화와 이성애 강요, 그리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줍니다.

 

<우리 결혼했어요>, <로맨스의 일주일>, <님과 함께> 등 커플 권하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또 소비되는 것을 보아도 한국은 집단적으로 ‘커플 권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이 결혼을 원하고, 해야 하며, 당연히 이성애 커플이라고 전제되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그것이 강요까지 될 때 많은 사람들이 소외를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비혼을 선택한 사람도 있고, 동성애자도 있고, 한부모 가정 혹은 동거 커플, 무자녀 가정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삶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정상 사회’ 아닐까요? ▣ 너울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번역기사 사이트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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