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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알바' 십대여성 절반 이상이 성희롱 겪어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4. 11. 27. 14:15

십대여성 둘 중 한 명은 최저임금 못 받아 
<서울시 청소녀 아르바이트 실태> 발표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친구들을 통해 호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 호텔은 하루에 아르바이트생을 80명 정도 뽑는데 조금만 실수를 해도 “너 그냥 집에 가!” 막 이러셨다. 표정 가지고 뭐라고 하고, 얼굴 지적하는 분들도 계셨고, 몸매 지적하는 분들도 계셨다.

 

하루는 친구들과 내가 일하는 중간에 핸드폰으로 시계를 봤더니 딴 짓을 했다며 그냥 집에 가라고 하셨다. 하루에 13시간 정도 일하는데 이미 8~9시간을 일했는데도 돈을 주지 않았다. 친구랑 둘이서 노동부에 신고를 했더니 호텔 쪽에서 해명하기를 우리가 몇 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손님들 앞에서 썰어먹었다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따졌더니 호텔 쪽에서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돈을 주셨다.> (신 모씨, 18세 여성)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서울에 거주하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15~19세 십대 여성 5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시 청소녀 아르바이트 실태”를 발표했다. 십대 여성들이 받은 평균 시급은 5,126원으로, 최저임금 5,210원보다 84원 낮았다. 둘 중 한 명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십대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커피전문점의 경우, 65.3%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시급을 주고 있었다.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 각각 59%, 53.7%로 그 뒤를 따랐다.

 

“지각했다고 머리를 주먹으로 맞았어요”

 

11월 22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최로 “십대 여성들의 ‘알바’이야기 5126?!” 청책(시민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한다는 뜻) 토론회가 열렸다. ‘5126’은 십대 여성들이 받고 있는 평균 시급이다. 이 자리에는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십대 여성들이 패널로 참가해 자신이 일터에서 경험한 부당한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다. 

 

           ▲  11월 22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최 “십대 여성들의 ‘알바’이야기 5126?!” 청책 토론회.  ©일다 
  

“주차장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 한번은 지각을 했는데 성인 남성 관리자에게 머리를 주먹으로 맞았다. 거기에서 이 정도는 별로 큰일도 아니다. 그나마 내가 일했던 곳은 다른 곳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염 모씨, 18세 여성)

 

“치킨집에서 닭을 튀기고 서빙 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하게 되었다. 주휴수당, 야간수당 그런 것도 없었다. 일주일 일을 하고 주급을 받으려는데, 사장님이 자기는 청소년 고용이 꺼림칙해서 일주일 일한 돈은 적립해놓고 나중에 일을 관둘 경우 그 돈을 준다는 거다. 나중에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자 사장님은 첫 주 적립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차 모씨, 18세 여성)

 

“일주일에 한번은 쉬는 날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런 날에도 나가서 다른 사람으로 이름으로 일을 하고 돈을 받았다. 어떤 곳은 청소년들은 열시 이후에 근무하면 불법이라면서 일단 열시에 퇴근 카드를 찍고 연장 근무를 뛰라고 했다.” (신 모씨, 18세 여성)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서울시 청소녀 아르바이트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주로 판매나 카운터, 서빙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또 대부분 3개월 미만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며, 하루 약 6시간, 주당 약 3일을 근무했다.

 

일터에서 겪은 부당한 대우로는 제 때에 임금을 주지 않는 ‘급여 지연’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18.2%) 또한 패스트푸드점 업주들은 손님이 없으면 빨리 퇴근을 시키거나, 나가서 시간 때우고 오라고 하여 시급을 주지 않는 형태(일명 ‘꺾기’)로 부당노동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55.1% 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했다. 이 외에도 초과근무 수당을 아예 주지 않거나, 편의점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금액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채우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절반 이상이 원치 않는 신체 접촉 경험

 

           ▲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소녀들의 성희롱 피해 대응 방식(중복 응답)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설문에 응한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49.8%가 ‘십대 여성이라서 더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성폭력이나 폭력, 폭언 위험’ 때문이라고 대답한 경우가 전체의 39.3%를 차지했다.

 

2012년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홍 모씨(19세 여성)는 정수기, 연수기를 판매하고 렌트해주는 업체에서 일할 때 “관리자가 나를 포함한 여성노동자들에게 성희롱을 했는데 나이가 가장 어린 내가 주요 표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무려 절반이 넘는 십대 여성들이 손님이나 관리자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경험했다. 성희롱을 경험했을 때 참고 일하거나 그냥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고, 항의를 하거나 신고를 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십대의 노동을 ‘일탈’로 보는 시선이 걸림돌

 

십대 여성들은 다양한 이유로 일을 시작한다. 탈학교 하거나, 집을 나와서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자신이 필요한 곳에 쓰려고, 혹은 부족한 용돈을 벌기 위해 일하기도 한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캠프와 각종 대회 참가비용 때문이다. 나는 자연계열 고등학생이다. 여러 대학교와 기관에서 개최하는 과학 캠프는 전공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지원을 해주시긴 하지만 사교육비로도 이미 많이 쓰고 있다. 부담을 드리기 싫어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염 모씨, 18세 여성)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본분은 공부’라는 인식 때문에 십대의 노동을 일탈 행위나 비행 행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들도 일터에서 십대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부당노동 행위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김정우 청년유니온 청소년사업팀장은 “이러한 인식 때문에 청소년 자신도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서,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제대로 된 노동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청소년유니온에서 진행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 사진 출처: 청소년유니온 페이스북  
 

김 팀장은 또한, 십대 여성들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을 그만둬도 이직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항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남성 청소년들은 배달 아르바이트나 택배 상하차와 같이 몸은 고되지만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일자리들이 있다. 반면 청소녀들은 판매, 카운터, 서비스 업종 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보니 청소녀들과 업주 사이에 강력한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들은 ‘십대 여성’이라서 더 힘든 점은 ‘일자리 부족’이라고 대답했으며, 필요한 정책으로도 ‘건전한 일자리 제공’을 가장 많이 꼽았다.

 

노동법 위반해도 별 탈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십대 여성들이 노동청이나 노동복지센터에 신고를 해도 사업주들이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 드러났다.

 

“공릉역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다가 그만두었는데 월급날이 되어도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다. 고용노동청에 신고를 했더니 공릉역 점장과 나, 근로감독관이 3자 대면을 한다고 출석 요구서가 왔다. 나는 출석했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출석하지 않았다. 전화를 하니까 내가 점포에 방문하면 월급을 주겠다고 했다. 가서 사직서를 쓰고 월급을 받았다.” (차 모씨, 18세 여성)

 

노동청이나 노동복지센터에서 사업주에게 연락을 하면, 사업주들이 그제야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았다. 차 모씨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근로감독관은 업주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한 사람을 설득하고 업주와의 합의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청년유니온 팀장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현실을 지적했다. “벌금이나 패널티 없이 원래 지급했어야 할 몫만 아르바이트 청소녀에게 지급하면 되니까 사업주 입장에서는 또다시 위법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십대 여성들의 91.2%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돈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되고, 사회 생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열 명 중 여덟 명은 ‘앞으로도 아르바이트를 지속할 생각이 있다’고 답변했다.

 

김정우 팀장은 십대 여성들이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후에 사후적으로 노동 상담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미리 인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부천의 한 고등학교에 한 한기에 거의 한 과목만큼의 시간을 할당해서 노동인권 교육 수업을 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서울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로 참가한 십대 여성 홍 모씨는 “학교 내에 노동인권 전문 교사가 상주하면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나랑(김지현)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번역기사 사이트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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