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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하는 여자’라고? 우리 일은 소중해
<기록되지 않은 노동> 급식조리원 나리씨가 들려준 이야기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무상급식, 친환경급식 등 급식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은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생산자이자 노동자인 급식조리원, 영양사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어머니의 정성과 마음’을 담은 한 끼 식사의 광고는 넘쳐나도, 학교급식을 요리하는 조리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더 건강하고 맛난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다루어지지 않는다.

 

필자 역시 학교식당, 직장식당에서 급식조리원을 매일 만나지만, 주린 배를 움켜쥐며 배식이 빨리 되길 바라는 마음 이상 그녀들을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중학교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는 나리씨를 만나면서, 대부분이 여성노동자인 급식조리원의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전투 같은 8시간’ 급식조리원의 하루

 

급식조리원들의 노동 과정은 학교 일과시간표와 조리 과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출근은 오전 7시 30분까지다. 출근하자마자 유니폼으로 갈아 입는다. 전날 입고 세탁기에 돌려놓은 유니폼을 헹군 후 널고, 어제 널어 놓은 빨래는 갠다. 오전 8시 10분에서 15분 사이 영양사의 조회가 시작된다. 조회 내용은 그날 메뉴와 조리법이고 시간은 10분 정도다. 본격적인 조리 작업은 정확히 오전 8시 반에 시작된다.
 

▲ 나리씨의 작업장은 전처리실, 조리실, 교내식당, 그리고 후처리실이다. 
 

나리씨는 중학생들의 식사 한 끼를 만드는 일을 하지만, 집에서 식사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다섯 명의 급식조리원들은 53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530인분을 정해진 시간 안에 조리해야 하며, 식중독이 걸리지 않게 위생도 주의해야 한다. 다섯 명이 530명의 식사를 세시간 동안 다 만든다는 것은 전투와 같다. 무거운 식재료를 다듬고, 옮기고, 불 앞에서 조리하고, 뜨거운 용기에 음식을 담아 옮기는 것. 이 모두를 학교의 점심시간 10분 전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업장은 전처리실, 조리실, 교내식당, 후처리실이다. 전처리실에서 처음 하는 일은 식품 검수이다. 식품 검수가 끝나면 식재료를 씻는다. 김치 같은 식품은 냉장고에서 빼내고, 그날 쓸 재료를 씻고 다듬는다. 다듬은 식재료를 조리실로 옮긴 후, 그녀는 전처리실을 청소한다. 청소가 끝나면 불을 모두 조리실로 이동한다. 전처리실에서 사용한 장갑, 앞치마, 머릿수건을 벗고, 조리실에서 사용할 장갑, 앞치마, 머릿수건으로 갈아입는다. 오전 9시 반쯤 전처리실 업무가 종료되니, 한 시간 정도 식재료 검수와 손질에 시간을 보낸 것이다.

 

조리실로 들어가면, 먼저 온 한 사람이 물을 미리 받아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내고 있다. 이제 모두 함께 조리를 시작한다. 매일 식단이 바뀌는데, 주찬은 닭 볶음이나 제육볶음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여서 양을 많이 한다. 부찬은 칼로리와 영양소 비율을 맞추기 위해 주로 나물이나 샐러드를 한다. 주찬과 부찬은 2인 1조로 돌아가며 일한다. 한 명은 국 끓이고, 한 명은 밥 안치고, 한 명은 고기 양념해서 볶고, 한 명은 나물 무치고.

 

조리가 끝난 음식은 배식통에 담아 냉장고 온장고에 보관한다. 썬 김치는 시원한 냉장고에 넣고, 뜨거운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닭볶음탕이나 제육볶음, 탕수육은 온장고에 넣는다.

 

허겁지겁 20분만에 점심 먹고 또 일해

 

배식은 학교마다 다르다. 지금 일하는 중학교는 11시 20분에 선생님 배식부터 시작된다. 아이들 배식은 12시 20분에 시작되므로, 10분 전에 보온고와 냉장고에 보관된 배식통을 배식대로 옮긴다. 지금 일하는 곳은 식당 배식이지만, 전에 일한 초등학교는 교실 배식이었다. 한 반마다 들어가야 하는 밥, 국, 반찬을 각각 다른 배식통에 넣으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와서 각 반 교실 앞에 배식통을 올려 놓는다. 배식은 도우미 엄마들, 할머니들이 한다.

 

초등학교에서 일할 때는 아르바이트생이 배식통을 가져가는 11시 30~40분경이 급식조리원의 점심 시간이었지만, 중학교는 훨씬 늦다. 식당 배식은 급식조리원들이 배식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점심 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가 그녀들의 점심 시간이다.

 

“휴식 시간? 그런 거 절대 없어. 점심 시간 한 시간 밖에 없어. 근데 한 시간을 통으로 쓰지 못해. 20분만에 밥 먹고, 일어나서 식판 같은 집기를 치우지. 식기는 설거지가 잘 되게 물에 담가두는 거지. 그러면 두 시가 되걸랑? 두 시 반까지 쉬지. 학교마다 다 다르지만, 우리는 그래.”

 

점심 시간 한 시간을 오롯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급식조리원들이 식사하는 20분, 1차 설거지와 청소를 마치고 난 후 30분이 하루 중 그녀가 가지는 유일한 휴식 시간이자 점심 시간이다. 아침 조회 전 10분의 커피타임을 더한다면 하루 총 한 시간 휴식 시간이 있지만, 이는 점심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나온 시간이다.

 

점심 시간이 끝나면 2인 1조로 청소를 하는 팀과 각종 집기를 정리하는 팀으로 나뉜다. 밥솥, 잔반통, 조리도구들을 미리 물에 불려야 설거지가 쉽기 때문이다. 2차 청소는 오후 2시 반부터 3시 반까지 설거지와 마무리 청소를 한다. 전처리실, 조리실, 세척실 뿐 아니라 학생들이 먹은 식당도 청소한다. 오후 3시 반이면 급식조리원 휴게실에 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날 사용한 유니폼, 앞치마 등을 세탁기에 넣고 세탁 버튼을 누른 후 퇴근한다.

 

바쁠수록 사고가…다치는 경우 비일비재

 

나리씨의 노동 강도는 작업량에 따라 달라진다. 교육청에서 정한 기준은 영양사를 포함한 급식조리원 한 명 당 150명 학생의 식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나리씨는 이 기준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했다. ‘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학생수 당 급식조리원 비율이 똑같냐’ 라는 질문이었다. 급식 회수, 예를 들어 아침, 저녁 급식을 하면 거기에 맞게 조리원 수는 증가되지만, 초.중.고등학교에 따라 변화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학생 150명당 한 명을 준단 말이야. 근데 음식은 고등학교 애들은 초등학교 애들의 3배를 먹어요. 생각해 봐요, 8살짜리하고 19살짜리하고 먹는 양이 똑같겠어? 고등학교는 그래서 정말 힘들어, 정말 죽어나. 고등학교가 조리사들이 자꾸 바뀔 수 밖에 없지. 내 생각에는 초등학교가 150명이면, 중학교는 130명 정도, 고등학교는 100명 요렇게 인원을 주는 게 맞는 것 같아.”

 

학생들의 먹는 양은 조리해야 될 밥, 국, 반찬의 양과 연결되며, 조리원들의 작업량을 결정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 먹는 양이 상식적으로 봐도 다른데, 조리원 배치 기준은 같다. 과도한 작업량은 노동자들을 쉴 틈 없이 쥐어짜며 일하게 만든다. 돌아서면 배고픈 청소년기 아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만큼 음식을 만드는 일은, 재료를 풍부히 살 수 있는 비용만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작업량을 측정해 인원을 고용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나리씨의 노동 강도는 학생수뿐 아니라 그날 메뉴와 조리법에 따라 달라진다.

 

“거의 수제로 많이 하는 날이 힘들지. 영양사마다 기준이 다른데. 우리 영양사는 수제로 만드는 걸 진짜 좋아해. 수제로 만들면 먹는 사람이 즐겁지. 먹는 사람이 즐거우면 조리사들이 힘든 거야. 돈가스 같은 거 우리가 다 직접 재서 튀기기도 하는데, 그렇게 다 직접 튀겨서 만들려면 시간이 모자라니까. 인스턴트 돈가스랑 수제 돈가스를 섞어서 쓰지.”

 

학생들은 인스턴트 돈가스보다 수제 돈가스를 더 맛나게 먹는다. 수제 돈가스를 만들기 위해, 조리원들은 돼지고기를 망치로 두드리고, 밑간으로 재우고, 밀가루를 묻혀 털어낸 후, 계란물을 입히고, 빵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문제는 그들의 작업이 540명이 먹을 돈가스를 만드는 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가스는 반찬 중 하나일 뿐, 반찬과 밥, 국을 내놓기 위해 세 시간 만에 재료도 손질하고 요리해야 한다.

 

타협안으로 인스턴트 돈가스와 수제 돈가스를 함께 만든다. 한 끼 식사를 위해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지만, 급식조리원들의 노동 강도는 점점 더 세져 간다. 과도한 노동 강도는 한끼 식사의 양과 질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산업재해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치는 게 비일비재해. 우선, 일하는 손이 모자라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내가 해보니까 바쁘면 바쁠수록 잔사고가 나더라구. 근데 한가한 날은 정말 부딪치지도 않고 잔사고도 안 나. 바쁘니까 급하게 가다가 부딪치고. 찢기고 그러는 거지. 안 바쁘면 절대 그런 일이 안 나더라구. 조리 기구가 다 쇠고 스뎅이니까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열악한 학교는 조리실은 좁지, 전처리실 조리실 구분 안 되고 한 곳에서 일하지. 거기서 씻고 조리하니까 좁은데 항상 젖어있으니 미끄럽고. 좁으니까 쭈그려서 아래 일하는 사람, 그 위에 또 조리하는 사람 있으니. 급하게 하면 서로 못 보고 부딪치고 다칠 수밖에 없지.”

 

나리씨의 이야기처럼, 과도한 작업량에 따른 업무상 긴장 상태가 ‘잔사고’라 일컬어지는 산재에 영향을 준다. 그녀가 강조한 학생수 당 급식조리원의 비율, 작업 환경의 개선, 메뉴와 조리법 등은 급식조리원의 노동 강도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사용 경비를 줄여가며 적은 인원을 유지하면, 학생들의 건강이 달린 급식의 양과 질이 떨어지게 될 뿐 아니라, 조리원들의 건강도 일할수록 나빠진다.

 

밥 하는 일, 여자 일이라 그런가?

 

급식조리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은 아주 힘든 육체적 노동을 하지 않는다’ 라는 신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흔히 ‘밥하는 일쯤이야’ 라고 생각하지만 수백 명의 밥, 국, 서너 가지 반찬을 세 시간 이내에 요리하는 일은 빠른 손놀림과 높은 숙련도, 그리고 집중도가 요구된다. 대부분이 여성인 급식조리원의 업무는 고통과 통증을 수반하는 신체 활동을 포함하고 있고, 그녀들이 감수하는 위험도 남성노동자와 다르지 않다.

 

“무거운 거 혼자 들면 안 되고. 동그리 바퀴 달린 거에 올려서 이동해야 하고. 뜨거운 거 끓이고 옮길 때도 항상 조심해야 되지. 사고가 많이 나니까. 나는 아니지만, 작년에 저기 옆 학교에서 국통 안전핀 때문에 화상으로 입원해 일을 그만뒀다고 하더라구. 올 초에 어느 초등학교 조리원이 죽었어. 거기가 열악하더라구. 빨리빨리 일해야 하니까. 그 사람이 미끄러져서, 뭘 담그려고 뜨거운 물 받은 통에 빠졌대. 병원서 치료를 잘 하고 있었는데, 여자 생식기가 다쳐서 그 안으로 감염이 된 거야. 며칠 뒤 죽었어. 화상치료를 받다가 생식기 감염으로 죽은 거야.”

 

여성들이 일하는 일터가 안전할 거라는 편견은, 그녀들이 겪는 업무상 재해가 무엇인지, 또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고 있다. 급식조리원의 노동은 ‘가벼운 업무’로 취급된다. 그래서 목숨을 앗아간 산재가 발생해도 ‘안전하고 쉬운 일’을 하는 여성의 실수이고 우연히 여러 일이 겹쳐져 발생된 일이지 ‘위험한 작업장’의 문제는 아니라고 여긴다.

 

안전한 일, 허드렛일이라는 편견은 급식조리원이 받는 직무 교육 내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이 받는 직무 교육은 오직 위생 교육뿐이다. 위생 교육조차 근무 시간이 끝나고 한 달에 한 번, 한 시간 동안 한다. 영양사가 달력을 들고 모두 가능한 날을 잡아 영양사실에서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생 교육은 한 달에 한 번. 말 그대로 위생 교육이지. 일단은 식중독 같은 거, 그릇 옮기는 거, 균 같은 거. 일할 때 손 씻기, 교차 위험 시키지 말기, 앞치마 장갑이 전처리실, 조리실, 세척실마다 다 달라. 그런 거 딱딱 지키면서 해야 하고. 균 같은 거 알려주지. 근데 왜 위생 교육을 일과 다 끝나고 우리를 앉혀놓고 교육을 하냐고. 시간외 수당도 안 주면서.”

 

왜 급식조리원의 직무 교육은 위생 교육밖에 없을까? TV 프로그램에 나온 요리사, 조리사들은 영양 파괴가 적고 식감이 살아있는 조리법을 끊임없이 계발하고 훈련하는데, 왜 이런 훈련이 급식조리원 직무 교육에 포함되지 않을까? 영양사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조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일까? 새로운 메뉴가 계발되면 이를 연습하지도 않고 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된다는 것인가?

 

그 이유는, 급식조리원의 일과 기술에 대해 ‘누구나 여자라면 할 수 있는, 배울 필요도 없는 간단한 업무’라고 보는 편견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기계약 전환! 권리는 공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여성의 일에 대한 편견은 임금과 근로 계약에도 반영된다. 올해부터 교육부는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을 매달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하기 시작했다. 나리씨가 일하는 서울시 교육청은 방학과 주말을 제외한 1년 275일 임금 기준일수로 일당을 준다. 8월 5일자 한겨레신문 보도(“방학기간 월급 반토막, 서러운 학교 비정규직”)에 따르면, 여름방학이 있는 8월 임금은 절반으로 떨어졌고, 몇몇 학교는 방학 중 청소 일수를 줄이거나 연차를 사용하도록 강요하였다. 임금 지급에 있어 유사한 문제를 겪는 학교 비정규직은 전국 14만 2천152명이다.

 

‘괜찮은 여성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항상 떠돌지만, 학교 비정규직인 급식조리원들의 방학 때 생계 문제는 왜 고려되지 않을까? 최저임금은 왜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을까?

 

뿐만 아니다. 근로계약에 있어서도 급식조리원은 임시직, 계약직이었고, 언제든 다시 뽑아도 되는 노동자라고 여겨졌다. 이러한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작년 “전국 157개 학교급식 차질”, “학교 비정규직 파업 ‘급식 대란’” 등의 보도로 알려진 비정규직 학교 급식조리원의 파업 덕분이었다.
 

   ▲  작년, 학교 급식조리원들은 교육청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당시 조리원들의 요구안은 학교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일당제가 아닌 호봉제로 해달라는 것과, 노동 시간 차별을 해소하고 교육청에서 직접 고용해달라는 것 등이었다. 현재 전국 5만6천353명의 급식조리사/원 중 정규직은 2천458명에 불과하다. 나리씨는 작년 노동조합이 데모해서 겨우 얻어낸 것이 정규직과 동등한 조건은 아니지만,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바뀐 점을 꼽았다.

 

“어쨌든 무기계약이 되고 나니까, 노조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다들 생각을 해. 노조가 꼭 필요하다. 그래도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도 무기계약이 되니까, 조리원들이 할 말을 조금 더 하지. 예를 들어, 영양사가 말도 안 되는 걸 시킨다. 다른 때는 꾹 소리 안 하고 일했는데, 이제는 내 의견을 이야기하지. 조리법에 대해서든 메뉴에 대해서든 말하게 되지. 그 전에는 내가 쟤한테 찍히면 일년 있다 잘릴 수 있잖아. 근데 무기직이 되니 그런 눈치 보는 건 사라지지. 그 전까지는 반문 안 했던 것을 말할 수 있는 거지.”

 

나리씨는 큰 변화를 느꼈다. 영양사가 시키는 일을 하는 보조가 아니라, 바로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 사이에 생기기 시작한 점 역시 중요한 변화로 보았다. ‘내 권리를 찾는 게 공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난 밥해주려고 태어난 것 같아

 

마흔일곱에 새로 시작한 급식조리원 일이지만,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낯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집 가까이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힘든 일이지만 그녀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밥하는 일이 ‘천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리씨는 “딸은 엄마를 닮는다더니, 평생 밥장사만 한 엄마의 팔자를 닮아서”라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 예상한 것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지만, 그녀는 이 일에서 보람을 찾는다.

 

“나는 밥 해주려고 태어난 것 같애, 진짜. 어쩔 때 보면 진짜. (웃음) 사람들 밥해주러 태어난 사람 같애. 이제는 천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애들이 맛있게 먹으면 좋고. 애들 밥을 줄 때, 급식하고 나서 애들이 참 밝아졌어요. 급식하고 나서 결석률이 많이 줄었대. 왜냐면 공부는 안 하더라도 밥은 먹으러 오는 거야. 진짜로. 그래서 애들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할 때 많이 먹어, 이럴 때 기분이 좋지. 와, 내가 이 아이들을 위해서 밥을 했구나. 문제 아이들도 조금 있어. 있지만 걔네들도 계속 웃으면서 대해주면 정말 상냥해. 상냥해져.”

 

나리씨는 아이들이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다. 한 끼 밥을 짓는 것은 타인을 위한 행위이다. 그녀에게 밥 한다는 것은 가족을 위한 가사일이면서도, 나와 가족 생계를 벌기 위한 임금노동이기도 하며,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수단이다. 이전처럼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하는 봉사활동은 못해도, 맛있게 밥 먹는 아이들, 상냥하게 바뀌는 아이들을 보는 보람 역시 크다.

 

급식조리실과 학교식당, 그곳이 맛있고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일하는 사람도 시간에 쫓겨 일하지 않고 정성껏 자기 음식을 만들 수 있으며, 먹는 사람들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 김향수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번역기사 사이트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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