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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쿠키와 과자의 고장, 브르타뉴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일다 www.ildaro.com 

 

가난했던 시절, 농민들의 음식 걀레뜨와 크레프

 

귀국해서 브르타뉴의 거친 비바람을 뚫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특색 있는 맛난 것들을 더이상 못 먹게 된 것은 무척 아쉬웠다. 어느 고장이나 다 특유의 맛난 것들이 있듯이, 브르타뉴에는 특색 있는 먹을 거리들이 정말 많다.  

 

                   ▲  토마토 소스를 얹은 버섯 요리가 담긴 걀레뜨, 사과주스가 곁들여졌다.     © 정인진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이 크레프(crep)의 고장으로 유명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브르타뉴는 걀레트(galette)의 고장이기도 하다. 크레프와 걀레트는 한 쌍이다. ‘바스브르타뉴’에서는 걀레트를 ‘메밀 크레프’(crep de ble noir)라고 부르고, ‘오뜨브르타뉴’에서 걀레트라고 지칭하면서 크레프와 걀레뜨를 구분하고 있다.

 

달걀과 우유, 버터를 넣은 묽은 밀가루 반죽을 넓게 부쳐서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는 것이 크레프라면, 걀레트는 메밀가루에 소금간만 해서 얇고 넓게 부친 전병으로, 식사의 주요리에 해당된다. 걀레트 식사에 크레프가 후식으로 뒤따르는 게 일발적이다.

 

몹시 가난했던 시절에 먹었던 걀레뜨와 크레프가 오늘날에는 건강식품으로, 또 브르타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지방의 토속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서유럽에서 밀은 생산량도 적고 값도 비싸서 충분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밀은 귀족이나 부농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일반 농민들은 거의 먹지 못했다. 어린 아이들이나 아주 특별한 날 잔치를 벌일 때, 밀을 맛볼 수 있었다. 서민들은 호밀, 보리, 귀리, 메밀이나 밤 같은 곡식들을 먹고 살았다.

 

메밀은 16세기에 들어와 노르망디 지방과 브르타뉴 지방에서 재배되었는데, 밀을 수확한 이후 심어서 겨울이 오기 전에 수확했다. 밀은 볏과에 속하고 메밀은 여뀌과에 속하는데도 프랑스 사람들은 메밀을 ‘검은 밀’(ble noir)이라고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 브르타뉴에서 메밀은 수세기 동안 주요한 식량공급원이 되었다.

 

걀레뜨는 소금간을 한 묽은 메밀 반죽을 식용유를 두른 팬에 넓게 부친다. 옛날에는 거기에 계란이나 정어리를 싸서 먹었는데, 현대에 와서 돼지 넙적 다리로 만든 햄이나 소시지가 덧붙여졌다. 요즘은 넓게 부친 전병 위에 버터를 바르고 햄과 생계란, 채 썬 치즈를 차례대로 얹어, 주변을 접어 사각형으로 만들어 식탁에 낸다. 이 메뉴가 바로  ‘꽁쁠레뜨’(complete)라고 부르는, 가장 값싸고 기본이 되는 걀레뜨 요리다.

 

‘꽁쁠레트’ 말고, 버섯이나 토마토 등 각종 야채를 이용한 요리와 염소젖 치즈나 푸른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는 블루치즈,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산물 요리를 싸서 먹기도 한다. 걀레뜨에 싸서 먹는 요리는 정해져 있지 않고 매우 다양하며, 취향껏 마음대로 조합해서 먹을 수 있다.

 

걀레뜨 후식으로 뒤따르는, 밀가루로 만든 크레프는 유럽에서 밀이 귀했던 만큼 한참 뒤에 등장한 것이다. 크레프는 잼 같은 달콤한 것을 발라먹는 것이 특징이다. 발라 먹는 걸로는 '뉴뗄라'라고 불리는 헤이즐넛과 초콜릿으로 만든 크림이나 이 지방의 특산품인 캬라멜 크림 등이 인기가 많다. 또 브르타뉴에서 많이 생산되는 사과를 졸여 크레프에 싸서 먹어도 아주 맛있다.

 

뜨겁게 구운 버터 케이크 ‘구웬 아만’

 

그 외에도 브르타뉴에서 유명한 먹을 거리는 정말 많다. 레이스처럼 아주 얇게 부친 크레프를 돌돌 말아 바삭하게 구운 과자는 마리-캬틀린느 코르닉(Marie-Catherine Cornic) 여사가 20세기 초에 발명한 것으로, 현재는 프랑스 전 지역에서 맛있게 먹는 대중적인 과자가 되었다. 

 

                   ▲  구웬 아만(Kouign Amann).  오른쪽에 있는 것은 구웬 아만 큰 판이다.    © 정인진 
  

또 ‘구웬 아만’(Kouign Amann)이라고 부르는 버터 케이크는 두아르느네(Douarnenez)라는 도시에서 최초로 만들어, 브르타뉴 전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구웬 아만’의 구웬(Kouign)은 ‘케이크’나 ‘브리오슈’라는 뜻이고, 아만(Amann)은 버터를 뜻하는 브르타뉴어로, 버터빵이나 버터 케이크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구웬 아만은 그 이름처럼 버터를 엄청 많이 넣고 거기에 설탕까지 넣어 달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이 케이크는 1860년, 두아르느네에서 빵집을 운영하던 이브-르네 스코르디아(Yves-Rene Scordia)씨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졌다. 그의 요리가 명성을 얻고 각지로 펴져, 지금은 브르타뉴 지방 어느 곳에서나 맛있는 구웬 아만을 맛볼 수 있다. 구웬 아만은 뜨겁게 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브르타뉴에 살면서 구웬 아만을 몇 차례 사먹어 보았지만, 버터가 너무 많이 들어간 탓에 먹을 때마다 건강이 염려되어 손을 떨어야 했다. 큰 판은 한번도 산 적이 없고, 아주 작은 조각만 사먹었을 뿐이다.

 

‘트라우-마드’ 쿠키로 유명한 도시, 뽕따벤

 

한편, 고갱이 머물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뽕따벤’(Pont-Aven)은 예술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브르타뉴의 특색 있는 과자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  퐁다벤(Pont-Aven)의 유명한 과자점, 트라우-마드(Traou-Mad)    © 정인진  

 

그 전통이 오래된 것은 아니다. 1920년부터 ‘트라우-마드’(Traou-Mad)라는 과자집에서 만든 쿠키들이 이름을 떨친 것에서 출발한다. 트라우-마드에서 만드는, 버터가 들어간 두꺼운 쿠키들은 재료가 매우 단순한데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풍미를 지녔다고 평가 받고 있다. 트라우-마드 회사에서 생산되는 과자 외에도 뽕타벤은 브르타뉴 특유의 케이크들과 쿠키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맛난 것들이 많이 생산된다.

 

뽕따벤을 방문했을 때,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케이크를 큰 판으로 한판 사버리는, 평소에는 결코 하지 않는 행동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 케이크는 ‘브르타뉴 케이크’라고 부르는 것이었는데, 너무 달고 버터가 많아서 끝까지 먹느라 고생했다.

 

그러나 투라우-마드에서 생산되는 ‘빨래’(palet)라는 과자는 언제 먹어도 맛나다. ‘빨래’는 버터쿠키의 일종으로, 이 동네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들어가 과자의 맛이 짭쪼름한 것이 특징이다. 빨래와 함께 걀레뜨라고 부르는 과자도 투라우-마드의 유명한 쿠키다. 이 쿠키에 브르타뉴에서 생산되는 버터와 천일염을 이용해 만든 ‘버터크림’이라고 부르는 캬라멜 크림을 발라 먹으면, 그 맛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

 

뤼(LU)…공장에서 생산된 과자가 이렇게 맛있다니!

 

브르타뉴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과자의 고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브르타뉴의 중심지였던 낭트에 있는 뤼(LU)라는 과자 회사는 프랑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과자를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곳에서 생산된 ‘쁘띠 베르’(Petit beurre: 작은 버터쿠키)는 아이들 손에 쏙 잡히도록 만든 최초의 쿠키로, 오늘날도 유명하다. 쁘띠 베르 외에도 뤼에서 생산되는 과자는 프랑스 사람들이 매우 좋아한다.

 

▲  전통적인 방식의 쿠키를 파는 브르타뉴의 과자점들(Pont-Aven)  © 정인진 
 

애초에 ‘르페브르-위틸’(Lefevre-Utile)이라는 회사에서 출발한 뤼는 1846년 장-로맹 르페브르(Jean-Romain Lefevre)와 이자벨 위틸(Isabelle Utile) 부부의 제과점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낭트의 ‘브왈로(Boileau)가’에 전통 제과점을 열고, 랭스(Reims)지방 스타일의 비스킷을 만들어 팔았다.

 

1882년, 아들 루이 르페브르-위틸(Louis Lefevre-Utile)은 부모의 제과점을 공장식 생산 체계로 발전시킨다. 그는 루와르 강가에 공장을 세우고, 1886년에는 유명한 ‘쁘띠 베르’ 과자를 만들어 이름을 널리 알렸다. 루이의 손자 파트릭 르페브르-위틸(Patrict Lefevre-Utile)은 1950년대에 다양한 종류의 비스킷을 생산하고, 로고도 ‘뤼’(LU)로 바꾸어 현재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그건 1968년의 일이다. 마치 동화 속 성처럼 생긴 뤼 공장은 낭트를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을 드나들 때마다 가족들에게 뤼의 ‘쁘띠 베르’를 사다 주곤 했는데, 이 과자를 맛본 사람들은 모두들 진짜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과자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하면서, 나도 뤼의 과자를 먹을 때마다 감탄하곤 했다.

 

지금은 나에게 구웬 아만도, 쁘띠베르도 모두 추억의 먹을 거리가 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한 가을로 접어들자, 브르타뉴의 맛난 쿠키와 함께 커피를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올 가을에는 브르타뉴의 쿠키를 구우며 분위기를 내봐야겠다.  정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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