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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을까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렌의 쓰레기 감량 정책

 

 

‘교육일기’와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광고지 넣지 마세요’ 스티커가 붙은 우편함

 

렌에 살 때, 신기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는 “Stop pub”이라고 쓴 스티커들이 붙은 개인우편함이 종종 눈에 띈다는 사실이었다. 광고지를 넣지 말라는 뜻이란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에는 매주 엄청난 양의 광고지가 우편함에 꽂힌다. 대부분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건들과 할인상품을 소개하는 광고 소책자이다. 이 정보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러 간다.

 

그 양이 하도 많아, 종이를 아끼자는 취지에서 이런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가 있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바로 렌과 렌 주변 도시를 포함한 렌 광역시 차원에서 벌이는 운동이었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렌 광역시에는 매년 일인당 470kg의 쓰레기를 생산하는데 그 양은 프랑스 전체 평균보다 125kg 적은 양이다. 이러한 성과는 1995년부터 시행한 “Stop pub” 운동이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주거 밀집지역에서 “Stop pub” 스티커를 붙인 가구는 20%에 달한다고 한다.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를 없앤 것도 영향이 컸다. 렌의 슈퍼마켓에서는 비닐봉지가 모두 사라진 상태다. 시장 가방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계산대 앞에서 가방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렌의 여러 슈퍼마켓에서는 곡식류를 담는 봉투를 종이 봉투로 빠르게 교체해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노력에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쓰레기를 줄이는데 협력하는 기업의 태도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2천500 제곱 미터가 넘는 규모의 마켓에는 특별한 쓰레기통을 설치한 것이다. 분리수거를 하기 위한 것인데, 이 쓰레기통에 막 계산을 마치고 나온 치약의 종이포장지나 과일의 포장용기 등을 버리면 포인트를 추가해 주는 방식의 운동을 지난 2011년 7월부터 벌여오고 있다.

 

“가장 안전한 물은 수돗물입니다”
 

▲ 생수산업의 폐해을 다룬 <The Story of Bottled Water>  중에서.  ©storyofstuff.org 
 

“Stop pub” 운동 외에도 렌 시는 생수 대신에 수돗물을 마시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렌에서는 매주 일인당 6개의 생수병이 쓰레기로 배출된다. 렌 광역시는 수돗물이 생수에 비해 비교도 안될 만큼 싸고, 수돗물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만큼 가장 믿을 만한 물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수돗물 마시기 운동은 생수병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임에 분명해 보인다.

 

또 매년 집집마다 전화번호부 책을 무료로 배포하던 것에서, 점차 배포 부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화번호부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다. 매년 가을 초에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집은 전화번호부 책을 받지 않겠다는 신청하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적어도 가구당 2kg의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방법은 모두 렌 광역시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는 지역이 된 이유들이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고 쓰레기를 더 줄이기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냉장고나 가구도 새 것으로 바꾸기보다 기존의 것을 좀더 쓰도록 꾸준히 캠페인을 펼쳐왔다.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천연자원에서 채취한 것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렌은 점차 주거밀집 지역의 쓰레기 집결장에 ‘재활용 컨테이너’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루 100개의 냉장고와 200개의 세탁기가, 어떨 때는 상태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하치장으로 모이는 실정이다. 지금도 이것을 분류해, 쓸만한 것은 저소득층이나 대학생들, 두 번째 집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앞으로는 재활용 컨테이너를 설치해 좀더 원활하게 재활용 자원이 유통되도록 할 계획이다.

 

도심 뜰에 마련된 ‘퇴비박스’

 

렌 광역시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특히 내 관심을 끈 것은 꽁포스테르(composteur)라고 불리는 ‘퇴비박스’이다. 이 박스는 주로 아파트 단지나 여러 가구가 사는 다세대 주택단지 뜰에 설치되는데, 과일이나 야채껍질, 시든 꽃이나 화초, 썩은 야채, 커피 찌꺼기 같은 유기물들을 버릴 수 있다. 유기물은 박테리아와 버섯, 벌레들에 의해 분해되어, 몇 달 지나면 매우 훌륭한 질의 흙이 된다. 렌의 녹색쓰레기 수거 담당자에게 전화하면, 퇴비박스를 수거해 가고 새 박스를 설치해 준다. 

 

▲  ‘녹색 쓰레기’를 수거하는 금요일. 정원이나 뜰을 손질하며 생긴 쓰레기들을 대문 앞에 내놓는다.  ©정인진  

 

퇴비박스를 개인주택에 설치하고 싶다면, 구입할 수도 있다. 20유로만 지불하면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꽁포스테르를 시청에서 직접 살 수 있다. 이 퇴비박스를 이용하면 쓰레기를 30~40% 더 줄일 수 있다고 하니, 렌 광역시에서 콩포스테르에 거는 기대가 크다. 퇴비박스를 설치하는 곳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렌은 ‘녹색쓰레기’라고 불리는, 나무나 화초를 손질할 때 생산되는 쓰레기의 재활용량을 현재 35%에서 2015년에는 45%로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개인주택의 퇴비박스가 큰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하면서, 퇴비박스의 장점을 홍보하고 시민들에게 그 사용법을 지도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립 어린이집에서 ‘천 기저귀’ 사용하기

 

렌은 2015년에는 쓰레기를 7% 더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 각자 45kg을 더 줄여야 한다. 시에서는 그 양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큰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는 피자나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적게 먹을 것을 권하고,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식당에도 퇴비박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또, 아기들의 일회용 종이 기저귀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큰 관심사이다. 한 아기에게 들어가는 종이기저귀는 평균 6천300개 정도인데, 그 양은 1톤이 넘는다. 시에서는 빨아 쓰는 천 기저귀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시에서 관할하는 어린이집(creche)에서 천 기저귀를 사용한다면, 눈에 띄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곧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런 렌 시의 노력에는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도리어 집에서는 천 기저귀를 쓰더라도 어린이집에서는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할 텐데, 시설에서 적극적으로 천 기저기귀를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신선했다.

 

사실 주민 개개인이 쓰레기를 줄이기로 결심하고, 그로 인해 뒤따르는 수고로움도 감수하도록 관에서 요구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렌 광역시는 쓰레기를 더 줄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스스로 습관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의식을 높이는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에서 천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은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쓰레기를 더욱 줄이기 위한 렌 시의 노력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지자체가 창의적인 노력을 하는 것에 감동했다. 쉼 없이 고민하고 모색한다는 사실을 하나하나의 정책에서 느낄 수 있었고, 나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흥미로운 방법도 많았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고통스럽고 불편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습관을 배우는 것이고 더 높은 시민의식을 갖춰나가는 즐거운 실천이라는 것을, 렌의 쓰레기 감량 정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 정인진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사이트> 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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