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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프랑스 기차여행을 떠나요! 

 

 

‘교육일기’와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 일다 www.ildaro.com 

 

여행 권하는 프랑스의 기차, SNCF

 

귀국한 뒤에도 프랑스의 기차 SNCF(Societe nationale de chemins de fer francais: 프랑스 철도회사로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에서 발송되는 뉴스레터 구독을 끊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라고 유혹하는 값싼 기차표들은 이제 이용할 가능성 없으니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지만, 프랑스에 머물 당시에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  브레스트(Brest)역의 내부 모습   © 정인진 
 

SNCF는 1937년 창설될 당시엔 국가 자본 51%와 6개 회사의 민간 자본 49%가 투자되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운영했다. 그것이 국가에 전적으로 귀속된 것은 1983년의 일이다. 그러다 1997년에 철도 운행은 SNCF가, 철도 인프라 경영은 RFF(Reseau ferre de Franc)가 관리하는 형태로 나뉘면서 SNCF는 ‘공기업’ 형태로 민영화된다.

 

이때부터 일부 지역선은 지역 정부에 책임이 맡겨졌고, 2002년에는 전 지역으로 확산되어 지역열차인 TER는 경영과 투자 모두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대도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인 TGV 역시 1997년 공기업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국가에서 직접 운영할 때에 비해 비용이 인상되고 할인 혜택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공기업인 SNCF가 독점 운영하고 있는 만큼 크게 상업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SNCF의 만성적인 적자와 부채 때문에, 지난 6월 국회에서 통과된 ‘철도개혁법안’은 SNCF의 운영을 앞으로 더 치열한 경쟁으로 몰고 갈 거라고 예측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누렸던 프랑스 기차여행의 즐거움과 편리함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SNCF는 승객들의 복지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고, 큰 폭의 할인행사를 벌이기도 하고, 수익과는 별 관련이 없는 시민들을 위한 이벤트를 벌여왔다.

 

휴가와 명절을 더욱 즐겁게 하는 할인티켓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독일의 프랑크프르트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장을 엄청나게 싼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었던 건 할인 기차표 덕분이었다. 잘 살펴보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는 행사들이 늘 있다. 프랑스의 기차는 꾸준히 이벤트를 벌인다. 시민들이 더 많은 곳을, 적은 돈으로도 다녀올 수 있도록 기차 삯을 할인해 주는 행사가 주를 이룬다.

 

그 사이 좀 뜸했던 SNCF의 메일이 6월 들어서자 부쩍 늘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에게 바캉스 여행을 권하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5주나 되는 유급 여름휴가가 있다 보니, 바캉스가 다가오면 프랑스 전역의 유명한 도시들을 싸게 가볼 수 있는 기차표를 팔았다는 걸 떠올렸다. 브뤽셀, 밀라노, 쥬네브, 런던 등 유럽의 다른 관광지들도 엄청나게 싼 값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소식은 내 마음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   렌(Rennes) 기차역 앞 광장   © 정인진 
 

또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이나 친구들이 표를 한꺼번에 여러 장 구매할 경우에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로리앙(Lorient)과 깡(Caen), 파리(Paris) 등 유명한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를 그 기간에 싸게 다녀올 수 있도록 기차표를 팔고 있었다.

 

국가적인 명절에는 그 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다. 크리스마스나 정초에는 파격적인 가격에 기차표를 살 수 있다. 행여라도 교통비가 없어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해서인지, 가격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옛날 유학 시절에는 나도 이런 기차표를 구입해 파리와 루앙을 여행한 적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값싼 티켓을 구해 여행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고려한 서비스

 

할인 혜택뿐 아니라, SNCF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기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아이들을 동반한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이동이 불편할 수 있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기차여행을 하도록 배려하는 여러 조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출발역과 도착역에서 이동을 돕는 보조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보조원들은 시민이 요청하는 곳까지 동행해주는데, 출발 전에 역에서 보조원의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당일 신청할 경우에는 보조원이 자리에 있을 경우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출발 48시간 전, 수도권에서는 출발 전날 저녁 8시 전까지 예약하면, 확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조원의 도움에는 가방을 들어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15kg 넘지 않는 선에서 가방 하나는 무료로 옮겨준다. 짐이 여러 개일 때는 전화로 신청하면 원하는 곳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25% 할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는 30개 한도 내에서 첫 번째 짐은 33유로, 그 다음 짐부터는 15유로씩이다.

 

보조원의 도움이 더 필요한 경우, 예를 들어 집에서 기차역까지, 또는 기차역에서 집까지 동행이 필요하거나 여러 날 여행하는 동안 도움이 필요할 때도 신청할 수 있고,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여행할 때 동행하면서 아이들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서비스들은 거리와 일정, 어린이들의 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기차역에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당연히 존재하고, 계단에도 어린이나 팔이 짧은 어른을 위해 손잡이가 낮고 높게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다. 표지판들이 잘 되어 있어 청각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청력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음량을 높여 안내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버튼이나 알람이 존재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불편 없이 기차를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한 특별한 시설도 갖춰져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내견들은 어떤 기차에서도 돈을 내지 않고 탑승할 수 있다. 또 80% 이상의 장애를 가진 사람과 동행하는 1인은 50% 할인 가격으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을 위해 SNCF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데, 장애 등급에 따라 25%에서 많게는 10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이 있다.

 

기차역에는 장애인을 위한 혜택과 시설물 이용 방법, 특별한 장치들이 어느 위치에 달려 있는지 잘 설명해 주는 안내책자는 물론, 점자로 된 가이드도 비치되어 있다.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기차역 피아노 

 

▲  렌 기차역 안에 놓여 있는 피아노, ‘누구나 연주할 수 있어요’ 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 정인진 
 

이동성 있는 기차의 특성을 이용해 특별한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이번 봄에는 산업 박람회가 열렸다. “새로운 산업 프랑스의 기차”(Le Train de la ‘Nouvelle France Industrielle’ www.TNFI.FR)란 제목으로 열린 박람회에서는 기차 칸을 전시회장으로 꾸며, 프랑스 전역의 15개 도시를 돌았다.

 

4월 7일 파리를 출발해 26일까지 20일간 스트라스부르, 툴루즈, 낭뜨를 거쳐 릴에서 끝이 났다. 기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역에 머물러 있고, 도시 간 이동은 밤에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 기차는 특별히 호텔과 식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꾸며 놓았다고 한다.

 

박람회는 특히 지방에 사는 젊은이들이 다양한 기업을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며, 기업에서도 인재를 찾고 새로운 협력자와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선 미슐랭(Michelin: 타이어 회사)이나 뤼시벨(Lucibel: LED 전구회사) 등 약 20여 개 기업들이 참여해, 지방 대학과 전문학교 학생들을 초대해 직업 훈련과 직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프랑스의 기차가 이윤만 추구하지 않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산업박람회처럼 국가적 차원의 거창한 행사도 있지만, 작고 사소한 것들도 많다. 그 중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기차역에 비치되어 있는 피아노다.

 

역을 오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여러 역에 피아노를 설치해놓았다. 이 피아노는 누구나 연주를 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도 프랑스 여행 중 기차역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면 저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쁘게 역에 들어섰을 때도, 먼 여행에서 지쳐 돌아왔을 때도, 음악을 들으면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되고 다시 좀더 느리고 가볍게 발걸음을 뗄 수 있게 될 것이다. ▣ 정인진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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