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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너지에 의지해있는 프랑스의 미래는?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58개 원자로를 안고 있는 땅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www.ildaro.com  

 

원자력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2011년에 일어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이 사건 이후, 독일과 스웨덴은 핵발전에 더이상 의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밝힌 바 있다. 아직도 스웨덴에 10개, 독일에는 17개의 핵발전소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것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화력발전을 증가시키더라도 핵발전을 해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한 독일에 비해, 프랑스는 핵발전과 관련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  프랑스 전역에 존재하는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저장소. 하얀 굴뚝이 원자로, 노랑 검정 동그라미가 핵폐기물 저장소.  
 

프랑스에는 현재 19개 장소에 58개의 원자로가 있다. 인구 대비, 핵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78%의 전기를 원자력에너지에 기대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58개 원자로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8만개의 풍력발전기가 필요한데, 현재는 2천 개 조금 넘는 수가 있을 뿐이다.

 

1970년대에 심각한 세계 원유 파동을 겪으면서, 프랑스는 에너지 자원을 다양화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그 때 프랑스가 선택한 것이 원자력에너지였다. 프랑스는 핵 에너지를 석유에너지에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에너지로 여기고 대규모 핵발전소들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1951년 미국에서 최초로 핵발전소가 전기 공급을 시작한 이후, 1963년 프랑스의 쉬농(Chinon)에서도 첫번째 핵발전소가 건설되었다. 1966년에서 1971년 사이에는 쉬농에 셋, ‘생-로랑-데-조’에 둘, 뷔제이에 하나, 총 6개의 원자로가 프랑스 전력 생산의 5%를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 19개 장소에서 58개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프랑스인들은 1970년대만 해도 핵에너지가 환상적인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고 믿었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핵에 대한 위험성을 느낀 프랑스에서도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핵유출 사고는 다시 한번 프랑스인들에게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수톤에 달하는 ‘핵쓰레기’ 문제에 봉착한 프랑스

 

그러나 프랑스 사회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서 핵발전을 포기하기 힘들어 보인다. 예전에 프랑스의 공무원이면서 녹색당을 지지하는, 스스로 환경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핵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의 상황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핵발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지만, 전기값이 싸고 환경오염도 시키지 않잖아… 그리고 우리 나라는 우크라이나나 일본과는 달라!’

 

나는 친구의 이러한 의견에 잠시 놀랐지만, 그것이 그녀 개인의 생각만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의견들 속에 핵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논거들로 제시되는 것들이 바로 그 친구가 말한 내용이었다.

 

즉, 핵발전만큼 값싼 에너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전기값이 가장 싼 국가라고 한다. 유럽 평균 1년 동안 소비자 한 명이 소비하는 전기값이 930유로인데 반해, 프랑스는 625유로이다.

 

또, 화석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생각할 때, 핵에너지는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주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핵에너지가 환경오염을 가져오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는 않다. 핵발전 역시 필연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발전 과정에서 냉각수로 쓰이는 물을 그대로 바다로 흘러보내 수온 상승을 일으켜 물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핵발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원자력발전 결과 생산되는 수톤에 달하는 핵쓰레기도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재는 이것들을 저장하기 위한 저장소를 찾는 것도 쉬워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에는 현재만 해도, 1천1백 개의 핵폐기물 저장고가 존재한다.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저장고를 표시한 지도: http://archives-lepost.huffingtonpost.fr/article/2009/02/11/1420238_dechet-nucleaire.html) 현재도 이렇게 폐기물 저장고가 많은데, 앞으로 언제까지 저장할 수 있는 장소들이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  자동차에 단 ‘핵발전 반대’ 스티커   © 정인진 
 

핵발전에 찬성하는 두번째 논리는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나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 같은 대형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1986년 4월에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통해, 핵발전이 얼마난 위험한지 똑똑하게 목격한 바 있다. 이 사고가 원인이 되어 발병한 암으로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된다. 게다가 최근 2011년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오늘도 여전히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방사능 물질을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자기 나라가 일본이나 우크라이나와는 다르다며, 핵발전 기술을 과신하고 있다. 물론, 프랑스에서 이런 대형 사고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 ‘루아르-에-세르’(Loir-et-Cher)지역의 ‘생-로랑’(Saint-Laurent) 핵발전소 누출 사고가 있었는데, 다행히 외부로 누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외부 누출로까지 이어졌다면 엄청난 사건이 되었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앞으로 비슷한, 혹은 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낙관할 수 없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프랑스에서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1년 일본 원전 사고를 지켜보았던 프랑스 정부도 환경부와 에너지부, 해양부, 지속적인 발전부 등 여러 행정 부처를 중심으로 핵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고민들을 시작했다고 한다. 프랑스 사회의 대책 모색이 어느 방향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 정인진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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