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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 당사자 설문을 통해 본 직장생활의 어려움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이니셜의 앞글자. ‘성적 소수자’를 뜻함)가 직장생활을 하는데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당사자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2013년 7월 17일, 일본 오사카에서는 기업의 인사 인권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여 ‘다양성(Diversity) 최전선, LGBT가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라는 스터디모임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의 인사 인권 담당자를 주축으로 60명의 참가자가 자리를 메워 주최 측도 놀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직장 스트레스와 커밍아웃의 상관 관계 

▲ "LGBT가 겪는 어려움을 가시화하고 싶다"는 무지개빛 다이버시티 대표 무라키 마키 씨.  © 페민 
 
행사를 주최한 ‘무지개빛 다이버시티’는 LGBT가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자는 것을 목표로 하여, 기업을 대상으로 성적 소수자에 관한 연구와 스터디, 조사, 컨설팅을 진행하는 그룹이다. 대표 무라키 마키 씨는 주조회사, 외국계 컨설팅 회사 등 5개 회사에서 근무한 후, ‘무지개빛 다이버시티’를 설립했다. 무라키 씨 자신이 LGBT 당사자로서, 기업에서 ‘근무의 어려움’을 느끼고 이러한 활동의 필요성을 통감했기 때문이다.
 
LGBT가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지만(2012년 덴츠연구소 조사), 일본에서는 본격적인 조사가 실시된 적이 없어 성적 소수자에 관한 신뢰성 있는 통계나 자료가 없는 상태다.
 
“LGBT 근로자의 문제에 대해 고려하고 대응하고 싶지만, 경영자 층을 설득하기 위한 데이터가 없다”는 기업 담당자들의 연이은 요청을 계기로, 무지개빛 다이버시티는 2013년 2월부터 3월에 걸쳐 LGBT 당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이번 스터디모임에서 무라키 씨는 1천125명의 응답을 통해 도출된 사실을 공유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한 사람은 38.5%이다. 하지만, MTF(Male to Female, 신체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스스로의 성을 여성으로 인지하는 트랜스젠더)와 FTM(Female to Male, 신체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스스로의 성을 남성으로 인지하는 트랜스젠더)의 절반은 커밍아웃을 했다. 이 결과에 대해, 무라키 씨는 외관상 타인이 보았을 때 트랜스젠더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는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았고, ‘직장에서 차별적인 언행이 자주 이루어진다’고 대답한 사람 중에는 커밍아웃한 비율이 낮았다.
 
무라키 씨는 이와 관련하여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설명했다. “기업에서 근무를 시작할 당시에는 ‘일과 섹슈얼리티는 상관 없다, 일을 잘 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는 당연스레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파트너와의 여행이나 생활에 대한 것을 어떻게,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될지 항상 판단을 강요 당하는 상황이었다.”
 
정서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트랜스젠더
 
‘차별적인 언행이 있다/자주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47.7%를 차지했다. “우리 아이가 호모가 되면 어쩌나”하고 가벼운 농담처럼 내뱉는 동료들의 차별적인 말이나 웃음에 상처 받으면서도, 들키지 않도록 함께 웃어 보이는 등 당사자의 스트레스는 일상적으로 쌓여간다.
 
성적 소수자라는 것을 계속 숨겨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인사담당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더니, 이 사실을 회사 메일을 통해 알리는 바람에 ‘2차 피해’를 당했다는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도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느낀다. 하지만 LGBT의 경우, 그 어려움의 정도가 전혀 인지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LGBT 노동자들의 정신적인 고립을 막기 위해서, 예를 들어 ‘성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무지개 스티커를 컴퓨터에 붙이는 등 사회적 액션을 통해 우선은 ‘LGBT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달라”고 무라키 씨는 주문한다.
 
고용 형태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은 MTF(Male to Female)의 비정규직 고용률이 일반남성보다 높다는 점이다. 성별이나 본명이 기록된 신분증을 통해 트랜스젠더임을 들킬까봐 염려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생활이나 인간관계가 불안정해지고, 고립되기 쉽다는 문제를 떠안게 된다. 참고로, 일반 전직률이 51.8%임에 반해, LGBT는 60.0%이다.
 
“그만두는 진짜 이유를 회사에 말하지 못한다” 

▲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다양성(Diversity) 최전선, LGBT가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스터디모임. 기업의 인사 인권 담당자들이 참여했다.    © 페민 
 
유엔에서는 2011년 6월 ‘인권, 성적 지향, 성인지’에 대한 유엔인권이사회 결의가 채택되었고, 일본도 이에 찬성했다. 여기에는 고용 상의 다양한 차별, 예를 들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해고나 승진 차별, LGBT나 파트너에 대해 복리후생을 적용하지 않는 것(육아와 돌봄 휴직, 연금, 건강보험제도 등)을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제적인 흐름이나 인권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기업 중에도 LGBT 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LGBT에게 특화된 연구를 진행한다거나, 공급/거래 기준에 LGBT에 대한 대응을 반영하거나, 사내에 LGBT 당사자 그룹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다. 하지만, 아직은 많지 않다.
 
스터디에서는 “당사자로서 근무에 어려움을 느껴 전직할 곳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만 두는 진짜 이유를 회사에는 말하지 못한다”는 당사자의 발언이 나왔다. 한편, “당사자가 5%나 있다는 숫자를 실감하지 못한다. 내가 (나도 모르게) 차별을 해왔나 싶어 당황했다”며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인사담당자의 목소리도 있었다.
 
LGBT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고 이러한 생각을 공유함에 따라,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사례들도 생기고 있다. 성적 소수자가 자신에게 커밍아웃을 해올 경우, 이를 알게 된 이성애자 일반은 궁금한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배려해야 할 것은 ‘LGBT가 아닌 사람에게도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인가’ 라는 점이다.
 
“잠자리에 남자 역, 여자 역이 있나?” 같은 무례한 질문은 논할 필요도 없겠지만, 궁금한 점들을 그저 억누르게만 하지 말고 “억지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이면서 “다소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무라키 씨는 이야기한다.
 
LGBT 차별금지법, 동성커플의 권리 보장해야
 
무라키 씨는 “LGBT가 겪는 어려움에 대응하여 직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힘쓰면, 인간관계나 스트레스가 개선되어 근무 환경이 향상되고, 전직률이 일반적인 수준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일하기 좋은 환경은 근무 성취도로 이어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LGBT 인권에 대한 고려는 기업에게도 좋은 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LGBT 당사자들만 대상으로 해선 안 된다. LGBT 차별의 근저에 있는 ‘성차별’에 대해, 그리고 ‘다양성’에 관한 사고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기업들이 인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에는 성적 지향에 관하여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나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법 제도 속에서 LGBT를 특별히 강조하면서 그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 제도를 바꿔나가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뀐다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스터디모임 자리를 정리했다.
 
‘다양성(Diversity) 최전선, LGBT가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모임에서 나온 지적고 제안들에 대해, 기업측은 얼마나 회사 안에서 공유하고 노력할까. 정보 교환이나 담당자의 관리 감독 등을 포함하여, 지속적으로 이러한 모임이 개최될 필요성을 느꼈다.
 
[직장에서 LGBT 노동자가 겪는 문제]
 
1. 환경적 고통 - 직장의 차별 금지 규정에 LGBT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일상적으로 LGBT를 조롱하는 언행이 이루어진다. 이는 당사자에게 무언의 압력이 된다.
 
2. 커뮤니케이션 부족 - 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상사나 동료를 신뢰하기 어렵다. 사생활에 대한 화제를 피하기 위해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스스로 피하게 된다.
 
3. 취약한 고용 - 커뮤니케이션 부족이나, LGBT라는 것에 대한 소문으로 인해, 직장 내 집단괴롭힘, 취업 차별, 승진 차별, 해고 등의 대상이 되기 쉽다.
 
4. 소속감의 결여 - 경조사나 가족수당 등의 복리후생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불공평을 느낀다. 어차피 자신은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
 
5. 정신건강 악화 - LGBT라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긴장, 불안, 고립의 스트레스가 있고, 이는 우울, 적응 장애, 출근 거부, 자살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된다.
 
6. 안전망의 부재 - 문제가 일어났을 때 상담 창구 역할을 하는 인사담당자, 노동조합, 회사 의료진 등이 LGBT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기 때문에 당사자가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7. 생산성 문제 - 위와 같은 문제가 있으면 당사자의 업무 생산성이 10-30%나 악화된다.
 
8. 원인 불명의 이직 - 위와 같은 요인으로 이직하게 되어도, 그 사실을 인사담당자 등에게 밝히지 못한다.  [© 무지개빛 다이버시티2013]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관계에 있는 일본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샤노 요코 씨가 기록하고,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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