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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식당 주인은 휠체어 손님을 싫어해요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3.12.23 21:00

[차별받은 식탁] 중증장애인과 함께한 외식 
 
장애인과 식당을 찾아가 식사하며 공평한 밥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획 “차별받은 식탁”이 4회 연재됩니다. 일다와 제휴 관계인 비마이너(beminor.com) 조은별 전 기자가 취재하였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www.ildaro.com 

식당 주인은 휠체어 손님을 싫어해요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집 밖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외식을 꺼리고, 음식 메뉴는 골라본 적도 없으며,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만 확인하는 사람들.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 밖 활동이 불편한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응답 장애인의 54.9%가 ‘장애인 관련 편의시설이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사회적 편의시설이 부족한 탓에 집 밖 활동에 제약을 받는 장애인들은 밖에서 밥 한 끼 해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식당에 들어가는 문턱부터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전동휠체어를 탄다면 동선 때문에 식당에 있는 손님들에게 비켜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개인 그릇을 챙기는 것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장애인들은 어떻게 음식점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올 여름, 대구의 한 식당을 찾았다.

▲ 대구의 한 식당. 휠체어 탄 일행이 식당 옆문 앞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 비마이너 
 
동대구 역에서 손거정씨, 허광훈씨, 박명애씨를 만났다. 그곳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탔다. 서울에서 함께 내려간 일행까지 총 여섯 명이 찾아간 곳은 대구 반고개역 근처에 있다는 한 막창집이다.

시작부터 난관이다. 음식점 입구에는 조그마한 문턱이 있었다. 이 턱은 전동휠체어가 속도를 내면 타고 넘을 수 있는 높이였다. 그러나 문틈을 살짝 열고 자리를 살폈더니, 식당 측에서는 ‘전동휠체어가 6대나 들어오면 다른 손님을 못 받아서 안 된다’ 라고 잘라 말한다.

“밖에서 드실 거면 드시고.”

선택권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거정씨가 자연스러운 듯 밖 테이블로 향했다. 일명 드럼통 테이블 두 개를 붙여 자리를 잡고, 돼지 막창 6인분을 주문했다.

광훈씨는 식당 안으로 못 들어간 것이 살짝 속상했던지, 이런 저런 얘기를 풀었다.

“식당에 못 들어간 적 많아요. 식당 주인들은 휠체어 손님을 싫어하기도 하고…. 덥지만 밖에서라도 먹을 수 있으니 괜찮아요.”

옆자리의 명애씨는 광훈씨와 함께 식당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광훈씨랑 식당에 가본 적이 있는데, 광훈씨가 앞장서서 들어갔거든. 주인이 광훈씨를 슬쩍 보더니 동전을 던지더라고. 구걸하러 온 줄 안 거야. 어이가 없어서. 마음 같아서는 소리 지르면서 싸우고 싶었지.”

명애씨는 그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님 없는 식당의 ‘밖’에서 식사하는 장애인

▲  식당 밖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명애씨와 형숙씨 © 비마이너 
 
먹고 싶은 메뉴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음식은 어떤 것인지 묻자 모두들 똑같은 대답이다.

“먹고 싶은 것이 있긴 있지. 그런데 알다시피 휠체어를 탔잖아. 먹고 싶은 것을 찾기보다는 편의 시설이 돼있는지를 봐야지.”

“아무리 식당이 친절해도 우리가 7~8명 들어가면 쫓겨나요. 친절과는 조금 달라.”

이렇게 말하며 그들은 식당 밖에 있는 드럼통에 둘러앉아, 손님이 없는 식당 안을 들여다보았다.

조금 있으니 식당에선 이제 에어컨을 틀어야겠다고 창문마저 닫는다. 틀어주던 선풍기도 안으로 들여놓았다. 이날 대구의 최고 온도는 33도였다. 물수건을 목에 대며 흐르는 땀을 닦고 인터뷰를 계속했지만, 이날 따라 정부의 절전 정책이 야속했다. 에어컨을 틀면 창문을 닫아야 하지만, 밖에 이 더위 속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식사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함께 내려간 형숙씨는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듯 “이런 일은 몇 년 전에 장애인차별금지법 만들 때 했던 얘기인데,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이런 일이 벌어지나요?” 반문했다.

형숙씨는 “이런 일은 그냥 두면 안 되고 당장 따져야 한다”고 말하며 당장에라도 주인에게 항의하려 했지만, 오늘의 목적인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기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배급 음식’은 정이 떨어져

광호씨와 거정씨는 싫어하는 음식이 딱 정해져 있다고 했다.

“보리밥에 미역국이에요. 지금은 건강 때문에 사람들이 보리밥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나는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아요. 멀겋게 끓인 미역국에 보리밥을 말아먹으려고 하면, 말도 하고 싶지 않네요.”

이유를 물으니, 예전에 장애인시설에서 살았을 때 매일 먹은 음식이라서 다시 쳐다 보기도 싫다고 했다. 광호씨는 시설에서 먹었던 보리밥과 미역국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직도 생일에조차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 거정씨와 광훈씨는 시설 배급음식을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 © 비마이너 
 
“부모들이 용돈 주는 애들은 마요네즈에 밥 비벼 먹기도 하고, 부잣집 애들은 빠다에 밥 먹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라면 수프가 최고였지요.”

거정씨도 싫어하는 게 있었다. 바로 초코파이. 시설에 있을 때 후원으로 가장 많이 들어왔던 물품이었다. 정(精)을 나눈다는 음식이지만 거정씨는 초코파이에 정이 떨어졌다.

“보통 고기는 비싸니까 생일 때나 서울에서 손님 오면 얻어먹으러 많이 와요. 짬뽕 집에 자주가요. 한 그릇이면 소주도 몇 병 마실 수 있으니까.”

거정씨와 광호씨, 명애씨, 형숙씨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이다. 한 달에 1인 기준 장애인연금까지 60여만 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고기를 먹는다는 건 사치스런 일이었다.

형숙씨도 밖에서 일하다가도 집에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배가 고파도 참고 집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일정이 있어 다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개인 지출은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집에서 요리해 먹으면 아이들과 나눠먹을 수 있고,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는 싼값에 재료를 살 수 있으니 웬만하면 외식을 하지 않는다고.

휠체어 타고 ‘맛집기행’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대구 막창 맛있게 먹어보려 기대하고 왔는데, 문턱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네요. 사실 사 먹는 음식은 잘 먹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도 오늘은 대구까지 내려왔으니 집에 몇 인분 포장해가야겠어요.”

명애씨는 어릴 적에 시설로 보내지지는 않았지만 거의 30년을 집에서만 살아온 재가장애인이었다. 부모님이 주는 밥만 먹으며 온종일 TV를 보는 것이 그녀 일과의 전부였다고 한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7년쯤 전에 장애인야간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 뭐 좋지.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고기를 좋아하진 않고 생선 먹으러 다녀. 여기 이렇게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대구 음식점 조사하러 기자님이랑 같이 다니기도 하고. 나도 수급자니까 마음껏 먹을 수는 없지만 집에서 TV만 보던 때보다는 낫지 뭐.”

식사 도중 결국 더위에 지친 명애씨가 식당 주인에게 부탁해 식당 문을 열었다. 선풍기 바람이라도 좀 쐬게 해달라고 하자 주인은 “문 열면 단속에 걸릴지도 모르는데…”라며 탐탁지 않게 열어줬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바로 눈앞에 있는 에어컨 바람을 쐬지는 못했다.

▲   동대구 역에서 인사하며 헤어진 기정씨와 광훈씨   © 비마이너

“다른 게 슬픈 게 아니고, 맛 따라 음식점에 못 가고 환경 따라 가야 하는 게 속상해. 음식 맛 골라서 찾아 다니면 재밌을 텐데. 가고 싶은 곳은 문턱이 있어서 못 들어가고, 편의시설 좋고 짱짱한 데는 가격이 비싸고. 가격이 비싼 것도 마음의 문턱이 있는 거야. 내가 원하는 곳은 싸고 들어가기 편한 곳인데….”

중증장애인들이 행복한 만찬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닌데, 손님이 없어 비어 있는 식당 안에 중증장애인을 들일 마음이 없는 막창집 문 앞에서,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그렇게 헤어졌다.

언제쯤 이들은 맛 따라 음식점에 갈 수 있을까. 중증장애인이 어느 식당 문을 열어도 손님 대우 받으며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 조은별 (비마이너)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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