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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가사관리사,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름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3.11.21 19:00

노동의 경험이 곧 나의 생애사에요
<공백의 발견> 55세의 가사관리사 J님 _김나현 기록 
 
경력단절이라는 꼬리표는 왜 여성에게만 붙을까? 여성들은 왜 노동시장으로부터 단절을 겪게 된 것일까? 출산과 양육만이 경력단절의 이유일까?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에서 여성들의 공백(경력 단절)의 문제와 현실을 알아내기 위해 ‘일하는 여성’들과 만나, 여성노동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짚어보는 인터뷰를 일다와 공동 연재합니다. www.ildaro.com
 
가사관리사, 가사도우미, 가정부, 파출부? 
 
왜소한 체격에 온화하고 조용조용한 말씨를 가진 J님을 만났다. 올해 55세인 J님은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에 올라온 후 2년여간 가정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경력 단절이 된 적이 있냐는 물음에, 자신은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고 대답했다. 결혼 전 섬유공장부터 시작해서 결혼하고 백화점과 호텔 룸메이드, 식당, 전자공장까지 긴 세월 많고 많은 일을 거쳤다고 한다. 먼저, 지금의 가정관리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여쭤보았다.
 
“지방에서 살다가 큰딸 산후조리로 처음 서울에 올라왔어요. 서울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건너 아는 사람을 통해 이 업체를 소개받아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 사람이 옛날의 파출부가 아니라면서, 괜찮은 일이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정식 직업명은 ‘가사관리사’ 또는 ‘가정관리사’이지만 J님에겐 그 명칭이 다소 어색한가 보다. 지금도 ‘파출부’나 ‘가정부’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회사에선 ‘가사도우미’라고 부른단다. 많은 가정관리사들이 J님처럼 전문업체에 소속되어 있고, 그 업체에서 연결해 주는 일터에 파견되는 방식으로 일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 특별하게 준비하거나 하는 건 없죠. 회사에 처음 교육을 갔을 때, 집에서 평생 하던 일이니까 다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교육했어요. 아무리 집에서 하던 일이라지만, 4시간 동안 남의 집 가서 일하는 건 완전히 달라요. 잘 하려면 저도 배워야죠. 어떻게 일을 해야 효율적으로 하는지, 전자제품 다루는 거라든지 하는 것들을 교육 받았어요. 많이 배웠어요.”
 
관리하는 회사, 급여 주는 집주인…사장은 누구? 

▲많은 가정관리사들이 전문업체에 소속되어, 업체에서 연결해 주는 일터에 파견되는 방식으로 일한다.  ©출처-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월마다 일정한 회비를 내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본사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회원 자격이 유지된다. 그 업체에서 소개해 주는 일만 받아야 하고, 신원을 보증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가정에서 요구할 때는 건강기록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회사와는 어떠한 계약서도 쓴 적이 없다.
 
“주민등록등본하고 건강기록, 보건증만 냈어요. 계약서는 안 쓰죠. 회사는 일절 아무 기록도 안 남기려고 해요. 교육 받을 때 필기도 못하게 하는 걸요. 교육을 안 듣거나, 다른 곳에서 일을 소개받거나 하는 게 들통 나면, 다시는 이곳에서 일할 수 없어요. 항상 사장님이 교육을 하시는데 주로 가사도우미로서의 자세, 마음가짐이라든지. 이게 옛날의 파출부가 아니다, 자부심을 갖고 일해라 이런 거요.”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생겨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고 관리 감독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가사사용인을 근로자에서 제외한 이후, 아직까지 해당 조항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에서 가사노동자가 노동법에서 완전히 제외된 경우는 일본과 한국 정도이다.
 
“월급제로 받고, 매일매일 그 집만 출근하면 그 집 사모님이 사장인 것 같은데…. 일주일에 한두 번만 가거나 그런 경우는, 회사가 소개해주는 데 잠깐씩 나가서 그날 일당 받는 거면, 회사 사장님이 사장인 것 같아요.”
 
적어도 산재, 고용보험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2011년 6월 ILO(국제노동기구)에서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및 권고안”을 채택했다. 가사근로자도 서면계약서를 작성하고, 초과근로수당과 연차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최저임금을 보장할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협약에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가사사용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적어도 산업재해와 고용보험 정도는 적용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다. 반복적이고 무리한 동작으로 인해 질병이 많은데다, 일거리가 부정기적이고 안정적이지 않아서 생계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아파요. 손이랑 팔이. 주로 많이 쓰는 데가 아프죠. 처음 일 년 동안은 오전, 오후로 4시간씩 다 뛰고 일주일에 다섯 집 뛰고 했거든요. 그런데 몸이 너무 안 좋아지니까, 내 몸 좀 챙겨야겠다 싶어서 일을 줄인 거예요. 일 좀 줄이면 좀 낫고 괜찮다 싶어서 일을 더하면 또 심해지고, 육체노동이 심한 일이에요. 단순노동이고. 내가 알아서 조절하는 수밖에 없지요.”
 
긴 노동의 경로 ‘결혼한 여자는 정직원되기 힘들어’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는 J님. 그 전에는 어떤 일들을 거쳐 오셨는지 궁금했다. 한창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 시절은 어떻게 보냈을까? 세 아이를 키우면서 끊임없이 일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섬유 계통에서 일을 하다가 우리 아저씨를 만나가지고 결혼해서 바로 시골로 들어갔죠. 대구에서 시골 과수원 하는 집으로. 큰 애 낳고 나서 도저히 시골생활이 안 되겠다 해서 어른들한테 맡겨놓고 대구로 두 내외만 나왔어요. 그때부터 직장 생활이 시작된 거예요.”
 
노동시장에서 해본 일이라고는 결혼 전에 하던 섬유 일뿐이었다. 같은 업계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아는 오빠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 당시에 섬유 쪽은 주야간 교대로 쉼 없이 돌아가는 고된 일이었다.
 
“아무래도 결혼 생활하는데 야간(작업) 들어가는 건 좀 그렇더라고. 하다가 다른 자리를 알아본 게 백화점. 백화점에서 부식 파는 데 있잖아요. 한쪽 코너에 음식 재료 파는 곳. 미스도 아니고, 정직원으로 들어가기는 힘들거든요. 임대 매장에 부식 팔고 하는 데는 결혼한 사람도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 코너에 사장이 있는데, 아는 사람 통해서 그 사장 밑으로 들어갔죠. 그렇게 하다가 친정 근처에 관광호텔이 들어서서 호텔 룸메이드도 한 몇 년 했지요. 휴게소도 가 보고.”
 
기혼여성은 ‘보조적 생계 부양자’인가?
 
일자리가 길게 유지되지 못하고 자꾸 단절된 이유를 물었다. 세 명의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입학하게 되거나,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거나, 부모님이 편찮아지면서 봉양해야 하는 일들이 몇 년 단위로 계속 반복되었다고 한다. 그 때마다 책임은 온전히 J님의 몫이 되었다.
 
“계속 2년, 3년 단위로 바뀌었지요. 그때마다 계기가 오는 거예요. 애들이 커가면서 학교를 들어가야 되는 거야. 남편이 전자 쪽으로 사업을 해가지고, 나도 경리를 하고, 기계 쪽도 보고 하면서 같이했지. 유치원까지는 하겠는데 1학년 들어갈 때는 내가 아예 도시로 애들을 데리고 와가지고 했지. 일하고 살림하고 병행해가면서 애를 보려니까 다 못하겠더라고. 종일 일하는 거는 안 되겠더라고.
 
남편이 하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다 정리하고 시골로 돌아갔다. 마을 이장을 맡게 된 남편이 옆에서 자기를 내조해 달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또다시 아이들을 시골에 맡기고 홀홀 단신으로 도시에 나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 다녔다고 한다.
 
동생이 하던 통닭집을 인수하기도 하고, 식당도 열었다. 장사는 꽤 잘되었다. ‘문을 열기만 하면 돈이 들어왔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런데 장사는 왜 오래 유지하지 못했을까?
 
“내가 그런 거는 항상 경제력이 약하니까. 우리 큰딸 대학을 보내려니까 장사를 해야만 한 거지. 그래서 내가 애들 대학을 시켰어요. 그래, 대학교 다 보내고 나니까 내가 손을 탁 놓고 싶더라니까. 그게 장사가 나하고는 잘 안 맞아요. 계속 전단지를 뿌리고 열심히 해야 그 정도 되는 거야.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야 되는 거예요. 영업을 해야 되니까. 사람 상대로 다 맞춰줘야 하고. 그래 접었어요.”
 
가족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온 J님 앞에서 ‘경력 단절’이니, ‘보조적 생계 부양자’니 하는 말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도대체 그런 말들은 누가, 누구에게 붙이는 걸까?
 
정부는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여성은 일과 양육,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의 대상자는, 생계부양의 주된 책임자가 따로 있는 ‘보조적 생계 부양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여성=보조적 생계 부양자’라는 고정된 인식 속에는, 정작 생계를 실제 책임지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존재는 없는 것이다.
 
J씨처럼 많은 여성들이 오래 전부터 노동시장에 나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성은 ‘가장’이 아니라며, 집에서 어른 모시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보조자’라며, 적은 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게 만든다. 비정규직으로, 영세한 사업장에서, 비공식적인 영역에서 쉼 없이 일해 온 여성들은 나쁜 일자리를 들락거리며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40세 미만 모집’ 전문성 인정받지 못했다
 
몸이 불편해진 어른들을 모시다가 집 바로 앞에 전자공장이 들어섰다. 이전에 남편이 전자 관련 사업을 할 때 기술직원들에게 일대일로 전문기술을 세밀하게 배워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10명 규모의 조그만 공장이었지만, 들어갈 때부터 좀더 높은 임금을 받았고 반장으로 직급도 올라갔다.
 
“나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거, 남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조립하고 납땜하고 가지만, 나는 전자에 대해서 기호로 보는 게 있어요. 색깔, 번호 같은 거 볼 줄 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워서 들어갔기 때문에. 거기서 10년을 일했지요. 여기서 정년퇴직 해야겠다 마음먹었었는데….”
 
쌍둥이를 낳은 큰딸이 또 연달아 셋째를 낳았다. 산후조리 기간에 뒷바라지 하는 정도로는 감당이 안 되었다. 결국 이제까지의 직장과 생활 터전을 모두 정리하고 딸이 사는 서울로 올라왔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해왔고 인정도 받아온 일이 있는데 왜 전자업종에서 일자리를 찾지 않았을까?
 
“그런데요. 내가 생각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서울 와가지고 일은 해야겠고, 먼저 알아 봤다고. 35세, 딱 40세 미만 모집이라고 되어 있거든. 이거는 손이 재빨라야 돼. 나는 기존에 해온 게 있기 때문에 나이 때문에 느려졌다고 해도 보는 게 있기 때문에 하면 되는데, 일을 시키는 사람들은 안 그런 모양이에요.”
 
“나에 대해서는 버리고 산 사람이라…”
 
‘내 지나온 거 쭉 이야기를 다 했네요’하며 멋쩍어하는 J님. 평생 일을 여러 가지 많이 하셨는데, 그렇다면 언제까지 지금의 가정관리사 일을 하실 생각일까?
 
“내가 55세니까 한 10년은…. 70세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체력만 되면 손 놓을 때까지는 할 수 있겠다 싶은 거예요. 왜냐하면 이거는 나이 제한이 없으니까. 사실 이 나이에 뭘 하겠어요? 아니면 톡 까놓고 식당에 가야 되는데, 나는 그래도 이게 낫다고 생각해요.”
 
만약 생계를 떠나서 생각해본다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냐는 질문에, J님은 한참 동안 머뭇거리며 대답을 망설였다.
 
“음. 생계를 떠나서요?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계를 생각 안 해본 적이 없어요. 남편이 일한 거 가지고는 살 수가 없으니까, 30년 시부모님 봉양하면서도 항상 돈 벌었어요. 계속 애들, 가정 살림, 생계…. 나에 대해서는 버리고 산 사람이라. 그렇게 나는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한참을 고심한 끝에 마지막에 환히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막내가 졸업하고 나면은 나에 대해서 투자를 좀 해볼까 싶어요. 공부를 좀더 하고 싶어요. 일반적인 공부 있잖아요. 뭐 평생교육원 이런 거. 그런 데 가서 해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사회봉사도 해보고 싶고, 또 그런 데 가면 사람들하고 어울릴 수도 있고.”
 
J님이 조금씩 자신의 욕구를 살피며 원하는 삶을 찾아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 김나현
 
※ 이 기사는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womenlink1987.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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