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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10월 28일 톈안먼 차량 돌진사고 현장에서는…] 
 

‘최근 발생한 톈안먼(천안문) 차량 돌진 사고와 관련하여, 중국 당국은 위구르인들의 무장테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세라 권씨가 당시 목격한 상황을 전하며,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갈등 문제에 대한 의견을 기고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10월 28일 정오경 자금성 입구에서 피어오른 연기
 
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오전 10시, 짙은 안개가 톈안먼(天安門, 천안문) 광장을 감싸고 있었다. 이날 공기 오염도는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상태로, 베이징 당국은 될 수 있으면 외부 출입을 자제하라는 뉴스를 계속 내보냈다.
 
숨조차 쉬기 버거운 날씨에도, 톈안먼 광장 앞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광장 이곳저곳에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주시하며 경계를 서는 공안(경찰)들이 있었다. 나는 톈안먼 광장과 자금성을 연결하는 지하 연결통로에서, 자금성으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짐 수색과 몸 수색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오전 11시, 자금성 우측 10여 미터 지점에서 허름한 옷을 입은 한 노인이 땅에 드러누운 채 경찰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공안들이 노인을 제지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넝마주의 같이 보이는 이 노인을 사람들은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잠깐 노인과 경찰이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고서, 사람들의 행렬에 이끌려 그 길에서 자금성 쪽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은 자금성을 열지 않는 날이었다. 사람들은 한들거리며 자금성 주변을 거닐었다.

▲ 10월 28일 정오경, 차량 한 대가 자금성 입구의 교각을 들이받았다. 하얀 연기가 오르더니, 곧 노란 연기가, 연이어 폭발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와 불길이 솟아올랐다.  © 세라 권 
 
그로부터 약 1시간 후, 차 한 대가 자금성 입구의 교각을 들이받았다. 하얀 연기가 오르더니, 곧 노란 연기가, 연이어 폭발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와 불길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어디서 튀어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복 경찰들이 순식간에 사람들을 자금성 앞 도로에서 뒤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공안은 “찍지마, 찍지마!”, “물러서라, 뒤로 물러서라!” 하며 계속 소리쳤다. 그리고 관광객들의 카메라와 휴대폰을 빼앗거나,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삭제하였다. 사람들은 뒤로 밀려나면서 ‘놀라 죽을 뻔했다’를 연발했고, 와중에 한 경찰이 소화기통을 들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연이어 폭발음 같은 소리가 들렸다.
 
몇 분 차이로 생명을 건졌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하며 한참 동안 톈안먼과 자금성 바깥도로에서 서성거렸다. 얼마 있자 엠블란스 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지나갔다. 그리고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경찰차에 태운 일반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차량에 탄 3명을 포함하여 5명이 사망했고 4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건 다음날, 중국 당국은 차량에 탑승해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위구르인들로 밝혀졌다며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안들은 베이징에 거주하는 위구르인들을 대상으로 공범 색출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11월 2일 현재, 중국 베이징 공안국은 톈안먼 차량 돌진 사고가 신장위구르인들에 의해 계획된 무장테러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안은 ‘테러’ 공모 용의자 5명을 체포하였으며, 위구르 독립운동단체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정말 위구르인들이 조직적이고 정치적으로 테러를 일으킨 것인지, 아니면 힘없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인 일가족이 자신들의 생명을 걸고 외친 ‘절망과 원망의 목소리’였는지 중국 정부의 발표만 듣고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톈안먼 광장이 공권력의 압제과 검열에 저항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친 민중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과 연관이 있으리라고 짐작해볼 뿐이다.
 
산업화된 자치구의 ‘가난한 무슬림’ 위구르인
 
나는 1997년에 중국 우루무치의 국경 지대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겪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기차 안에서 두 명의 중국 석유공사 직원과 한 위구르 청년을 만났다. 석유공사 직원들은 우르무치에서 생산되는 석유공장에 출장을 오던 길이라고 했다. 그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위구르인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만큼은 잔인한 언사를 금하지 않았다. ‘위구르인들이 나쁜 짓을 많이한다’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나쁜 사람은 죽여야 해’ 라고 살벌하게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
 
반면, 순해 보이는 위구르 청년은 북경에서 우루무치까지 가는 기차여행 2박3일 동안 우리일행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우루무치에 당도하면 우리를 안내해주겠다며 의기양양하던 청년은, 그러나 우루무치역에 도착한 직후부터 뭔가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국경 지역에서 우리가 한족 경찰의 검문을 받게 되었을 때는 정말 몸을 떨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청년의 공포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안내를 부탁할 수 없어 청년을 집으로 돌려보내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국경에 있는 시장을 돌아다니면서도, 위구르인들이 우리를 보는 눈길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아마 그들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우리를 외국인이 아닌 중국의 한족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야 중국에서 위구르인들이 당해온 고통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구르인들은 한족과는 민족도, 종교도 다른 아랍계 무슬림이다.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지 않고 엄격히 규제함에 따라, 위구르인들의 반발도 가시화되었다. 1997년 2월, 이닝에서는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공안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난사하여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
 
2009년 7월에도 수천 명에 달하는 위구르인들이 우루무치 시내 인민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들의 요구는 한족과 위구르족 간에 일어난 폭행, 살인사건에 대해 중국 공안이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위구르인들이 중국에서 심각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으며, 한족과의 정서적 대립의 골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는 넓은 초원과 비옥한 토양, 무엇보다 석유와 석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챙겨왔다. 그러나 신장자치구가 산업화될수록 부를 축적하는 것은 중국 한족과 외국인 기업일 뿐,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각해져 가난한 위구르인들은 위화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분리독립을 희망하고 있다.
 
감시와 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정부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중국의 인민을 통제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중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동통제 시스템을 완성했다. 모든 기차역과 버스 역에서 신분증 없이는 표를 살 수도, 이동수단을 탈 수도 없다.
 
중국 정부는 역전 개찰구 등에서 신분증과 표를 대조하거나, 역에 플래카드를 걸어 신분증과 표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승차할 수 없도록 교육하였다. 초기 불만을 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더 이상 여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이동통제 시스템은 중국 정부가 ‘얼마나 통치에 불안을 느끼는지’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 톈안먼 차량 돌진사고 직후, 어디선가 사복 경찰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사람들을 현장에서 뒤로 밀어내고 카메라를 빼앗거나 사진, 영상 기록을 삭제했다.    © 세라 권 
 
중국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위구르인들과 같은 소수민족들의 불만,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중국은 이제 약소국가가 아니다. 그리고 중국의 평화가 곧 이웃나라들의 평화와도 연관되어있다. 사회의 평화란, 구성원들을 통제하거나 정의를 침묵하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주자들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고, 또 이웃나라와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국가의 할 일이다.
 
그 첫걸음은 약자를 짓밟아버리거나 인민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일단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 정부가 어떻게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에서, 우리는 중국이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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