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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4. 인디아 아리 "Video"
음악칼럼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미국 소울가수 인디아 아리에게 주목하다
▲ 미국의 소울 가수 인디아 아리의 2001년 데뷔 앨범 [어쿠스틱 소울](Acoustic Soul)
미국의 소울가수 인디아 아리(India.Arie)가 얼마 전 새 앨범을 들고 나왔다. 아쉽지만 이 글은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가수 인디아 아리의 어떤 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디아 아리는 2001년 앨범 [어쿠스틱 소울](Acoustic Soul)로 데뷔하여 2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였으며, 이후 그래미 시상식에 꾸준히 후보로 오르는 등 평단과 음악 팬들 양 쪽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며 그래미 시상식에서만 21번 후보에 올랐고 총 네 번 수상하였다.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인디아 아리의 첫 앨범 중에서도 가장 처음 발표한 싱글 곡 “비디오”(Video)이다. 이 곡은 어쿠스틱 악기들로 담백하게 구성된 알앤비 곡이며, 빌보드 차트 상위권까지 진출했고, 당시 그래미 시상식에 총 네 부문의 후보로 오르기도 하였다.
이 곡은 외모지상주의를 지양하자고 말하는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제모, 피부, 의상 등 굉장히 구체적인 상황들을 열거하면서, 외모지상주의의 면면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후렴구에서는 그러한 기준들이 모두 “비디오”임을 시사한다. 비디오에 나오는 여자들, 슈퍼모델들이 보여주는 예쁜 옷, 예쁜 모습들이 우리의 기준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동시에 그러한 이미지들로 인해 혼란에 빠진 가치관을 깨고,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자신을 사랑하자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매체 속 여성이미지 “난 결론 내렸지, 다 환상이야”
이 곡에서 특히 강조해 말하는 것은 바로 근대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와서 ‘매체’와 ‘경제’가 만들어낸 ‘외모지상주의’이다.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시대에 따라 권력은 끊임없이 특정한 아름다움을 강요해왔다. 미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추상적인 ‘미’의 개념을 규격화하고 구체화하는 동시에 그러한 기준들로 사람의 우열을 가린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외모지상주의는 소비를 부추기는 시장경제와 만나 심지어 개인의 겉을 포장하는 것을 ‘사회적 능력’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과 욕망은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존 사회가 부여한 기준대로 작동한다. 그 기준은 다분히 남성중심적이다. 첫 글에서 이효리의 “미스코리아”를 이야기하면서 말했던, 페미니즘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보통 나의 몸은 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은 몸이라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영향 받고, 몸에 대한 생각들까지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고 노래하는 인디아 아리 © soulbird.com
“비디오”(Video)는 화자가 흑인이라는 점에서, 이 곡이 주장하는 이야기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여성이자 흑인인 사람의 몸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지위라는 이미지(혹은 실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 여성들은 사회에서 ‘인격이 없는 몸’으로 취급하는 가부장적 시선에 노출되기가 더 쉽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부분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운 것을 억지로 싫어하라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아름다움을 탐하는 것과, 인간을 대상화하는 매체의 영향력을 두고 끊임없이 헷갈린다. 이러한 혼란은 결국 ‘아름다움은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또 얼마만큼 아름다움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나?’ 하는 물음으로 귀결된다.
인디아 아리는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주체를 ‘나’로 잡고 기존의 시선을 탈출하자는, 다소 당연한 말투성이의 결론을 던져준다. 그러나 그녀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담백하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말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인디아 아리는 이 곡을 발표한 후에도 “I Am Not My Hair”(헤어스타일 같은 ‘겉모습’과 상관없이 ‘나는 언제나 나’라는 것)를 선보였다. 보이는 것이 누군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인디아 아리라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페미니즘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명료하게 어려운 주제를 풀어내면서 이성적으로, 동시에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비디오>(Video)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Sometimes I shave my legs and sometimes I don't
가끔은 난 다리털을 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Sometimes I comb my hair and sometimes I won't
가끔은 난 머리를 빗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Depend on how the wind blows I might even paint my toes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달렸지, 페디큐어를 바르기도 해
It really just depends on whatever feels good in my soul
그냥 내 영혼에 기분 좋은 것이 뭐냐에 따라 달린 거야
I'm not the average girl from your video
난 너희 비디오 속 그런 보통 여자들이 아냐
And I ain’t built like a supermodel
난 수퍼모델같은 몸매를 가진 건 아니지만
But I learned to love myself unconditionally,
조건 없이 날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
Because I am a queen
난 여왕이니까
I not the average girl from your video
난 너희 비디오 속 그런 보통 여자들이 아냐
My worth is not determined by the price of my clothes
내 가치는 내 옷의 가격으로 결정되지 않아
No matter what I'm wearing I will always be India.Arie
내가 뭘 입고 있든 항상 난 인디아 아리야
When I look in the mirror and the only one there is me
내가 거울을 볼 때 거긴 나밖에 없어
Every freckle on my face is where it's suppose to be
내 얼굴의 주근깨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And I know my creator didn’t make no mistakes on me
날 만드신 분(신)은 나에게 실수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
My feet, my thighs, my lips, my eyes, I'm loving what I see
내 발, 내 허벅지, 내 입술, 내 눈, 난 내가 보는 부분들을 사랑해
Am I less of a lady if I don't wear panty hose
내가 팬티스타킹을 입지 않으면 여자답지 않은가?
My momma said a lady ain't what she wears but what she knows…
엄마가 말했어, 숙녀는 뭘 입느냐가 아니라 뭘 아느냐에 달렸다고
But I've drawn the conclusion, it's all an illusion
난 결론을 내렸지, 다 환상이야
Confusion's the name of the game
혼동이라는 이름의 게임이지
A misconception, a vast deception,
오해이고, 엄청난 속임수야
Something got to change
뭔가 바뀌어야 해
Now don't be offended this is all my opinion
불쾌해 하지는 마, 이건 모두 내 의견이야
Ain't nothing that I'm saying law
내가 말하는 게 법은 아니잖아
This is a true confession of a life learned lesson
이건 내가 삶에서 배운 것들을 진짜 고백하는 거야
I was sent here to share with y'all
내가 여기 온 건 당신들과 나누기 위해서야
So get in when you fit in, go on and shine
비슷하다면 함께 해, 와서 빛을 밝혀
Clear your mind, now's the time
마음을 청소하고, 지금이 때야
Put your salt on the shelf
자학은 그만하고(소금은 선반에 놓고)
Go on and love yourself
이제 계속 널 사랑하렴
'Cause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모든 건 다 잘 될 거야
Keep your fancy drink, and your expensive minks
넌 고급술을 마시고 비싼 밍크를 입으렴
I don't need that to have a good time
난 좋은 시간을 보내는 데 그런 건 필요 없어
Keep your expensive cars and your caviar
넌 비싼 차를 가지고 캐비어를 먹으렴
All's I need is my guitar
난 기타만 있으면 돼
Keep your Cristal and your pistol
크리스탈(와인)이랑 총도 가지렴
I'd rather have a pretty piece of crystal
차라리 크리스탈(보석)이 나을 텐데
Don’t need your silicone, I prefer my own
실리콘도 필요 없어, 난 내 것(가슴)이 좋아
What God gave me is just fine
신이 내게 주신 게 좋은 거야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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