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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1. 이효리 “Bad Girls”


음악칼럼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매력있는 두 여성 가수 ‘나쁜 여자’로 돌아오다

▲ 3년의 공백을 깨고 발표된 이효리 5집 [Monochrome]  
 
현재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여성 솔로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였다. 우선 이효리가 약 3년의 공백을 깨고 새 앨범 [Monochrome]을 내고 타이틀 곡 “Bad Girls”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아이돌 2NE1의 리더 CL이 “나쁜 기집애”라는 싱글을 발표하였다. 공교롭게도 둘 다 ‘나쁘다’는 표현을 쓰고 있고, 스스로 강한 여성임을 표현하고 있다.
 
‘나쁜 여자’ 콘셉트 자체는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어쨌든 고전적인 여성의 역할을 깨는 이미지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나쁜 여자는 주체적이고, 남성중심 사회 속 우위를 뒤집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쁘다’는 단어는 얼마 전부터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의 뜻이 아닌, 쿨하고 멋진 것들을 ‘Bad’, ‘못된’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가끔은 Bad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Good이라는 단어가 그저 그렇다는 뜻을 담는다. 이러한 표현은 영어권으로부터 온 것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착한 사람은 매력이 없고 나쁜 사람이 매력 있다’는 문장이 어느 정도 해당하는 듯하다.
 
이효리의 “bad girls”: 통념을 거부하고 폭력에 맞서기

 
착하다는 말은 때로는 별로라는 뜻이 되고, 나쁘다는 말은 때로 좋다는 뜻이 된다. Bad와 Good이라는 두 단어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읽기보다는 맥락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그러면 먼저, 이효리의 ‘Bad Girls’에서 Bad는 나쁘다는 뜻일까?
 
대답부터 내리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곡에서 말하는 ‘Bad Girl’의 모습은 기존 관념이 기대하는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가 기대하는 젠더(성) 역할에서 한 발짝 벗어난 나쁜 모습은 이효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쁜 여자는 결국 그런 자신을 긍정하는 동시에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좀 더 깊게 살펴보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보자. 뮤직비디오에서는 어릴 때부터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고 나쁜 짓을 하는 여성의 성장 과정이 나온다. 그가 거부하는 것들은 고정된 젠더 역할, 그리고 그것을 반대하는 ‘복수’에 해당한다. 특히 시선의 폭력을 받는 대목과 청순가련하고 순종적인 여성을 부정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에는 “Bad People, Bad School, Animal’s Safety, No War” 등의 큰 문구들이 지나가는 동시에, 시위 장면에서는 “Even If Wear So Sexy You Can’t Touch Me”, “Don’t Touch Me”와 같은 인상적인 피켓들이 보인다.
 
모피 사용 금지를 포함한 동물권 관련 문구도 많이 보인다. 일부 피켓은 ‘슬럿워크’(Slut Walk: '헤픈 옷차림으로 걷기'라는 뜻으로, 여성들이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며 펼친 운동)가 생각나기도 한다. 곡에서 어느 정도 표현의 수위를 조절했다면, 뮤직비디오는 그 뜻을 좀 더 펼쳐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의미 때문에 그 때깔(?)이 퇴색되지 않았다는 점. 너무 아쉽게 지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지만,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팝 아트 느낌의 색감과 재치를 그대로 이어나간다.
 
CL의 “나쁜 기집애”: ‘나는 잘 나가는 멋진 여자’
 
그렇다면 CL의 ‘나쁜 기집애’는 정말 ‘나쁘다’는 의미일까? 글쎄,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CL의 곡에서는 사회적 맥락은 찾기 힘들며, 힙합 문화 내에서의 ‘나쁜’ 여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힙합 안에서 “Bad Bitch”라는 표현을 썼을 때 그것이 정말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라 ‘잘 나가는 멋진 여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나쁜 기집애”는 “Bad Bitch”의 해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쁜 여자는 곧 ‘센’ 여자이고 ‘잘난’ 여자이며 남성들도 여성들도 모두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어필할 줄 알고 기존 관념을 지키며 그 속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사의 표현력 자체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효리의 “bad girls”와 CL의 “나쁜 기집애”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뜯어보면 두 곡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개성 다른 사운드의 두 곡 즐기기

▲ 미국의 페미니즘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Your Body Is A Battleground)      
 
그렇다면 가사를 제외한 곡만 놓고 보면 어떨까?
 
이효리의 곡은 아날로그에 가깝다. 밴드 사운드 중심의 구성과 인상적인 도입부, 깔끔한 전개와 빠른 템포의 경쾌함은 가사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잘 어울린다. 후렴구 부분에서 보컬의 힘이나 끝맺음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이효리는 확실히 성장하였음을 느낀다. 그간의 타이틀곡들이 힙합 사운드를 중심으로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감췄던 모습과는 확실한 차이를 들려준다.
 
반면 “나쁜 기집애”는 최근 유행하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형식의 트랩(Trap) 장르를 구현하고 있다. 트랩은 힙합에서 온 것이지만 최근 EDM 사운드와 섞이며 여러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그러한 곡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가져오는 YG 특유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다만 랩에 있어서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들도 일부 보았다.
 
전혀 다른 두 곡이기에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각자 장단점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
 
이효리의 곡 “Bad Girls”에 많이 공감하면서도 혹시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이전에 공개한 “미스코리아”를 같이 듣는 것을 추천한다. 이 곡을 들으며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라는 미국의 페미니즘 아티스트 바바라 크루거의 유명한 작품이 생각났다. 보이는 것들이 정치가 되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곡들이 조금이라도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블럭 bluc_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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