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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7. 자넬 모네 “Q.U.E.E.N” 

음악칼럼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로봇과 실존 인물을 결합시킨 독특한 ‘컨셉 앨범’
 

▲자넬 모네가 새 앨범 [The Electric Lady]를 발표한다. ©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자넬 모네(Janelle Monae)가 새 앨범 [The Electric Lady]를 발표한다. 자넬 모네는 첫 정규 앨범 [The ArchAndroud]에 관한 이야기로, 이미 <일다>에 소개된 바 있다. ('즐거운 팬질' 자극하는 완벽한 R&B 앨범)
 
자넬 모네는 ‘컨셉 앨범’이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담아내었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이 지닌 컨셉과 세계관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들은 모두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신디라는 미래의 로봇은 현재의 자넬 모네를 복제하여 만든 것이며, 락스타의 재능과 인간의 마음이 내장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을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이 로봇은 사랑에 빠져 폐기 처분의 위기에 놓이며, 이후 로봇은 세상에 맞서 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앨범은 적극적으로 맞서 나가는 신디를 표현하며 전작보다 강한 메시지와 힘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이전의 앨범 속 주인공이 일차적으로 신디라는 로봇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주인공과 실제 아티스트가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가 차용한 아티스트는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라는 작가이다. 버틀러는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역사와 판타지, 과학, 우주론 등을 테크노에 접목시킨 문화 미학)을 표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SF 장르 속에 인종과 젠더의 문제를 다룬 페미니스트 작가이기도 하다. 버틀러는 소설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거나 초인적인 존재를 등장시키는데, 이 부분을 자넬 모네는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이번 앨범의 첫 싱글 “Q.U.E.E.N”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Q.U.E.E.N”은 이번 앨범의 중심이 되는 곡이자 첫 싱글이며 4월에 이미 발표되었다. 이 곡은 자넬 모네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러 장르의 사운드가 섞여 있으며 곡 안에서 랩과 노래 모두 멋지게 선보인다.
 
가사 역시 뛰어나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향해 주위에서 던지는 곱지 않은 시선들에 대한 대응을 포함하고 있으며, 자신을 ‘유별나다’ 혹은 ‘예민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통념 중심의 사고방식과, 소수자를 차별하는 제도권에 대한 비판까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그녀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  자넬 모네의 싱글 “Tightrope” 이미지.
 
자넬 모네의 앨범이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앨범의 싱글 “Tightrope”의 뮤직비디오는 1943년 발표된 단편영화 <오후의 그물>을 레퍼런스 삼았다. 꿈과 실제의 간극, 춤을 출 수 없는 공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부분의 여성이 살면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무기력과 고통을 가져온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였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박물관 속 박제된 자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정적인 부분들을 깨트리는 동시에, 똑같은 모습의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며 가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마지막 랩을 하는 구간에서 영상은 온전히 자넬 모네만을 비추며 한 차례의 연설을 보는 듯한, 사뭇 비장한 느낌마저 준다.
 
하나의 곡에서, 혹은 하나의 앨범에서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들은 굉장히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들이 전부 상관 관계를 지니고 있어서 복잡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자넬 모네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뚜렷한 세계관을 구축하였으며, 뛰어난 음악성을 그 위에 쌓았다.
 
재즈, 가스펠부터 락, 알앤비까지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럽게 섞으며 오가는 그녀의 음악은 훌륭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다들 그녀의 앨범을 두고 감히 완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리라. 나 역시 훌륭한 그녀의 음악과 나의 감수성의 결이 맞아서 행복감을 느낀다.
 
* 자넬 모네 “Q.U.E.E.N” 한글 자막 있는 뮤직비디오 보기: http://vimeo.com/73523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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