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8. 미카 “Big Girl”  

음악칼럼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빅걸들과 함께 거리 퍼레이드를 하는 미카
▲ 미카(MIKA)의 “Big Girl”     

오늘 소개할 곡은 영국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미카(MIKA)의 “Big Girl”이다. 부제가 “You Are Beautiful”인만큼 말 그대로 ‘빅걸인 당신은 아름다워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미카의 데뷔 앨범 [Life In Cartoon Motion] 중 네 번째 싱글로 나왔다.
 
이 곡은 퀸(Queen)의 노래인 “Fat Bottomed Girls”의 트리뷰트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가 비행 중에 본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한다. 기내에서 틀어준 그 다큐멘터리는 뚱뚱한 여성만 들어갈 수 있는 어느 클럽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줬고, 여기에서 영감을 받은 미카는 순식간에 곡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곡은 단순한 가사를 담고 있지만 미카의 감수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유의 팔세토 창법과 고음은 곡에 없지만, 미카 특유의 댄스 팝 사운드가 잘 담겨있다. 뮤직비디오는 미카가 빅걸들과 함께 거리 퍼레이드를 하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미카는 이 곡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고, 라이브 때 종종 빅걸들을 무대 위로 불러 함께 즐기곤 한다.
 
“Big Girl” 외에도 미카의 첫 앨범에는 다양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가정이 있는 한 남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내용의 “Billy Brown”, 아티스트의 개성과는 무관하게 “팔리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기획사들과 시장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Grace Kelly”까지.
 
특히 “Grace Kelly”는 음악성보다 보이는 면을 중요시하는 음악 시장에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보여주겠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 이러한 곡들은 음악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 의식과 섬세한 내면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어 매력적이다.

▲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미카(MIKA)   © MIKA 홈페이지 

미카는 지금이야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지만, 그의 첫 앨범은 극단적인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일부 평단의 치명적인 혹평에도 불구하고 차트와 앨범 판매는 고공행진을 이루었으며, 결국 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처음에 그가 등장했을 때는 화려한 고음과 무대 매너에 있어서 ‘제2의 프레디 머큐리’, ‘제2의 프린스’ 등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식의 비교를 많이 당했다. 화려함에 비해 다소 불안정했던 초반 라이브를 질책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그는 자신의 단점이 되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능력을 증명하였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멋진 아티스트가 되었다.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고, 가두지 않기
 
다시 미카의 곡 이야기로 돌아가기 전에 몇 개의 다큐멘터리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나는 작년 피움 영화제에서 선보였던 <The Fat Body (In)visible>이고, 다른 하나는 2007년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선보였던 <THIN>이다. 첫 번째 작품은 큰 체형을 혐오와 부정의 대상으로 보고 비가시적 영역에 편입시키는 사람들의 시선과,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태,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며 그 자체를 아름답다고 보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인상적이었던 대사 중 하나가 “내가 아닌 몸이 된 기분이었다”이다. 보이는 부분 하나 때문에 우리는 한 사람이 가진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
 
두 번째 다큐멘터리 <THIN>은 섭식 장애를 지니고 있는 여성들이 치료 센터에서 겪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거식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병원 안에서 겪게 되는 감정적 혼란들을 보면서 ‘이것이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설령 질병이라 한들 저런 식의 치료 과정이 필요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센터는 치료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그 곳의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야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이고 강제적인 과정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대화와 존중, 따뜻한 교감과 같은 것들이 필요했다.

▲ 미카의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Origin Of Love]   
 
미카는 화려함과 특유의 끼 덕분에 데뷔 초부터 성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 그는 데뷔 당시에는 대답 자체를, 혹은 자신에게 어떠한 이름표를 붙이는 것을 거부해 왔지만 작년에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였다. 사실 그가 만들어온 곡만 보아도 커밍아웃은 조금 새삼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의 용기 있는 결정은 멋있었다.
 
어쩌면 그는 커밍아웃을 했을 때 동성애자가 받게되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이상으로, 이름 붙이기가 주는 결과인 ‘정형화된 이미지 씌우기’가 더욱 걱정되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한 사람을 대면할 때, 그 사람의 몸을 통해 정형화된 이미지를 씌운다. 그러한 선입견의 작업은 가끔, 아니 종종 무서울 정도로 폭력적이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고, 그 주관적인 시선은 학습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식의 바라보기’를 끊임없이 연습한다. 영어권 속담에도 “책을 겉 표지로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물론 보이는 부분이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본인이 가진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오늘도 진지한 이야기를 쏟아낸 것 같다. 사실 마카의 곡은 그저 흥겹고 신나서 듣는 이에게 행복감을 준다. 그만큼 가볍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요즘의 내가 너무 진지해서 실패했나 보다. 다음에는 꼭 곡이 가진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  ▣ 블럭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