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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2. 매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 “Same Love”


음악칼럼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같은 사랑이야, 그리고 같은 힙합이야'   

▲ 왼쪽부터 힙합 아티스트 매클모어(Macklemore), 프로듀서 라이언 루이스(Ryan Lewis)      
 
매클모어(Macklemore)라는 힙합 아티스트는 라이언 루이스(Ryan Lewis)라는 프로듀서와 함께  2012년 10월, 앨범 ‘더 하이스트’(The Heist)를 발매하였다. 그의 앨범 및 싱글들은 빌보드 차트 내에서 고공행진 중이며 그는 각종 음악 페스티벌 라인업으로도 활약 중이다.
 
매클모어는 다른 래퍼들과는 비교적 다른 길을 걸어왔다. 대부분 빈민가 흑인 출신인 래퍼들과 다르게 미국 사회 내 중산층 백인 가정에서 인생이 시작되었지만 그의 인생에서는 유난히 ‘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대학 졸업 후 래퍼가 되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으나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힌 뒤 다양한 비정규직들을 경험하였고, 한 때는 약물 중독으로 고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2010년 즈음부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였고 작년에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인 라이언 루이스와 앨범을 발표한 것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앨범의 타이틀 곡 “Thrift Shop”은‘중고품 판매가게’라는 뜻으로 비싼 물건들로 치장한 화려한 래퍼들의 자기 자랑과 반대로 중고 가게에서 멋을 내자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빌보드 차트에서 6주간 1위를 누렸다.
 
그의 앨범 수록곡 중 싱글로 나왔던 곡이 하나 있다. 바로 “Same Love”라는 곡이다. 이 곡은 매클모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신의 삼촌이 게이였고, 어릴 적에 그런 삼촌을 보면서 자신도 게이가 아닌가 생각했었다는 내용으로 노래는 시작된다. 이 곡은 사람들이 얼마나 게이에 대한 오만한 편견을 지니고 있는지를 꼬집고, 동시에 동성애자가 가지는 사회적 위치에 대하여 짚어본다.
 
힙합 문화 내의 ‘약자 차별’을 드러내다
 
힙합에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동시에 사회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이 곡은 힙합다운 곡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은 힙합을 비판한다.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게이’라는 단어를 여전히 욕으로 쓰고, 능동적인 사고 없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점을 문제시한다. 이를 통해 힙합이 태생할 때 가지고 있었던 ‘억압’과 ‘약자’라는 키워드들이 화려함과 분노에 덮였음을 시사한다.
 
이 곡은 결론에 이르러서는 굉장히 도전적이다. 곡 중반부터 기독교가 가지는 왜곡된 시선의 문제를 꼬집으며 동성 결혼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 이는 매클모어에게 있어서 충분히 '도전'이었다. 곡을 발표할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가 앞으로 받게 될 수많은 시선과 질문을 감내하겠다는 의사가 전제되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Same Love”라는 곡은 사회 내, 그리고 힙합 문화 내에서의 문제들을 명확하게 짚어낸다. 전설이 된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로 대표되는 과거 1980년대의 시절에는 꽤 많은 힙합 곡들이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정치적인 문제로 끝나는, 이 곡과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의 대표적 슬로건 중 하나인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힙합은 인종 차별의 분노와 빈민층으로써의 분노를 많이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태나 유행이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많은 래퍼들은 자신의 부유함과 뛰어남을 자랑하거나, 혹은 거리의 삶이나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한다. 힙합이라는 단어로 포괄되는 영역이 커지는 시간 동안 이야기는 내적으로 더욱 파고 들어가 버린, 약간은 모순된 전개를 보여준 셈이다.
 
“Same Love”의 대중적 성공이 갖는 의미  

▲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는 힙합 싱글 "Same Love"의 리미티드 에디션 커버.      
 
물론 LGBT, 퀴어에 대한 차별이 비단 힙합 신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불과 얼마 전 뉴욕에서는 한 남성이 게이 인권 운동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말 그대로 증오범죄였다.
 
뉴욕은 시 차원에서의 대책과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퀴어 차별을 행하고 있다. 퀴어 인권에 대한 의식은 앞으로 나아가는 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 와중에 미 연방 법원이 동성결혼 금지법을 위헌으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은 반갑기만 하다.
 
지금의 상황 속 “Same Love”라는 곡이 메인스트림 곡으로 발표되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이들의 귀에 들어가는 동시에 차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 곡은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특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차트 1위까지 달성하였다. 매클모어는 그 외에도 대형 페스티벌들을 포함하여 많은 무대를 누비며 이 곡을 부르고 있다. 그는 동성 결혼, 퀴어 인권을 지지한다고 표명한 만큼 라이브 역시 많이 가졌다. 매클모어 스스로가 자신의 움직임을 하나의 운동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한 번의 라이브만으로도 충분히 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힙합이라는 영역은 다른 문화권이나 음악 장르에 비해 호모포비아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다. 여전히 게이라는 단어를 욕과 동일선상으로 사용하며 편견 역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부 아티스트들이 퀴어 인권 운동에 나서거나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마초적이고 폭력적인, 동시에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가 전반에 있기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들 자체가 쉽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서 이 곡은 의미가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간 인터뷰나 어떤 언급을 통한 아티스트 개인의 의견표명은 있었어도 곡으로는 “Same Love”가 메인스트림 최초로 이러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 곡 덕분에 매클모어 본인도 많은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는 등 대중들에게 어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니 겸사겸사 좋은, 그리고 성공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Same Love" 뮤직비디오 보기]

         * 상업광고 없는 대안언론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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