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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이 시대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대학에 저항하라 外 
 
현대문명과 거리를 둔 채, 산골에서 자급농사를 지으며 살고있는 도은 님의 연재기사입니다. 도은님은 두 딸과 함께 쓴 “세 모녀 에코페미니스트의 좌충우돌 성장기”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의 저자입니다. www.ildaro.com

꽤 오래 되었다. 지금 시대의 한국 교육제도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배움을 줄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더랬다. 젊을 때는 잘 몰랐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의식이 깨이면서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내가 제도교육에 착실히 순응한 대가로 무엇을 배웠는지를 혼자 묻곤 했다.
 
긍정적인 답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남들 따라 하기 바빴을 뿐이다. 시험점수가 좋아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란 걸 했지만, 그것은 진짜 공부가 아니었다. 그냥 점수를 위한 정답 찾기 혹은 보여주기 위한 허세였지 삶을 위한 배움은 아니었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어떤 곳인가
 
큰아이가 청년이 되어가자 ‘대학 문제’는 나와 아이 사이에 약간의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별다른 세상 경험이 없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는 대학을 가고 싶어 했다. 집을 떠날 구실이자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았다. (그 옛날의 나처럼) 대학생이 되면 왠지 한 단계 높은 곳에 진입하는 거라고 생각했을까.
 
한편으로 아이는 진짜로 열심히 공부를 해보고 싶은 꿈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알고 싶고 공부하고픈 청년의 순진한 꿈을 대학이 과연 채워줄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회의했지만 맹렬히 나서서 말릴 수는 없었다. 반항심만 더 커질 테니까. “그래? 네가 경험해보고 싶으면 당연히 해봐야겠지. 온전히 네 능력으로 해보렴.” 우리는 여기까지 타협을 보았다.
 
나는 차마 “네가 대학 같은 데 가지 말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 “난 너의 등록금을 대줄 능력이 없어.”라는 식으로 응대했다. 이건 현실이었다. 내 경제력으론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얼 위해 그 엄청난 돈을 벌어야 하고, 대출받고 그래야 하지?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열심히 살고 싶지, 돈벌이에 저당 잡힌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아이도 안 그러길 원한다) 그래야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야말로 보통 대학생들과 부모들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하는 액수이다. 화가 치밀 때는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오, 미쳤어. 대학은 완전히 계급 재생산구조야. 이런 대학에서 어떻게 비판적 사고와 독립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겠어? 이런 교육 제도, 공짜라도 거부할 판인데 수천 만 원을 들여야 한다니 다들 제정신이 아냐.”
 
대학(大學)은 이제 더 이상 큰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학벌 생산, 졸업 자격증 따기, 서열 짓기, 구별 짓기, 지위 재생산 구조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경쟁적인 구조에서 벗어나기가 청년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워 보일 것이다. 대다수가 대학을 가고 있는 현실이라서 혼자 안 가면 왠지 소외되고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척박한 현실에서 대학생 청년들은 행복할까? 아닌 것 같다.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들었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그런데 어느 순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너무나 홀가분해지면서 다른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몽상가인 나는 그렇게 믿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하다. 자유롭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호기심과 실험 정신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할 듯싶다. 시류에 순응하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맞춰 사는 게 아니라 원 밖으로 살짝이나마 나가 살려면 모험하려는 용기가 있어야 하니까.
 
막심 고리키가 말하는 ‘나의 대학’ 

▲ <나의 대학>에서 고리키는 자신의 청년시절을 소설로 그렸다.   
 
막심 고리키의 <나의 대학>(이론과 실천, 1996)은 자전적 3부작 소설의 마지막 권이다. 어린 시절과 소년 시절을 거쳐서 고리키 자신의 청년시절을 실감나게 그린 소설이다. 고리키가 말하는 대학은 제도권 대학이 아닌 자기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19세기 후반, 농노제가 막 폐지된 러시아의 궁핍하고 무지한 사람들 이야기가 청년의 시선으로 사무치게 그려지고 있다. 가난한 어린 소년이 온갖 밑바닥 일들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린다. 그가 만나는 갖가지 상황,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학교이고 대학”이다. 이 청년은 정말로 자기 시대를 아주 열심히 살았다. 많은 것들을 스스로 깨우치고 배워나간 독학자였다.
 
고리키는 가난해서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하지만 열렬하게 삶을 이해하고 싶었고 세상을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일하면서 어떻게든 틈을 내어 열심히 책을 읽었고, 사회 구조와 사람들을 관찰했다. 하지만 너무나 힘든 노동과 주변 사람들의 비참함과 무기력에 대한 절망으로 열아홉 살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간신히 살아나기도 했다. 쓰라린 현실 인식이 군데군데 나온다.
 
사람들은 망각과 위안을 찾고 있지 지식은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고리키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신랄한 사상들은 갓 열일곱을 넘긴 청년이 취할 때는 왜곡될 뿐이다. 사상은 무디어지고 청년은 폐인이 된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직 그런 이야기들만이 그들에게 고통스럽지만 익숙해진 삶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허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그것에 더욱 더 열정적으로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허구’가 많이 들어 있는 책은 대단히 재미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의식을 마비시키는 안개 속을 헤엄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고백도 엿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나도 대체로는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고 거칠다고 여겼다.”
 
당시 러시아 농민들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다. 
“내가 본 농민들은 끊임없이 뼈 빠지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농민들의 생활은 즐거워보이지도 소박한 것 같지도 않았다. 땅에 대해 긴장된 관심을 쏟아야 했고, 인간관계에서도 예민할 정도의 교활함이 필요했다. 이런 삶은 인정이 메마르고 이성이 결여된 삶이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장님처럼 손으로 더듬거리며 살고 늘 무언가를 두려워했으며, 게다가 서로를 불신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차르가 통치하는 제정 러시아의 체제가,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민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러시아의 땅은 우리에 비해 얼마나 광활하고 비옥한가 말이다. 비슷한 시기였던 조선말의 농민 봉기나 동학 농민 반란 같은 우리나라의 역사도 불현듯 떠오른다.
 
시장이 되어버린 ‘대학에 저항하라’ 

▲ “시장이 되어버린 대학, 상품이 되어버린 교육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란 부제가 붙은 <대학에 저항하라> 
 
<대학에 저항하라>(마이클 베일리, 데스 프리드먼 엮음, 시드페이퍼, 2012>는 “시장이 되어버린 대학, 상품이 되어버린 교육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2011년 영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시장과 자본에 점령당하는 대학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성명서까지 곁들여서 쓴 책이다.
 
한국에서처럼 영국에서도 2010년 말 등록금 관련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세계 어디나 신자유주의 자본은 어김없이 대학에도 무자비하게 침투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인들은 유럽 대학들이나 미국 대학은 질적 수준이나 여건이 한국보다 훨씬 낫다고 막연히 부러워하고 있는데 말이다.
 
저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대학은 위기이다. 우리는 대학이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대학에서 창의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경쟁적으로 공급하는 곳이 되어야 하는가? 대학이 기업 연구의 부속품이 되어야 하는가?
 
글들이 대체로 지나치게 분석적이라서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간혹 재미있는 구절들이 눈에 띈다. 영국 지식인 사회도 우리랑 많이 비슷한가?
 
“대학의 신진 연구자나 학자들은 지름길을 택할 것을 강요당한다. ‘무엇을 하든, 지나치게 준비하지 말라.’ ‘딱 한 발만 앞서면 된다.’ ‘기본만 하고 나머지는 잊어라.’ 대학이 연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하는 장소라거나 또는 수업을 하면서 연구를 하는 곳이라는 개념은 이제 사라졌다.”
 
소제목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사회를 위한 공간을 다시 꿈꾸며” “교육 안에서 인간으로 살기” “학자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다” “학생들이여, 정치를 논하라” “기업화된 대학의 기만을 넘어서”
 
지금 대학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와 비슷한 종류의 책으로 미국 스탠퍼드 법대 교수인 데버러 L. 로드가 쓴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알마, 2011)이 있다. 이 책도 흥미롭다. 몇 가지 중요한 물음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왜, 무엇을 기준으로 대학의 순위를 결정하는가?” “현대 학문은 왜 읽히지도 않는 난해한 글을 발표하는가?” “윤리적이지 못한 연구 관행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공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교육 불가능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 리얼한 지금 여기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 <교육 불가능의 시대>       
 
그럼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은근 부러워하는 영국이나 미국의 대학 실정보다는 지금의 한국 대학 실정을 그린 책이 훨씬 궁금했다. 그래서 몇 권 찾아 읽었는데, <교육 불가능의 시대>(오늘의교육 편집위원회 기획, 교육공동체 벗, 2011)를 읽고는 아주 가슴이 아팠다. 그러리라 생각은 했지만 참 리얼한 지금 여기의 현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야 힘내라!” “선생님이 희망입니다” 등에 숨어 있는 위선과 기만이 교육에 대한 근본적 사유를 가로막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과, 학교 현실 안에는 선의는 있을지 몰라도 희망은 없고 그저 낡은 체제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기획하고 펴낸 책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다.
 
청소년, 기자, 교사, 학자, 대학생, 대학원생, 대학 졸업생 등이 목소리를 내어 이 시대 한국 교육 제도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지를 묻고 성찰하고 비판하고 있다. 진솔하고 잘 읽힌다. 학교란 곳에서 자기들이 직접 경험한 고난들을 풀어놓아서 아주 쉽게 와 닿는다.
 
나는 솔직히 이 글들을 읽는 내내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때로 한숨을 쉬었고, 쓰라린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학교와 대학이 이 정도인가. 오직 체제 유지를 위한 길들이기, 경쟁, 돈벌이 사업, 자본과의 야합만이 있을 뿐이라면, 배움은 어디에 있지?
 
특히 3부의 “대학의 교육 불가능” 에 나오는 글들은 큰 아이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었다. (아이는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정작 학문하지 않는 대학의 모습, 두산 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후 벌어진 사건들, 성균관대 대학원 학생들의 등록금 반대 시위 기록, 공부할수록 더 가난해지고, 가난할수록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생계형 알바 대학생의 처지, 자살자들이 속출했던 카이스트 이야기 등등.
 
“학교 안의 공간에는 새로운 위계가 생겼다. 비싼 식당과 싼 식당, 비싼 커피집과 싼 커피집. 값비싼 다양성은 증가하고 값싼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 대학의 신자유주의화가 지속됨에 따라 수업의 가치는 오로지 ‘학점’으로, 동아리 같은 자체 활동도 ‘스펙’으로 수렴되었다. 침묵과 순종, 이것이 신자유시대의 진짜 대학풍경이다.” (서울대 대학원생)
 
“아르바이트가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이라면, 장학금은 사연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이다. 숨기고 싶은 약점을 전시하고 서로 경쟁해야 얻을 수 있는 장학금이라니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 (...) 비공식적으로 가난할 때보다 차상위계층으로 등록한 후에 장학금을 받아 생활이 좀 나아졌을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해결된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천만 원 가까운 빚을 안고 있고, 이 모든 것은 단지 대학생으로 살기 위해 생긴 거였다. 열심히 살아도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라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살고 있는 대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생계형 알바 대학생)
 
“나는 대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의 핵심에 바로 이 ‘용기와 비겁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이 혼돈스러운 불한당의 시대에 누가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 공부하는 과정이 공동의 용기를 생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개인적 고립과 비겁만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정치적 위기이다.” (엄기호)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가 1958년부터 1959년까지 일 년 동안 기록한 일기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하여간 교육에 대해서 나도 할 말이 좀 있는 듯하지만, 지면이 너무 짧다. 대신 독특한 한 명의 독학자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려고 한다. 평생을 막노동자로 일하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혼자 책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쓴 에릭 호퍼(1902-1983). ‘길 위의 철학자’란 별명을 얻은 독학자이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시력까지 잃어서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열다섯 살에 기적적으로 시력이 회복되었다. 그 뒤 미국 전역을 떠돌며 행상일, 웨이터, 사금 채취공,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많은 책을 읽었고, 11권의 책을 남겼다.
 
그는 진정한 독학자다. 그리고 진정하게 스스로 자기 사상을 세워나간 사람이다. 호퍼의 책을 읽다보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기만의 시선과 자기만의 세계 인식이 아주 확실하다. 신랄한 부분도 많다. 특히 지식인에 대해서 그렇다. 어쩌면 정규교육에 몸담지 않았기에 자유롭고 비겁하지 않은 사고가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힘겨운 노동으로 자기 삶과 직접 맞대면하면서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의 절실한 고뇌 같은 것이 느껴진다.
 
다른 책도 몇 권 번역되었지만, 그의 내면을 엿보기에는 일기가 좋을 것 같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에릭 호퍼, 동녘, 2012)는 1958년부터 1959년까지 일 년 동안 기록한 일기이다. 유작으로 출간된 자서전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이다 미디어, 2005)를 함께 읽어도 좋으리라.
 
“살면서 처음으로 한곳에 소속되어 일하고, 더군다나 나 스스로 붙박이 노동자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편치는 않다. 지식인의 역할을 생각하면서 이들에게 적대감을 느끼다 보니, 내가 평범한 노동자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집단에 자신을 끼워 넣으려는 맟춤식 성향과 상호 작용에 관해 하루 종일 생각했다. 지식인은 자신이 쓸모 있고 가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자부심에 유독 집착한다. 국가든, 교회든, 당이든, 잘 조직된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통해 자부심을 찾는다.”
 
“하루가 끝나고 몸이 녹초가 되는 이유는 일 때문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불쾌감 때문이다. 성급함, 말다툼, 어떤 식으로든 빚어지는 타인과의 마찰이 피로와 실망감을 안긴다. 다른 사람과 5분을 말다툼하느니 차라리 5시간 일하는 게 낫다.”
 
“이 나라에서 몇 번이고 놀라는 것은 어떤 경험이 유행을 타기 시작해서 시들해지기까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양식, 유행, 성향이 일단 정상으로 올라서면 그냥 데굴데굴 굴러가서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만다. 사람들이 이런 현상에 무감각한 것이 참 기가 막힌다.”
 
우리 집 큰 아이의 대학 문제는 아직은 탐색 중이다. 반면 ‘독선적’이고 ‘이기적’이며 자기 맘대로 자식들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독재자’라는 비난과 눈총을 받은 적 있는 나는(억울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내가 돈이 웬만큼 있었으면, 아이더러 대학에 가보라고 권했을까? 돈 대줄테니까 공부 잘하고 열심히 스펙 쌓고 졸업해서 괜찮은 지위나 정규직을 얻으라고 권했을까? 글쎄, 나는 이미 그런 삶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동경하고 있지도 않다.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자식더러 그 삶을 살라고 권할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꼭 그렇게 살겠다면, 아마도 내가 말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도은)

  <나의 대학> 막심 고리키, 이론과 실천
  <대학에 저항하라> 마이클 베일리, 데스 프리드먼 엮음, 시드페이퍼
  <교육 불가능의 시대> 오늘의교육 편집위원회, 교육공동체 벗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에릭 호퍼,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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