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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보조금 중단’ 日가나가와현에 보낸 박종석씨 항의서한
 
북한의 3차 핵실험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970년 일본 기업의 재일조선인 고용차별에 맞서 ‘히타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재일조선인 2세 박종석 씨가 가나가와현 지사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박종석 씨는 1970년 일본식 통명으로 히타치제작소(Hitachi, Ltd. 일본의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업체) 입사시험에 합격해 취직이 내정됐다. 그러나 호적등본 제출과정에서 재일조선인임을 알게 된 회사가 "외국인은 고용할 수 없다"며 채용을 취소했고, 이에 박씨는 소송을 제기해 4년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 입사하게 되었다. 이 소송은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고용차별을 공론화한 계기가 된 역사적 사건이다.
 
지난 2월 15일, 박종석씨가 조선학교 보조금 지급 중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구로이와 유지(黒岩祐治) 가나가와현 지사에게 보낸 서한을 옮겨 싣는다. 이 글은 KIN(지구촌동포연대)에서 내는 <동포소식>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하였으며, 일본어원문은 KIN홈페이지(ki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www.ildaro.com]
 
가나가와현(縣) 구로이와(黒岩) 지사에게
 
저는 요코하마시 도츠카(戸塚)구에 거주하는 재일한국인입니다.
 
1970년 저는 국적을 이유로 히타치제작소에서 채용을 취소당했습니다. 그러나 요코하마 지방법원에 제소하여 1974년 ‘국적에 의한 취직(민족)차별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고 전면 승소한 바 있습니다. 그 후 저는 히타치제작소에서 일하며 동일본대지진과 히타치와 도시바가 만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2011년에 정년 퇴직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히타치제작소에서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재판은 ‘히타치(취직차별재판)투쟁’으로 불리며 일본 교과서에도 기술되어 있습니다. 요코하마 지법의 승소 판결은, 국적을 이유로 취직할 수 없었던 청년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닫혀있던 변호사, 공무원, 교사가 되는 문호가 열렸습니다. 동시에, 외국국적 주민에게 제한되어 있던 아동 수당, 공공주택 입주, 정부금융기관 대출 등 다양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무원 취업 문호도 확대되었으나, 채용된 외국 국적의 공무원은 아직도 이른바 ‘당연의 법리’라는 벽에 막혀 인허가 직무와 결재권이 있는 관리직 업무는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공적 의사결정을 하는 직업에는 외국인의 취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당연의 법리”를 고수하고 있음) 외국 국적의 교사는 비상근으로 취급하며, 정식 교원이나 관리직이 될 수도 없습니다.
 
일본은 1910년 한반도를 식민지화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70년 가까이 지났으나, 일본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외국 국적 주민은 여전히 일본인의 하청을 받는 ‘2급 시민’이라는, 부당하고 부조리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과 재일조선인 교육이 무슨 관련이 있나
 
구로이와(黒岩) 가나가와현(縣) 지사는 2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북조선의 핵실험을 계기로 현 내의 조선학교 5개교에 대한 보조금 약 6300만 엔에 대해, 2013년도 예산안 편성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 속에서 3차 핵실험이 강행되었다. 이 이상 보조금을 계속하는 것은 현민(縣民)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전후 7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일본은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와 일본 민중 등 희생자에 대한 전쟁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모순과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 일본 우익집단들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 12월 4일 간신바시공원을 덮친 ‘재일(조선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멤버들  ©페민 ‘조선학교를 지지하는 모임_교사’  
 
식민지 지배에 의해 일본에 남을 수밖에 없었고 일본사회로부터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참아내며 생활하고 있는 (고령이 된) 조선인과 그 후손들. 이들의 교육과 북한의 핵실험, 납치 문제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구로이와 지사가 왜 핵실험과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연결 짓고 있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금 나치즘의 유대인 배척을 연상시키는 외국 국적 주민, 특히 재일조선인에 대한 배척이 일본의 수도인 도쿄 한복판에서 들끓고 있고, 공안은 이들을 규제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구로이와 지사의 ‘보조금 중단’ 발언은 이 배척운동을 더욱 조장하는 것입니다. 양심이 있는 일본인 여러분, 이러한 사태를 묵인해도 좋다는 말입니까.
 
원래 한반도를 식민지화하고 한국전쟁에서 남북이 분단된 것도 미국,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패권국과 한국전쟁에서 경제부흥을 달성한 일본 측에도 책임이 있지 않던가요.
 
‘조선인 아이들도 가나가와 주민입니다’
 
‘이 이상 보조금을 계속하는 것은 (가나가와)현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라고 발언했으나, 현민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입니까. 가나가와현 안에는 차이나타운(요코하마)과 코리아타운(가와사키)이 있으며, 많은 외국 국적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주민도 같은 현민입니다.
 
‘현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면, 구로이와 지사 스스로 약자인 외국 국적 주민의 입장이 되어 현민을 납득시켜야만 합니다. 그것이 국제도시, 가나가와와 요코하마를 안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수장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조선의 핵실험과 아무런 관계없는, 조선인 아이들이 배우는 민족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고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민족차별’ 그 자체입니다. 이는 조선인을 ‘2급 시민 취급’한 전쟁 전의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가나가와 현청 근방에 위치한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국적을 이유로 한 히타치제작소의 채용 취소는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대기업의 취직 차별을 단죄하였습니다. 이 승리 판결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였던 조선인의 권리의식을 높이고 그 후 인권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히타치 투쟁에는 많은 일본인(청년)들이 함께하였고, 일본의 전쟁 책임을 물었습니다. 일본과 한반도, 그리고 아시아와의 미래의 바람직한 관계를 제시하고 바람직한 인간성과 삶의 태도를 추구하였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일본인 주민들과 함께 열린 지역사회를 추구하며, 구로이와 지사가 ‘조선학교의 보조금 중단’을 즉각 철회할 것과 조선학교에도 고교무상화를 적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박종석/ 재일조선인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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