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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일하는 아이들’ 위한 맞춤형 교재 제작돼 
 
어린이노동자를 위한 교육 교재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네팔에서 “어린이노동자 학교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바보들꽃공동체가 제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나 해외에서도 ‘일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전무한 실정을 생각하면 의미가 깊다.
 
열악한 네팔의 교육환경, 일하는 어린이 학교에 보내도…

 
▲ 2011년 1월, 바보들꽃공동체가 진행한 어린이노동자 캠프  ©윤정은 
 
바보들꽃공동체는 어린이노동자 교재 시리즈를 총 10권 기획하고 있다. 첫 번째 교재는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완성되었고, 지금은 두 번째 교재 작업이 막바지 단계이다.
 
“그동안 어린이노동자들을 학교 보내는데 집중했는데, 학교보내기 운동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네팔 현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요한 활동가의 말이다. 네팔의 교육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정치 상황 때문에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 교육의 내용이나 교사들의 자질도 부족하여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아이들 상황에 맞는 교재가 없다는 것.
 
어린이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가난과 힘든 노동, 그리고 어른들의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계급(카스트)이 낮아 “아동노동에서 탈출한 후 학업을 마친 다음에도 직업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주요한 문제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재 네팔의 환경에서는 어린이노동자들이 미래의 꿈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부재한 실정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자체가 가난한 어린이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어린이노동자들을 위한 캠프를 열었어요. 캠프에서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공동체가 아름다운지,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과 건강 문제, 또 성추행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윤리교육 등을 프로그램에 넣었어요.”
 
하지만 기간이 정해져있는 캠프를 통해 어린이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배움을 제공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일하는 어린이들에게 맞춤형 교재를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가난하고 계급 낮은 아이들이 주인공인 책
 

 
▲ 바보들꽃공동체에서 펴낸 어린이노동자를 위한 첫 번째 교과서 내용 중. 일하는 어린이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교재 작업은 네팔 상황을 잘 아는 활동가들과, 일선 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사들도 참여해 오랜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하나씩 완성되고 있다. 지금 작업 중인 두 번째 교재는 <노동> 교재이다.
 
“어린이노동자들이 자기 권리의식을 갖도록 하는 내용과,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열등의식을 벗어나는 것, 자립과 경제, 공동체에 대한 건강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네팔의 경우 인구의 20%가 세계 각지로 이주노동을 떠나는데, 이런 상황도 포함해서 내용을 만들었어요.”
 
첫 번째 교재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는 2번의 캠프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교육하고 검증한 내용이 담겼다. 자화상 그리기, 상황극, 축복의 말 써주기, 그림 영상 보고 이야기하기, 돌멩이 단추 나뭇잎으로 선물 만들기, 이야기 듣기, 직업-성품 맞추기 등 재미있고 다양한 내용을 실제 진행할 수 있도록 교재 활용방법과 교육의 목표도 설명해놓았다.
 
교재에 실린 모든 상황은 네팔의 일하는 아이들이 실제 겪고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보들꽃공동체가 어린이노동자들을 오랫동안 상담하고 지원해오면서 쌓인 경험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상황극] 편을 보면, “카스트가 낮아. 너무 가난해. 피부색이 까매. 남의 집에서 일해” 등 아이들이 겪는 상황을 그룹으로 함께 얘기하며 상황극을 해보도록 기획되어 있다.
 
또, [이야기&그리기] 편에서는 “주인이 나를 학대한다. 신분이 낮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용기 있게 이 상황을 벗어나볼까?”라는 질문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각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도록 하고, “학대받는 어린이를 돕는 선생님(NGO)에 전화를 하고, 아이들을 돕는 피난처에서 상담을 하고서 학교에 가는” 정보를 제공한다.
 
교재의 마지막에는 “먼주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인물인 먼주라는 활동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녀는 예전에 한국으로 이주노동을 왔다가 산업재해를 당하고 네팔로 돌아가 현재 네팔에서 어린이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먼주의 이주노동 경험과 네팔에서 꿈꾸고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네팔뿐 아니라 3세계에서 아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기초 정보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우리는 교육 교재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아마추어이지만, 현장에 기초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꿈꾸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내용이 이상적이기도 한 것 같아요.”

 
▲ “먼주의 꿈"은 실제 인물인 먼주라는 활동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한국으로 이주노동을 왔다가 산업재해를 당하고 네팔로 돌아가, 현재 네팔에서 어린이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학교 보내기 8년째, 졸업생이 배출되다
 
바보들꽃공동체가 네팔에서 어린이노동자들을 지원해온 지 벌써 8년째 접어든다. 2010년부터 고등학교까지 마친 졸업생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남학생 1명, 여학생 1명, 이들은 현재 호주에 가있다. 2011년에 졸업한 학생은 대학에 진학해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다.
 
지난해는 2명이 졸업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자기와 같은 어린이노동자를 지원하는 현장 활동가로 일하기로 했다.
 
때로는 긴급하게 아이들을 가족이나 고용주로부터 분리시켜야 할 사건들도 생겼다. 가까운 어른들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인신매매를 당하는 일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학교보내기 프로젝트의 대상이었던 한 소녀가 지속적으로 고용주로부터 학대를 받다가 실종되는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바보들꽃공동체는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노동자 ‘피난 홈’을 열게 되었다. 지금 ‘피난 홈’ 1호에는 인신매매를 당했다가 구출된 남매가 살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바보들꽃공동체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운동을 계속하는 한편, ‘피난 홈’을 제공하고, 또 일하는 어린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재를 직접 만드는 일까지 박차를 가하게 됐다.
 
어린이노동자를 위한 교재는 한국어, 네팔어, 영어 세 버전으로 제작된다. 먼저 한국어로 완성한 후에 번역해서 “어린이노동 관련한 단체들에 배포할 예정”이다. 

교재의 내용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원봉사로, 제작비는 후원금을 모아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총 10권의 책이 기획되어 있는 만큼, 국경너머 배움이 절실한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자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참여가 필요하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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