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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30) 선택한 그 길을 용감하게 

[연재 소개] 이혼을 하면서 두고 온 딸은 그녀에게는 늘 어떤 이유였다. 떠나야 할 이유, 돌아와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그녀는 늘 말한다.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고.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은 딸에게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윤하의 고백이 될 것이다. <일다> www.ildaro.com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아버지는 이혼 결심을 밝힌 나를 불러, ‘이혼을 꼭 해야겠냐’고 한 번 더 물으셨다.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하는 내게, 아버지는 차분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이혼해서 지금보다 행복할 수도 있지만, 더 불행해질 수도 있어. 더 행복하려고 이혼하는 건 아니다. 또 열심히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더 더욱 아니란다. 인생이 그래. 하지만 ㅇㅇㅇ과 계속 산다면 넌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다.”
 
이 말씀을 끝으로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꼭 이혼을 해야겠냐’는 질문을 다시 하시지 않았다. 그렇게 이혼을 했다.
 
난 이 말씀을 격려로 받아들였다. 이혼할 때도, 또 이혼 후에도 난 늘 아버지의 이 말씀을 기억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그 말뜻을 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ㅇㅇㅇ과 계속 산다면 넌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라는 말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늘 이혼은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른 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해지지 않을까? 정성을 다해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거라고, 행복하게 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살았다.

 
그러나 세월 한참 흘러, 딸과의 관계가 내가 바란 대로 잘 풀리지 않자, 비로소 나는 최선을 다해도 진실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정성을 다해도 그 마음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버지 말씀이 옳았다. 그리움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 그 마음도, 사랑도 다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이제, 아버지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흔적만 남았다고 생각한 오래 전의 상처가 늘 아팠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는 걸 다시 최근에야 깨달았다. 아버지는 알고 계셨는지 모른다. 내가 불행감에 젖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미 다 알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조차 이혼한 걸 후회하지 말라고, 불행해지더라도 묵묵히 자기가 선택한 그 길을 용감하게 가라는 말씀을 해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분명, 당시에도 그걸 강조하셨을 게다.
 
아니, 당시에 이미 내가 아버지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도 알고 계셨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생각하셨을 것이다. ‘세월이 더 필요하다’고, ‘더 살아야 알 거’라고 속으로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때, 그 겨울로부터 20년이 지나는 요즘에야 인생을 이해하는 데는 세월도, 나이도 필요하다는 걸 알겠다. 다음에 아버지를 만나면 그저 꼭 안아드리고 싶다.   윤하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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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HY 글 공감하며 봤습니다.
    링크된 사이트 따라가서 다른 글들도 잘 봤구요.
    힘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011.12.24 10:45
  • 프로필사진 alsrud 힘내세요..노력해도 되지않는다는것은..우주의 원리라고생각해요.
    그래서..믿음으로..최선을 다할뿐..순간순간 행복하시길.
    2011.12.24 11:20
  • 프로필사진 개밥바라기 놓고 싶지 않은 글이네요.
    그냥, 소중하고 안고 싶은 , 마음...
    헉! 저, 여자 임다.
    딸이 있는.
    멀리, 가까이 있는, 많은 관계, 많은 일들이
    참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걸 느끼네요.
    2011.12.24 15:20
  • 프로필사진 안타깝지만 일다 블로그글에 적잖이 추천해주고 그러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불편부당.. 맘에 안 드는 블로그!

    그러면서도 왜 추천을 해주냐...
    이윤 단 한 가지...
    이 세상엔 이런 생각도 읽어야할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 생각없는 사람들이 차고 넘쳐나고 있기 때문!
    2011.12.24 21:35
  • 프로필사진 원래버핏 한마디 한마디 말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011.12.24 22:41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1.12.25 00:38
  • 프로필사진 kkk 그냥....어렵네요...

    해도후회 않해도휘회 돼는결혼....
    이혼또한 해도 후회 않해도 후회.......

    정답은 없지만........맘가짐이 중요한것 같네요..
    2011.12.25 01:35
  • 프로필사진 지나가다 " ㅇㅇㅇ과 계속 산다면 넌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다 "

    무엇에서 비롯된 망상일까요??? 행복하고 안행복하고는 자기 자신의 마음에 달린것 아니겠습니까???

    보통 부부의 문제는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모두에게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부클리닉이 유행이죠.

    하지만 과거에는 여권 신장 단체들이 극단적인 주장으로 이혼을 조장했고 그 결과 세계최고의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는게 있는게 현실입니다.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안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봐도 재혼자의 결혼만족도가 더 떨어진다는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럼 왜 다시 이혼하지 않느냐구요?? 쪽팔리잖아요... 그래서 재혼하고는 다시 참고 산답니다.
    2011.12.25 09:35
  • 프로필사진 정훈 짧은 글에 담겨있는 내용의 무게가 상당하여 곱씹어 보았습니다. 우린 모두 비껴갔으면 하는 일을 겪을 때가 있고, 선택이란 것을 해야하고 그것에 책임을 지면서 행복을 만들어가죠. 미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포기해야 하는게 있음을 깨달으면서요. 글의 주인공의 마음을, 인생길을 떠올려보았습니다. 행복찾기 과정에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2011.12.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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