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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2.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 
 
※ 뛰다는 2001년 ‘열린 연극’, ‘자연친화적인 연극’, ‘움직이는 연극’을 표방하며 창단한 극단입니다. 지난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20여 명 단원들이 폐교를 재활 공사하여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 이름 짓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연극이 소수 관객의 문화소비 대상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환경’이 되길 꿈꾸는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의 두 번째 이야기는 뛰다의 연출을 맡고 있는 배요섭씨의 글입니다.
 
배요섭씨는 뛰다의 작품들 <하륵이야기> <노래하듯이, 햄릿> <앨리스 프로젝트>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 등을 연출했으며 “좋은 삶이 있을 때 좋은 연극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만큼, 좋은 연극은 좋은 삶을 이끌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득녀 후 ‘딸바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편집자 주]
 
매서운 추위 속 “시골마을 예술텃밭”의 겨울나기
 

▲ "시골마을 예술텃밭" 지붕 너머로 보이는 눈내린 겨울 풍경     © 뛰다 
 
겨울이 춥다고는 하지만 정작 추운 건 겨울을 넘어가고 오는 문턱이지요. 미처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되었는데 찬바람이 쌩 불어오니 더 춥게 느껴질 수밖에요. 중고등학교 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 선생님, 새 친구들과 함께 있던 교실이 정말 추웠던 것을 기억합니다. 성급한 마음으로 겨울옷을 개켜놓고 온 탓에 난로 없는 휑한 교실이 더 추웠던 거지요. 그런 이유로, 아직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기온이기는 하지만 지금이 일 년 중에서 가장 춥게 느껴지는 때인 것 같습니다.
 
시골마을 예술텃밭에는 장작을 때는 난로가 세 개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로켓난로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정확히 Rocket Mass Heater라고 부릅니다. 불이 타오르는 연소로가 마치 로켓 분사구처럼 강렬하게 타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아요.
 
지난달에는 두 번째 스튜디오 공간에 로켓난로 3호기를 만들었습니다. 벽돌로 벽을 만들고 그 벽 안에 뜨거운 공기가 오래 머물게 하면 벽에 뜨겁게 달궈집니다. 마치 구들방바닥에 뜨거워지는 것처럼 벽이 뜨거워지는 거지요. 벽의 열기가 공간으로 퍼져나가면서 스튜디오를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나흘 동안 단원들끼리 흙을 비비고, 벽돌을 쌓고, 짚을 섞은 흙으로 미장을 해서 함께 만든 작품입니다. 아침에 연습하기 전 미리 불을 때워야 합니다. 벽이 따뜻해질 때까지는 한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요.

▲ 겨울나기를 위해 로켓난로 3호기를 만들었다. 벽돌을 쌓고 황토로 미장 하는 모습.    ©뛰다  
 
오후가 되면 삼삼오오 벽에 등을 대고 쉬거나, 바닥에 누워 발바닥을 벽에 대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이정도 장작난로로 공간을 덥히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든든합니다. 연습 중에 고구마를 화구 앞쪽에 잠시 쌓아 놓습니다. 고구마는 잠시 후 속이 노랗게 익어버립니다. 잠시 연습을 쉬고 모여 앉아 고구마를 까먹습니다.
 
기획실에 만든 로켓난로는 드럼통을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장작을 때면 드럼통 전체가 먼저 뜨거워집니다. 드럼통 위에 주전자가 금방 부글부글 물을 끓입니다. 작년에 만든 이 난로에 문제가 생겨 얼마 전 다시 보수를 했습니다. 로켓처럼 불이 활활 타오르지 않아서 화구 모양을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드럼통을 드러내고 그 안에 쌓인 검은 그을음도 긁어내고, 연기가 새는 틈새도 모두 다 메웠습니다. 그런대도 예전처럼 화력이 좋지 않네요. 아마도 연기를 오래 잡아두려고 벽의 구조를 너무 복잡하게 만든 거 같습니다. 다시 무너뜨리고 만들려고 하는 사이에 겨울이 와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내년에 날이 풀리면 다시 만들어 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아마 내년 겨울이 코앞에 닥치면 하게 될게 분명합니다.)

 
지난겨울 내 건너 학골에 가서 나무를 해왔습니다. 화천군의 산림조합에서 간벌(間伐)해 놓은 나무들을 그저 주워왔습니다. 운동장의 한 구석에 쌓아놓고 시간이 흘러 다시 겨울이 와서야 장작을 패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는 엔진톱이 고장 나서 손으로 일일이 톱질하기도 했습니다. 통나무를 3-40cm정도 길이로 자르고 난 후 도끼로 쪼개야 합니다.

일 년 동안이나 비 맞히고, 말리고 했는데도 아직 속이 축축하네요. 젖은 장작은 난로 속에 들어가서는 투툭투툭 소리를 내며 탑니다. 어떤 때는 타다가 꺼지기도 합니다. 그럴 땐 내 속이 탑니다.

 
지난겨울에는 1월 내내 영하 20도 근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도 몇 십 년만의 추위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우리는 옷을 여러 겹 두껍게 껴입고 출근을 합니다. 때론 펭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배우훈련을 멈출 순 없습니다. 몸을 덥히기 위해서 뛰고, 흔들고, 춤을 춥니다. 로켓난로 속에서 장작은 폭풍 같은 소리를 내며 타오르고 창문밖엔 하얗게 창백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겨울의 한 가운데 머물며 훈련에 몰두 합니다.
 

▲ 겨울은 배우들에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2011년 겨울 워크숍 중.  © 뛰다 
 
겨울은 배우들에게 숨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입니다. 봄과 가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목공연을 하고, 여름에 이곳에서 연극축제를 여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버렸습니다. 그 동안 미뤄왔던 탈춤 연습도 하고, 장구 장단연습도 합니다.
 
이번 겨울은 조금 특별할 것 같습니다. 단원들이 삼삼오오 흩어져서 겨울을 나게 되었습니다. 네 명의 단원은 인도에 가서 한달 동안 머물며 인도의 배우들과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서로 공연도 교환하고, 훈련의 방법들도 나눌 것입니다. 이 워크숍을 계기로 인도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

또 한 명의 단원은 일본의 친구 극단 “새 극단”에 갑니다. 한 달 동안 그 극단에 머물면서 함께 일본의 배우들과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합니다. 나머지 단원들은 화천의 겨울을 지키며 “탱이의 모험”이라는 새 작품을 연습합니다. 봄이 오면 화천의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공연하게 될 것입니다.

 
영하 20도의 겨울이 곧 오지만, 겨울이니 추운 거겠지 생각하면 그저 견딜 만합니다.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아침마다 수도가 얼기도 하겠고, 딱딱한 손발을 난로에 기댄 채 오전이 다 흘러가 버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겨울이 있어 땅이 오랜 잠을 자고, 또 그 안에 생명을 그만큼 더 깊이 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겨울을 맞이하려 합니다.

※ 뛰다의 “시골마을 예술텃밭” 카페 cafe.naver.com/tu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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