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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일다 공동기획]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자연에너지재단으로”(13)
일다는 녹색연합과 동일본지진피해여성지원네트워크와 공동으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자연에너지재단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청정에너지’, ‘필요악’이라는 거짓된 원자력신화에서 벗어나, 재생가능한 자연에너지로 시스템을 전환하도록 촉구해갈 것입니다. 필자 장재현님은 녹색연합 자원활동가로 현재 일본에 체류 중입니다. – 편집자 주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자' 일본 자연에너지 재단의 탄생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언론 보도의 양은 현격히 줄었지만 재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돼 불안한 상황에서 수습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노심용해와 수소폭발로 인한 방사능 대량 유출로 현재까지 10만 명 정도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통제지역으로 지정된 원전 반경 20km 이내의 지역은 체르노빌처럼 앞으로 수십 년간 버려진 땅이 될 것이다.
지난 달 12일 도쿄에서는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일본 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주도로 만들어진 탈(脫)원전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일본의 자연에너지 재단의 설립 이벤트가 열렸다.
일본의 자연에너지 재단 (www.jref.or.jp)은 손 회장의 사재 10억 엔(150억 원)을 출연하여 금년 4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9월에 설립이 되었다. 이 재단은 앞으로 자연에너지의 보급 촉진을 위한 정책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활동을 하게 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탈원전’ 외치는 손정의 회장
▲ 사재 출연해 '자연에너지재단' 설립 주도한 日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씨.
세계적인 IT 기업이자 일본 재계 3위 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설립자인 손정의 회장은 동일본대지진 직후 피해자들을 위해 사재 100억 엔 (1,500억 원)과, 은퇴할 때까지 소프트뱅크 그룹 임원으로서 받는 보수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피해 복구 현장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약 2만 대의 소프트뱅크 휴대전화를 무료로 대여하고 피해지역 고객들의 전화 요금 납부 기한도 연기해줬을 뿐만 아니라, 지진으로 발생한 고아들에게는 만 18세까지 휴대전화를 무상대여하고 통화료를 전액 면제해 주기로 해서 현재 일본 사회의 큰 존경과 지지를 받고 있다.
손 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삶과 사업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다시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IT 사업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원전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원전의 안전성을 믿었지만 후쿠시마 이후 그 위험성을 분명히 깨달았고 일본 에너지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당분간은 탈원전 및 자연에너지 추진 정책이 일본사회에서 제대로 진행 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맡고, 에너지 전환이 궤도에 오르면 자신은 본 사업인 IT분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사회의 탈원전을 위한 손 회장의 강한 의지는 임명된 재단의 주요 인사들을 통해서도 살펴 볼 수가 있다. 재단의 이사장으로는 토마스 코바리엘 (Tomas Kaberger) 스웨덴 에너지성 장관이 임명되었다. 탈원전 및 자연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코바리엘 장관은 손 회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자연에너지 재단 이사장 취임을 위해 2008년 3월부터 맡아 온 장관직을 그만두고 재단에 합류를 했다.
재단의 업무 집행이사 겸 정책 이노베이션 사업부 이사로는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ISEP) 이이타 테츠나리 (飯田 哲也) 소장이 임명되었다. 이이다 소장은 원자력 산업계에서 연구원 및 공학자로 일을 하다가 원전산업의 전문 비평가가 되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혁신과 실천을 추구해온 한국에도 잘 알려진 국제적 전문가이다.
손정의 회장은 설립 이벤트의 기조연설을 통해 1)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지 및 원전 의존도 최소화 2) 화석에너지 의존도 감소 3) 자연에너지의 본격 보급 확대를 2030년까지 일본 에너지 정책 전환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전력시장 활성화와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 송배전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배전설비와 관련해서는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슈퍼그리드 (Super Grid)를 아시아 지역에도 도입하자고 제안해 참가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일본은 교류방식으로 송전을 하는데 교류 전원 주파수가 동일본(50Hz)과 서일본(60Hz) 지역이 서로 달라서 수급 상황에 맞춰 서로 교환을 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1단계로 일본 해저에 2조엔(30조원)을 투자하여 총연장 2000km의 고압직류송전망을 깔고, 2단계로 한국과 러시아의 두 군데 경로를 통해 동북아 국가들의 송전망과 연결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더 나아가 동남아를 지나 인도까지 연결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장기 비전으로 제시했다.
슈퍼그리드를 통해 자연에너지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발전량 변동'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탈원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몽고의 고비사막과 같이 자연에너지 잠재성이 매우 크고 일본에 비해 지대와 인건비가 싼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된 전기를 수입하는 편이 가격도 저렴하고 에너지 협력을 통해 동북아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비용과 정치적인 문제가 난관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자연에너지 성장속도 놀라워
▲풍력발전의 빠른 성장으로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을 추월했다는 것이 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출처:일본자연에너지재단.
손 회장의 기조연설이 끝난 후에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자연에너지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 중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에너지연구소 리준펑(李俊峰) 부소장의 중국 재생에너지의 발전과 전망에 대한 발표였다.
리 부소장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2010년 재생에너지 발전총량은 2005년 121GW에서 2010년 목표치였던 206GW를 훨씬 뛰어 넘는 252GW까지 증가했다. 특히 2005년 1GW에도 못 미쳤던 풍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총량은 2010년 45GW로 급속도로 늘어났다. 현재 중국에는 1시간 당 1.5개꼴로 풍력발전기가 세워지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2010년 단 한 해에만 설치된 풍력발전의 설치용량이 약 19GW로 지금까지 완공되어 운영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총 설치용량인 11.3GW보다 크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풍력발전 산업의 빠른 성장 속도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경제성을 고려하면 풍력발전의 경제성은 원전산업이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보조금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원전의 경제성을 이미 추월했거나 곧 추월한다는 것이 회의에 참석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미래세대를 위해, 한국에도 자연에너지 재단을!
한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자연에너지 발전 분야가 급속도로 성장해가고 있는 중국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 및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키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대안이 될 수도 없으며, 경제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핵에너지를 국가 ‘신(新)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2030년까지 원전을 80개 수출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위해 국가의 막대한 자원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일본에서 직접 겪으면서 원전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단지 59명 정도라고 이야기하는 ‘원자력산업계’와,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 물질로부터 안전하다고만 하는 ‘정부’, 그리고 한국의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는 설계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원자력전문가’와, 원전 사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언론’. 그 사이에서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본인의 상식을 믿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제할 수 없고 위험한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무엇인가를 감추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손정의 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고 잘못된 방향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그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세 번의 큰 사고를 겪고, 급속도로 성장해가고 있는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보면서도 탈원전과 자연에너지 중심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늘어놓을 변명은 없다.
손 회장 같은 리더가 우리 사회에는 없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의 기부액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시민들이 나서면 된다. 나서서 이야기해야 된다. 우리의 지지를 원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요구하자.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원자력 홍보에만 쓰고 있는 원자력문화재단을 자연에너지재단으로 바꾸어 달라고! (장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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