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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일다 공동기획]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자연에너지재단으로”(10) ▲ 포츠담 시민발전소가 설치한 고등학교 태양광 지붕 ©김제남
일다(www.ildaro.com)는 녹색연합(www.greenkorea.org)과 동일본지진피해여성지원네트워크와 공동으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자연에너지재단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청정에너지’, ‘필요악’이라는 거짓된 원자력신화에서 벗어나, 재생가능한 자연에너지로 시스템 전환하도록 촉구해갈 것입니다. 필자 김제남씨는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운영위원장입니다. – 편집자 주
독일, 자연에너지의 꿈을 현실로 만들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럽의 많은 나라는 재정위기를 겪었다. 금융위기에 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경제가 침체위기에 있을 때 독일이 건재할 수 있었던 힘,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길은 무엇일까? 독일은 원전의존 비율을 낮추고 재생에너지산업 진흥으로 경제성장률을 올리고, 2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동안 독일 정부는 2000년 이전 6%에 머물던 바람, 태양, 바이오가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현재 17%로 올렸다.
일조량 부족한 독일이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하는 까닭은?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한다’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발표를 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탈핵, 자연에너지 전환 실험의 생생한 현장을 직접 보고 배울 기회를 얻어 독일을 방문하였다. 6월 중순 독일을 방문했을 때 날씨가 맑았다. 현지 사람들은 모처럼만에 날씨가 맑게 개었다며, 독일은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다고 했다.
독일은 겨울이 길고 일조량이 짧다. 독일의 일조량은 한국보다 30% 적고 흐린 날이 많아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좋지 않은 기후조건을 갖고 있다. 한국의 연간 일조시간 1200시간 정도에 비해 독일은 780시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세계 태양광 발전소는 16.5GW가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독일의 태양광 발전소는 8.5GW 건설되어 전 세계 보급량의 절반이상을 담당하였다. 중국을 제외하고, 독일이 세계 제일의 태양광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독일이 태양광발전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은 태양빛이 많아서가 아니라 ‘석유와 핵발전을 극복하고,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는 철학적 사유와 가치가 컸기 때문이다. 또한 석유와 원자력을 넘어 바람과 태양 등 자연으로부터 얻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가 이 시대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미래전략이다’는 확실한 정책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독일의 행정체계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독일연방환경부가 원자력 안전규제와 재생에너지보급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에 앞서 ‘환경과 미래세대’를 선택하다
▲ 살로텐브르크 건설협동조합 주거현대화사업 벽화이미지
독일 베를린시와 베를린에너지청이 추진하고 있는 ‘주거현대화’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살로텐부르크 건설협동조합의 마가렛 리흐만씨는 태양광지붕을 안내해 주었다. 그녀는 “경제성만 따지면 이 사업은 할 수가 없다”며 베를린은 일조량이 열악한 조건에 있는 독일 중에서도 더욱 좋지 않은데 “환경과 미래세대를 생각하며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베를린에너지청은 이 곳 연립주택 지붕에 70kw의 태양광발전을 설치하였고, 지역주민은 자신의 지붕을 태양광발전 장소로 제공하였다. 이 지역 주민은 연립주택의 지붕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로 독일 전력회사 바텐팔이 공급하는 전기 요금보다 10% 싼 가격에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베를린에너지청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이곳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전력 계통연계망을 통해 바텐팔 전력회사에 팔고 있다.
주거현대화 프로젝트는 베를린시가 에너지문제 해결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추진하는 주요 정책의 하나이다. 전문기관인 베를린에너지청이 이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베를린시는 무엇보다 에너지문제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건물의 에너지효율화를 추진하는데, 신축건물 뿐만 아니라 오래된 주택의 에너지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50년대에 지어진 주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낡은 연립주택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주거환경으로 개선되어 있었다. 단열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붕 260mm, 벽면 160mm, 바닥 80mm의 단열재를 사용하고, 2~3중의 단열창으로 주택 내외의 모든 창호를 교체하였다. 발코니는 경관은 물론 단열을 고려하여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방문제 해결을 위해 소형열병합발전소를 설치, 중앙난방방식으로 바꾸었다.
가스를 연료로 하는 소형열병합발전소는 가스터빈이 돌면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30%의 전기를 생산하고, 발전할 때 나오는 70%의 열은 축열조에 모아서 난방과 온수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보통 전기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70%의 폐열은 버려지는데, 이들은 공급에너지원을 100% 효율 있게 다 쓰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에너지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에너지를 가장 가치 있게 쓰는 것’임을 실천하는 데에서 오는 자부심이다.
베를린시는 이와 같은 주택개조와 에너지전환을 통해 지난해 난방비를 65% 절약하였다. 온실가스는 58% 감축하였다. 경제성만을 따져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지만 결국 이 지역주민들은 난방비를 줄이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절약자이자 생산자로서 경제성을 창출했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의 디딤돌 ‘발전차액지원제도’
아이들을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태양광발전에 직접 참여하는 독일 시민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시민발전소이다. 뜻있는 다수의 시민이 자신의 지역에 소규모로 투자하여 만든 조합 방식의 태양광 발전 시민회사이다.
베를린 근처에 있는 포츠담시민발전소를 찾았다. 70여명의 시민이 1~2만 유로씩 공동 투자하여 만들었다. 포츠담시민발전소 대표인 소피 헤벨씨는 자신들이 투자하여 설치한 한 고등학교 태양광지붕을 안내해 주었다. 60kwh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년 간 6만kw를 생산, 시민투자자에게 연간 3~4% 수익을 배당하고 있다. 은행이자보다 수익이 많으니 투자할 가치가 있고 꽤 매력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학교 지붕을 빌리는 대가는 별도로 지불하지 않았다. 다만 오래된 학교 건물의 지붕을 새로 교체해 주고 그 자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시민발전소의 어려움이나 과제를 물었다. 헤벨씨는 “지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향에 일정한 각도와 규모를 갖는 지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지금도 좋은 지붕을 찾으며 파출소 건물 태양광 지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독일에서 시민발전소가 늘어나고,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이 확대되는 것은 2000년부터 시행한 ‘재생가능에너지법’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내년부터 사라질 위기에 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이 법의 핵심이다. 발전사업자는 누구든지, 무조건, 정해진 가격으로, 한도 없이, 정해진 기간 동안 생산한 재생가능에너지를 해당 지역 전력판매업자에게 팔 수 있는 제도이다. 재생에너지 의무구매 비용은 전력요금 인상요인이 되지만, 독일경제와 미래를 이끄는 힘으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미래세대를 위한 당연한 지불’
▲ 베를린시 연립단지에 설치한 소형열병합발전소 © 김제남
현재 독일은 17기 원전 중에서 8기가 가동 중단되었다. 아직 원전의존율이 22%대이기에 원전이 중단되고 재생에너지원이 늘어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에너지정책 박사과정에 있는 염광희씨는 최근 연방환경부의 브리핑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해당 공무원이 ‘kwh당 3.53센트의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현재 요금보다 10% 이상 인상되는 셈이다.
독일의 전기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가정용의 경우 거의 4배 이상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시민의 반발이 크지 않을까 궁금하였다. 염광희씨는 “독일 시민은 원전이 중단되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나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미래세대를 위해 마땅히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늘어나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환경에 해를 주지 않으니 긴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원전의 위험성과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이 시민의 바탕생각이었다.
전체 전력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나치게 싸서 가정용의 60% 수준이다. 8월부터 전기요금을 인상하여도 원가의 92% 수준이다. 독일의 비싼 전기요금은 오히려 시민이 절약을 생활화하도록 하였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도록 독일 기업의 경쟁력을 키웠다. 반면 한국은 에너지를 과소비하며 미래세대의 자원을 탕진해 왔다. 한국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이 세계 8위를 기록하는 동안 독일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낮아지는 추세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독일 시민들은 그만큼 에너지를 가치 있게 사용하고 절약하는 삶을 산다.
독일의 탈핵을 향한 에너지전환은 뿌리 깊은 반핵운동의 역사로부터 성장한 시민의식과 시민행동이 있기에 가능했다. 또한 이러한 시민의 힘은 탈핵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부 에너지 정책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독일의 에너지전환 목표는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를 50% 줄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2050년까지 1차에너지 수요의 5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온실가스는 90년 기준 78.5% 감축한다. 연방정부 환경자문위원회는 올해 1월 ‘2050년까지 모든 전력 수요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염광희씨는 “원전수명 연장을 포함했던 이 시나리오는 이제 원전폐쇄 일정을 반영한 새로운 비전과 시나리오로 다시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시민의식과 시민의 선택 그리고 올바른 정책의 힘이 독일의 아름다운 실험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 결코 간단치 않은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그 좋은 본보기가 세계를 향해 유행처럼 번져가길 희망한다. (김제남/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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