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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체르노빌은 끝나지 않았다
오염이 계속되는 땅, ‘다음 세대’가 물려받은 방사능 피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 여파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986년 구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체르노빌은 복구되지 않았고 지역주민들은 지금도 방사능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다.
 
원전 사고는 핵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핵폭탄 급의 파괴력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25년, 현장의 이야기를 브랸스크주(州) 노보지브코프의 사회단체인 ‘라지미치’의 활동가 파벨 이바노비치씨에게 들어보았다. ‘라지미치’는 지난 24년간 방사능 오염지역에 남겨진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조직으로 꼽힌다.
 
1986년 원전 사고 당시 체르노빌은

 

▲ 러시아 사회단체 ‘라지미치’의 활동가 파벨 이바노비치 브도비첸코 © 페민 
 
소비에트연방 우쿠라이나공화국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서, 출력 조정 실험 시 대폭발이 일어나 원자로가 붕괴됐다. 대량의 방사능이 공기 중으로 날아갔다. 원전 주변 20킬로미터 권내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되어, 주민들이 피난했다. 30킬로 권내 수준으로 토지가 오염되었고, ‘핫 스팟’(hot spot: 방사능 오염물질이 날아가다가 뭉쳐 떨어져 방사능 농도가 높아진 지역)은 무려 2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도 생겨났다.
 
원전 사고 이후 약 40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했고, 사망자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으나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파벨 이바노비치 브도비첸코는 1986년 당시 34살이었다. 그는 아내, 아들과 함께 체르노빌에서 1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노비지브코프에서 살았으며, 한 교원양성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방사능 구름과 강풍에 의해, 방사성 물질이 파벨씨가 살던 지역까지 비구름과 함께 옮겨와 쏟아져 내렸다. 그 지역은 크고 작은 ‘핫 스팟’(hot spot)이 되었다. 당시에는 정부도, 시청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합리적으로 행동하기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렸다. 한 달 후에야 모든 어린이들을 오염되지 않은 지역으로 피난시키고, 학교와 보육원 운동장에서 상층 20~25센티미터의 흙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오염된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1986년 여름, 파벨씨가 살던 마을과 거리는 조용했다. 작은 마을들은 오염되지 않은 지역으로 옮겨갔지만, 고령자들은 자신의 집에 남고 싶어했다. 또, 이동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 후, 파벨씨는 오염지역에 남아있는 고령자와 어린이들, 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해야겠다고 깨닫는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1987년에 ‘라지미치’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체르노빌의 각 마을에 고립되어있던 고령자와 장애아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에는 소아뇌성마비 어린이들을 위한 진료소를 만들었다. 진료소에서 개최한 여름캠프에는 보호자를 잃은 어린이, 장애를 가진 어린이, 복잡한 사정이 있는 가정의 어린이들이 560명이나 참가한 적도 있다. ‘라지미치’는 지적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사회복귀센터와, 자원활동지원센터, 갑상선검사실도 만들었다.
 
또한 체르노빌 정보센터를 설립해, 원전 사고를 주제로 한 자료수집과 정리, 보관, 전시 등을 해왔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바른 정보와 더불어, 건강한 생활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오염된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피폭을 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숲의 버섯이나 지역에서 잡은 물고기는 먹지 않도록 어린이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원자력으로 인한 피해는 ‘다음 세대’의 문제 

© 일본의 반핵운동가 히로세 다카시의 르뽀소설 『체르노빌의 아이들』표지이미지 
 
체르노빌 지역에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어린이와 여성들이다.
 
붕괴해가는 가정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여성들이다. 하지만 오염된 지역의 어린이들은 병에 걸리기 쉬워, 아이를 치료하느라 어머니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린다. 게다가 정부는 어린이 수가 줄어든 곳부터 보육원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위해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라지미치’ 청년센터에서는 어린이들이 방과 후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알코올의존증이나 약물 중독에 빠진 부모를 위한 장소도 만들었다.
 
원전 사고 직후, 의사들은 임부들에게 임신중절을 권고했다. 하지만 철저히 이뤄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몸이 약한 어린이들이 태어났다.
 
최근 미국의 의사단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노보지브코프 어린이 1만 명 중 건강한 어린이는 불과 일곱 명밖에 되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70퍼센트가 어떤 종류든 질병을 갖고 있었다. 면역력이 저하된 어린이도 많았다. 일본의 후쿠시마 역시, 지금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겪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체르노빌은 복구되지 않았다
 
체르노빌은 복구되지 않았다. 정부는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방사능 측정을 하고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밖에서 뛰어 놀며 크고, 사과가 떨어지면 주워 먹곤 한다.
 
방사능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는 월 30달러의 수당이 지급된다. 물론 돈이 있는 사람은 오염지대로부터 이주할 자유가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계속 살 수밖에 없다. 빈곤 때문에 알코올의존증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의료비는 무료다. 하지만 250킬로미터 떨어진 브랸스크 병원으로 갈 경우, 왕복교통비와 약품(유료), 전문의 진료에 60~80달러가 든다.
 
가난한 사람들은 숲에서 산딸기를 따 먹고 버섯을 딴다. 젖소를 키우고, 오염된 우유를 마신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사회단체, 그리고 원자력에 반대하는 전세계의 시민들이 연대하여 활동을 펼쳐야 할 때다. 함께, 보다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다.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2011년 5월 15일자 기사입니다. 작성: 아카이시 치에코 | 번역: 고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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