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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후쿠시마 난민 우노 사에코씨가 한국에 전하는 메시지 

[녹색연합과 일다는 공동으로 “잘 가라, 한국원자력문화재단 - 만들자, 자연에너지재단”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진실을 전하고 ‘청정에너지’, ‘필요악’이라는 핵에너지의 거짓된 신화에서 벗어나 재생가능한 자연에너지로 전환해 갈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나갈 것입니다. 이 캠페인에는 동일본지진피해여성지원네트워크도 함께합니다.]
 
 
“시기를 놓쳤구나.”

▲ 우노 사에코씨가 6월 4일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맞닥뜨린 원전사고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일다



후쿠시마 원전을 멈추기 위한 ‘하이로(廃炉:폐로)액션’의 회원으로 활동해온 우노 사에코씨의  머릿속엔 원전사고를 직감하던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TV에서는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했으니 안전합니다’라는 문자만 화면 하단에 지나갈 뿐이었어요. 여진은 계속되었고, 방송 보도에서는 쓰나미의 높이가 점점 높게 갱신되어 보도되었습니다. 쓰나미로 인한 원전 피해가 왔음을 직감했지요.”
 
사고가 발생하기 얼마 전 하이로액션의 회원들은 후쿠시마 현청 앞에서 ‘이 곳을 제 2의 체르노빌로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우노씨는 사고가 발생한 3월 11일도 원전반대 집회 준비를 위해 회원들에게 연락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국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결국 “때는 늦고야 말았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북서쪽으로 60km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11년간 거주해온 우노씨는 현재 다른 지역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도 방사능 피해로부터 임산부와 아이들을 지원하는 ‘모자지원네트워크’의 대표를 맡아 모유에 대한 방사능 조사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에코생협 외 5개 단체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 우노 사에코씨는 한국 시민사회와 만난 자리에서 아이를 가진 엄마이자, 원전반대 활동가로서 맞닥뜨린 원전사고의 현실에 대해 들려주었다.
 
“사건 당일 日정부는 ‘노심용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사고 발생 직후, 원전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TV에서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지역의 원전반대 활동가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요. ‘이미 연료봉이 노출되었으며 방사능 누출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회원들의 전체적인 인식이었습니다.”
 
사건 발생일 밤 11시 경, 정부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3km내 주민들에게 피난할 것을 요청했다. 상황이 심각해서가 아니라, ‘혹시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원전반대 활동가들이 찾아낸 정부 검토용 자료에는 이미 ‘노심노출’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었다. 우노씨의 집은 원전에서 60km 떨어져 있었지만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눈 내리는 산을 넘어 우노씨는 가족과 함께 서쪽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국가가 정보를 숨기려고 하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갔습니다. 사고 발생 초기의 방사능 오염 수치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은 전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에야 방사능 농도가 발표되기 시작했지만 ‘건강에 큰 위협이 없다’는 말과 함께였고, 요오드 정제 섭취 등의 지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첫 폭발로 37만~63만 테라베크렐의 방사능이 누출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사고 발생 전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4월에 학기가 시작되면서 피난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이 급증했어요. 안전에 불안을 느끼는 부모들이 늘었고, 시민단체들의 자체적인 조사결과 연간 허용치의 30~50배에 달하는 오염도를 보이는 곳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이 자료를 가지고 교육위원회에 대책을 요구했고, 원전 주변 지역 학교에서 방사능 측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개강일을 늦춰달라는 요청은 들어주지 않았다. 방사능 측정은 그나마도 각 교정의 1곳씩에서만 이루어졌다. 우노씨의 말에 따르면, 이 자료만을 통해 보아도 75%의 학교에서 법률로 지정된 허용치보다 높은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만이라도 집단 피난을 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피폭선량의 허용치를 연간 1mSv(밀리시버트)에서 20mSv로 바꾸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 기준이 얼마나 위험한가하면 체르노빌 사고 당시 1~5mSv 검출지역은 강제 피난 대상이었어요. 연간 5mSv 이상의 기준을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비인도적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비인도적 행위를 막기 위해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 낳고 키워야 하는 여자들 있어” 

▲ 후쿠시마 원전 3호기는 '죽음의 재' 플루토늄을 사용하고 있다. 우노씨가 설명하고 있는 사진은 플루토늄을 사용한 연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하이로 액션' 회원들의 집회 장면. ©일다

전례 없이 심각한 방사능 노출 속에서 임산부와 아이가 처한 위험을 인식한 여성들은 ‘모자지원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3월 16일부터 모유를 채취해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부피폭, 특히 모유에 의한 내부피폭이 유아에게 가져올 건강 피해는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 문제에 대해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지요.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어머니들끼리라도 일단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고 나선 것이죠.”
 
5월 10일 도쿄 세타가 야구 지역에서 채취된 모유에서 세슘134가 6.5 베크렐(㏃)/kg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미 이 지역에서도 내부피폭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이 결과가 발표된 후 오염도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수유중인 여성들로부터 모유조사 요청이 증가했다. 현재는 모유조사를 시민들의 힘만으로 진행하기 힘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에 전수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우노씨는 한정된 검사를 통해 단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어렵지만, 앞으로 발생할 일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유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피폭으로 인한 건강장애가 발생할 경우 원인규명과 치료를 위한 구체적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들이 내부 피폭을 스스로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가질 것을 사회에 알릴 필요도 있었다.
 
“위기감 못 갖는 사람들, 정부가 자료공개하도록 만들어야”  

우노씨는 일본 사회에서 원전사고에 대해 “위기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고 우려했다. 피해지역 안에서 마스크를 하는 것도 ‘너 때문에 불안감이 조성된다‘며 비난하는 시선 때문에, 따돌림을 받기 싫어 빼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노씨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보를 정확히 주고 있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도 정부에 동조해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외면해왔다고 꼬집었다. 사고 발생 후 1만 5천여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언론들이 조금씩 돌아서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일본 사회가 ‘탈(脫)원전’으로 갈 것인가. 우노씨는 이에 대해 지금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원자력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탈원전 사회로 가는 길에 일본이 변화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전체 56개의 원전이 있고, 원전이 있는 지역에는 오래전부터 활동해온 원전 반대 단체들이 있다고 한다. “각 단체들은 모두 회원이 줄고, 특히 운동을 이어 갈 젊은 회원들이 없는 문제로 고민해왔어요. 사고 이후 아이가 있는 젊은 부모, 싱글이지만 원전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요. 이 점은 희망적인 일입니다.”
 
우노씨는 한국 시민들이 후쿠시마로부터의 영향과 식품오염 등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정부에 자료를 요청하는 태도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나서서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활동을 하면서 ‘아는 것이 결국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부도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민사회가 국경을 넘어 자신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끈질기게 해나갑시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켜보고 진실을 알리는 일을 계속해 주세요.” (박희정 기자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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