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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물질하는 해녀들의 신성한 공간, 생이동산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1. 4. 25. 17:35

[일다] 고제량의 제주 이야기(3) 돌하르방 공원, 세화 빌렛개와 생이동산 
 
[관광개발로 파괴되는 제주의 환경훼손을 막고 대안적 여행문화를 제시하는 생태문화여행 기획가 고제량님이 쓰는 제주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관광지’가 아닌 삶과 문화와 역사를 가진 제주의 참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편집자 주]

정말 많기도 많다. 온통 돌이다. 제주 사람들은 이 많은 돌과 함께 살아간다. 집을 지을 때도 돌을 썼고, 경계를 지으려 담을 쌓을 때, 적을 방어하기 위한 성을 쌓을 때, 그리고 길을 낼 때, 그리고 생활 도구도 돌이고, 마음속 신앙도 돌이다. 돌이 있는 곳에 태어나 돌을 의지해 살다 죽어서도 돌을 울타리 삼는다.
 
요즘은 또 하나의 쓰임새가 늘었다. 제주에서 볼거리를 만드는데 돌이 많이 쓰이고 있다. 돌 박물관으로 시작해서, 돌을 조각하여 전시한 석물원, 돌 미로공원, 돌문화공원, 돌하르방을 테마로 공원을 만들어 놓은 돌하르방 공원, 돌이와 멩이 등등, 아마 돌 관련 박물관이나 공원만 찾아 다녀도 하루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그만큼 제주에서의 돌의 의미는 크다.
 
돌이 많은 섬 제주! 북촌 돌하르방 공원 
 

▲ 북촌 돌하르방 공원    © 고제량
 
그 중 하나 오늘은 북촌에 자리한 돌하르방 공원을 가보고 싶다.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1132번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함덕을 지나 북촌이라는 곳에 다다라 커다란 표지판을 만난다. 돌하르방 표지판을 보고 좁은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돌담이 높은 공원이 보인다.
 
약 4500평 부지에 지방민속자료 2호인 돌하르방을 테마로 아기자기하게, 보고 쉴 거리들을 만들어 놓고 있다. 돌하르방 공원이 만들어진 자연환경은 곶자왈 지대이다. 돌무더기 땅에 상록활엽수림이 우거진 곳, 또 빌레 용암이 흘렀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돌하르방 공원은 이런 자연환경을 하나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였다는데 아마 공원 매력의 절반을 차지하지 않을까?
 
공원을 구경하다 보면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 돌판 위를 걷기도 하고, 흙길 위를 걷기도 한다. 땅의 여건 주어진 데로 자연스럽게 전시를 했다. 어쩌면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겠다. 1999년부터 돌하르방의 학술적, 미학적 가치를 찾아내어 돌하르방 원기 48기를 지역별로 1:1로 재현 조각 전시해 놓은 공간이 공원의 처음 시작이다.
 
그리고 시대를 반영한 재해석 창작품을 만들어 찾는 이들에게 재미를 한층 더함과 동시에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느끼고, 함께 평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강한 권유를 담고 있다. 돌하르방이 양 어깨에 새를 얹고 있기도 하고, 새에게 먹이도 주고, 집도 지어주는 모습을 돌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준다. 모든 생명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살아가야함을 나는 그 공간을 통해 본다.
 
향토문화유산인 돌하르방을 통해 ‘단절된 과거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솔직한 심경을, 전시의 중간에 그동안 공원을 만들어 나가던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당면한 어려움과 땀을 통해 유년 기억 속에 사라진 제주의 원시성을 찾아내고 싶다는 것이 돌하르방을 지키는 그들의 진솔한 꿈이다.
 
그렇다면 과연 돌하르방 공원의 예술가들은 제주의 원시성을 끄집어내어 어쩌자는 걸까. 단지 향수를 불러내어 센치해지는 시간을 주자는 걸까? 아니다. 우리 문화의 원시성 속에는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삶의 방식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분리와 지배로, 현재 우리는 인간 문제와 자연 문제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우리 문화의 원시성과 현재의 성찰에서 배울 수 있음을 돌하르방 공원은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돌하르방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돌하르방만이 아니다. 나무도, 풀도, 꽃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으면 작은 소품 하나 체험으로 만들어 간직해도 좋으리라.
 
세화 해안의 '불턱'을 지나 ‘빌렛개’로
 

▲ 세화 ‘빌렛개’    © 고제량
 
돌하르방 공원을 보고 나와 그대로 1132번 도로를 따라 동쪽을 향하다 행원을 지나면, 세화 해안 도로를 찾아 들어가 해녀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해녀박물관에서는 관련 영상과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나는 박물관을 지나 해안가에 있는 이 마을 잠수(해녀)들의 살아있는 현장을 보여드리려 한다.
 
해안도로에 접어들어 천천히 가다보면 바닷가에 잠수(해녀) 탈의장과 돌담으로 아담하게 둘러쳐진 ‘불턱’이 보인다. 잠수들이 바다에서 작업을 하고 밖에 나와 추운 몸을 불을 지펴 몸을 녹이던 곳이다. 단순히 몸만 녹이던 곳이 아니라, 잠수들의 소통의 공간이라 해야 더 옳을 것 같다. 돌담 불턱과 새로 지어진 잠수 탈의장 동쪽에 빌렛개와 생이동산을 찾아보자.
 
빌렛개는 이 지역의 포구를 말한다. 평평한 바닥돌의 제주어인 ‘빌레’ 틈에 있는 뱃자리라서 빌렛개(빌레포구)라고 이름한다. 이 정도 일러주면 쉽사리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온통 넓직한 판 같은 해안이 있고 그 중간에 뱃길을 낸 흔적을 볼 수 있다. 그 흔한 콘크리트 한 점 없다. 그저 빌레 해안을 살살 쪼아 다듬어 작은 배가 한척 간신히 들어올 만한 길이다. 아직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 배가 메어져 있다.
 
빌렛개는 후미진 곳에 있으며, 뱃자리 앞에는 여(현지지명으로 소여)가 있어 파도막이 구실을 한다. 전형적인 제주의 뱃자리라고 할 만하다고 북제주군 문화유적에 나와 있다. 이 빌렛개는 만조 때는 볼 수가 없다. 뱃길이 모두 물에 잠기어 버려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간조 때라야 비로소 먼 바다부터 개에 이르는 길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자, 이제 빌렛개는 찾았고 다음은 생이동산을 찾아볼까.
 
해녀들의 신앙, 생이동산에는 오르지 말자
 
▲ 제주 해안의 잠수(해녀)들    © 고제량

 
해안에 와서 동산을 찾으라니 생뚱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있다’. 여기서 생이는 참새를 일컫는 제주어이다. 그럼 생이 동산이라 함은 참새처럼 작은 동산이라는 말이다.
 
방금 전에 찾은 빌렛개에서 바닷가 쪽으로 붙어 돌무더기 위에 풀들이 나 있는 도톰한 곳을 보라. 돌 몇 개를 탑처럼 쌓은 것도 보이고, 돌담도 보인다. 그 곳이 생이 동산이다. 찾고 보니 그 곳이 유난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생이동산은 이곳 잠수들의 신앙이다. 세화 바다를 터전으로 물질을 하는 잠수들은 이곳 생이동산에서 안녕을 빌고 물질을 시작하곤 했다고 한다. 누군가 이곳에 올라 돌을 가지고 ‘독독’ 두드리면 영락없이 바람이 분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니, 누군가 올라서기만 해도 바람이 거세어 물질을 할 수 없어진다고 여겨지고 있어, 이곳 잠수들의 마음에는 이곳이 신성하고 영험한 곳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영 동산 같지도 않은 곳을 동산이라 품격을 높였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생이 동산이란 말이 딱 맞는 것도 같다. 돌무더기 위에 잔잔히 흔들리는 풀들이 꼭 새 가슴털 같기도 하다.
 
이곳을 기행할 때는 누구나 조심하여 생이동산에는 오르지 말기를 바란다. 어쩌면 멀리서 일하던 잠수 할머니가 하던 일 멈추고 달려와 뺨을 때릴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믿기는 이야기건 믿기지 않는 이야기건 암튼 조심조심 기행을 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우리가 어떤 곳을 기행하며 현지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생태기행의 의미에도 맞지 않으니.

▲ 생이동산은 해녀들에게 매우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공간이다.

 
그만큼 이곳이 이곳 잠수들에게는 소중하고 조심스러운 곳이다. 이렇게 제주의 문화에는 자연은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제주에서 ‘물질’은 아주 소중한 노동이다. 섬사람들의 비빌 언덕이란 바다뿐이지 않겠는가? 화산섬 척박한 땅에 무엇이 넉넉히 주어졌겠는가? 사나운 바닷길이지만 이겨내고 어우러지며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할 곳이었다.
 
우리는 잠수들의 물질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태적 삶을 읽어 낼 수 있겠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생산해 내는 현대의 산업과는 달리, 시간을 두고두고 기다려 얻는 수확이다. 다 자라지 않은 해산물을 캐는 일은 없다. 그리고 자칫 욕심 부려 물속에서의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작업이다. 어떤 것보다 시간을 잘 다루어야 하는 노동이다. 현대 문명의 과오를 잠수들의 물질에 비추어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고제량 / 제주생태관광)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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