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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가슴 재건 수술을 받을까?’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1. 4. 22. 07:30

[일다]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8) 내 몸을 사랑한다는 건

여성주의 의료생협에서 <우리는 유방친구>라는 전시회를 개최한다며, 내게 유방사진을 보내줄 수 있는지 문의해온 적이 있다. 평소에도 남들 앞에서 튀는 행동을 못하는 내가 신나서 유방사진을 보냈을 리 없건만, 요즘은 그러지 못하는 것이 마치 내 처지 때문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그건 목이 깊이 파인 옷을 입거나 비키니를 즐기지 않으면서, 마치 가슴 때문에 그런 옷을 못 입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과 비슷했다.

‘나도 이런 전시회에 유방 사진을 당당히 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유방이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수술자국 선명한 싹둑 잘린 민가슴 한 쪽.

5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전절수술을 해야 한다는 외과의 결정이 내려졌을 때, 의사는 가슴 재건 수술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원하면 하라고 내게 선택을 맡겼다. 나는 침착하게 의사에게 물었다.

“재건수술은 미용을 위한 건가요? 건강을 위한 건가요?”
“가슴이 너무 커서 몸이 틀어지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건강보다 미용 때문이죠.”
그 순간은 무슨 용기가 났는지, 난 매우 분명하고 똑똑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재건수술은 받지 않겠어요!”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그런데 미용을 위한 수술을 받을 수야 없지! 난 내 몸 그대로를 사랑해!’ 이렇게 생각하면서 당당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돌아와 3일 동안 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다.

‘가슴이 예쁜 페미니스트가 어때서? 내가 왜 가슴 재건 수술을 거부한 거야?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가슴성형도 받겠다고 할까?’

하지만 3일 만에 다시 내려진 갑상선암 진단으로 가슴성형문제는 온데간데없어졌다. 가슴이 문제가 아니라, 암으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서야 했고  비로소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암들이 동시에 발견된 덕분에 수술을 한꺼번에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갑상선 암 때문에 3년 동안 요오드 방사선 치료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유방암은 1기로 판정이 났다. 임파선에 전이되지 않아 임파선을 모두 살렸고 그 무섭다는 화학치료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컨디션 좋은 상태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복이었다.

물론, 여전히 재발의 위험으로 음식에 신경 쓰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수시로 가곤하지만, 재발 없이 5년이 다가오고 있고, 내 몸과 항암을 위한 습관도 많이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싹둑 잘린 가슴의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암 수술을 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언니는 수술한 가슴을 아주 당당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나란 사람을 잘 아는 그녀는 한 치의 의심이 없었다. 그렇지 않다고, 수술 이후 수영장도 대중탕도 가질 않았다는 내 대답에 그녀는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유방암 수술을 한 이후, 나는 스스로 내 여성주의를 시험받고 있었다. 여전히 잘리고 뒤틀린 몸을 사랑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수술 이후, 여러 책을 통해 가슴 재건 수술이 얼마나 위험하고 부작용이 많은지 알게 되어 지금은 내 선택에 만족한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극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수술 이후, 수영장을 다시 가는 데는 꼬박 2년이 걸렸다. 수영장에 갔다고 해서 내 가슴을 드러내는 데 자신이 생긴 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수건으로 몸을 칭칭 감고 샤워장을 왔다 갔다 하고, 수영복을 입고 나서야 움츠려있던 몸을 펴곤 한다. 수영장보다 더 시간이 많이 걸린 곳은 대중탕이다. 대중탕을 가는 데는 그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려, 수술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중탕에 갈 용기를 냈다. 역시 수건을 가리는 건 필수요, 탕 안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꽂힐까 항상 수건을 목에 걸고 있었다. 아니, 여전히 그렇다.

나는 좀더 내 몸에 당당하길 바란다. 그래서 보정 브래지어 없이 옷을 입고 다닐 수 있길 바라고 수영장이나 대중탕에서도 당당하게 가슴을 열고 다닐 수 있길 꿈꾼다. 아니 무엇보다 이런 몸을, 이런 내 가슴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다만 내 상처를, 내 몸을 가장 진지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다. 오늘은 수술한 가슴을 좀 어루만져줘야겠다. 그렇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고 싶다. 상처를, 내 속의 암세포를, 내 몸을, 나 자신을…. (윤하)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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