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6) 벨 훅스「페미니즘:주변에서 중심으로」 은 폭력의 시대에 평등과 자유의 꿈을 꾸는 여성들의 생각과 삶을 소개하는 페미니즘 책 여행입니다. [편집자 주] 언젠가 한 남성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여성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은 그래도 우리 사회가 성 평등의 측면에서 상당히 진보한 것으로 보아야하지 않은가. 예전에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진 것 아니냐”고.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남성의 전유물이던 정치의 영역에 여성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현재까지도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가 적어도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버틀러의 논의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생물학..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 (4) 거다 러너 「왜 여성사인가」 사르트르의 재미있는 사고 실험이 있다. 어느 한 방에 여러 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중의 한 사람을 뽑게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그 사람을 밖에 나가 있게 한다. 이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그 사람을 설명하는 말을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관찰한 것들, 느낀 것들을 종합하면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종합된 그이의 이미지는 실재하는 그와 동일할 것인가. 답은 ‘전혀 동일하지 않다’이다.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된 이후에 다시 그 사람을 방안에 불러 들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 앞에 현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