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 건물이라는 그 공간 어느 와이너리에 들어갈까 와인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내가 와인 생산 지역 근처에서 오래 산 것도 계기였지만, 무엇보다 들로 산으로 다니기 좋아하는 이유가 크다. 도시 밖으로 나가 길 따라 다니다 보면 포도밭이 널려있고, 도시에서 소풍 나온 여행자에게 캘리포니아의 넉넉한 시골인심으로 와이너리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지금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길을 떠나기 전에 와인 지역을 정하고 방문할 와이너리 리스트를 미리 뽑아놓고 거의 대부분 예약을 한다. 그래서 변수가 별로 없고,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와인을 만나면 더 재미있고, 와인 맛이나 서비스가 기대치에 모자라면 실망한다. 와인관광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전엔 길 가다 불쑥 와이너리에 들어가는 뜻밖의 만남이 많았다. 지..
감과 고양이 똥의 경계 무기질과 유기질 사이 가을이 깊다고 해야 할지 겨울이 왔다고 해야 할지. 화려하던 낙엽이 땅에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이어진 늦가을 비에 푹 젖었다. 이제 흙으로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늦가을엔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무는가 하여 뭔가 뭉클하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올해는 추위가 늦어 더 그런 것 같다. (남반구에 살면 연말이 가까울 때에 여름휴가를 준비하니까 이런 종말론적 느낌은 안들 텐데.) 삼 년 전 나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길고양이 새끼 세 마리를 떠안았다. 어미는 간 데 없고 날마다 삐약거리는 것들이 안쓰러워 밥을 주기 시작한 것이 잘못이면 잘못이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이란다. 그 긴 세월 밥 줄 생각에 아찔하여 어미를 여러 날 더 기다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