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에서 길거리 성추행의 정치학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⑪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성추행을 당한다는 것은… 지난 칼럼에서 나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용서’라는 이름으로 섣불리 덮어버리기를 거부하면서, 그 트라우마를 만든 배경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토로했다. 나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뿐 아니라 무수한 가해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폭력에 침묵하거나 은폐하거나 부추기는 사회에 분노하는 것이 용서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말이다. 특히,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폭력에 ..
환자를 더 아프게 만드는 ‘질병 낙인’ 잘못 살아온 결과라는 징벌서사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칼럼에 인용된 사례는 모두 사전 동의를 받았습니다. 암에 걸린 것이 왜 창피한 일이라고 느꼈을까? “유방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병원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어요. 가서 딱 뛰어내리고 싶더라구요. 너무 창피해서, 남 보기 부끄러워서.” 염색약을 밀어 올린 흰머리가 소복한 그녀는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암 진단 직후 수술을 했고, 2년간 항암을 했으며, 10년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남편과 자식들을 제외하곤 친척도, 친구도, 아무도 자신이 암 환자였다는 걸 모른다고 했다. 남한테 얘기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