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사범’ 사이[머리 짧은 여자, 조재] 나는 ‘여’사범이었다 “운동 계속 열심히 해봐. 혹시 모르지. 네가 나중에 좋은 지도자가 되어있을지도.” 그가 관장으로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관원인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게 좋고, 도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게 좋고, 운동하는 순간에 오롯이 내 몸의 균형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계속 운동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관장의 그 말 한마디가 가슴을 쿵- 하고 울렸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서 누구나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술계엔 아주 어려서부터 꾸준히 배워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나는 22살에 처음 무술을 배웠다. 꼬박 3년을 배워 이제 막 2단이 된 얼치기일 뿐이..
섹슈얼리티의 해방을 위한 여정 연재를 마무리하며 ※ 글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치마 속 페미니즘”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의 화두를 던져 준 작가와 연재칼럼의 독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어두운 섹슈얼리티 창고 나의 섹슈얼리티 창고는 어두웠다. 아무도 오지 않는 음습하고 곰팡이가 낀 곳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감각들이 소용돌이치는 곳이기도 했다. 끈적한 쾌감과 상처의 응어리, 파괴와 창조, 죽음의 본능이 이글거렸다. 바로 이 창고에서 나의 사고방식과 행동, 욕망과 행위의 동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깜깜한 섹슈얼리티 창고에 ‘인식의 빛’을 비추고 나니, 왜곡된 것들이 말끔히 없어지진 않더라도 어떻게 어지러진 것인지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