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역사 쓰기, 사할린을 읽다 최상구의 책 (최상구, 미디어 일다, 2015)에 대한 권혁태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의 서평입니다. -편집자 주 2013년 8월, 일본 홋카이도 북단에 자리한 왓카나이(稚内)에 섰다. 인구 4만 명에도 못 미치는 이 작은 마을을 찾은 까닭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소련군이 밀고 들어오는 사할린에서 독극물을 먹고 자살한 우체국 직원 일본인 소녀 9명을 기리기 위해 1963년에 건립한 ‘9인의 소녀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2012년 8월에 “사할린 집단 자살의 비밀”( 제926호)이라는 짧은 에세이를 통해 논란거리 많은 이 ‘소녀상’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내 눈으로 소녀상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다. 둘째는 ‘국경’..
가 내게 던진 질문 50년 전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된 재일조선인 ‘귀국사업’(북송사업)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진실을 밝혀낸 테사 모리스 스즈키 저 . 이 책은 세계정치의 ‘큰 이야기’와 함께 개인의 삶이라는 ‘작은 이야기’, 두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를 포괄적이고 넓은 시야로 보여주면서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는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깊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몇 가지 의문을 던진다. 내가 의문으로 여기는 것은 이 귀국사업과 관련이 있는 모든 행위자들, 특히 북조선과 총련의 역할과 책임이 일본적십자와 일본정부의 책임과 나란히 병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근원적으로 여전히 불평등한 두 나라가 똑같이 ‘국가주의’의 잘못을 범한 나라로 나란히 그려지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