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모지상주의 해체 레시피 아름다움과 평등이라는 난제 ※ 필자 도영원님은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에서 인권과 국제정치 석사를 전공하고, 현재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인권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저자의 지난 칼럼 와 에 이어 ‘아름다움 3부작’의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기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며칠 전, 먼 유럽에서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퀴어 친구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우리는 매력적인 한국 남자들에 대해 발칙한 수다를 나눴는데, 친구들은 어디에서 예쁜 게이 남성을 만날 수 있을지를 고심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어느 정도 ‘한국인 남성’으로 정체화하고 있던 나는 순간 작은 충격과 함께 깨달았다. 이들이 나의 정체성을 존중할지언정, ‘고추가 없는 남자’인 나를 잠재적인 데이트 상대에서..
퇴사를 꿈꾼다[머리 짧은 여자] 지하철 24시간 운행 소식을 접하며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몸인가?’ 정규 교육과정만 착실히 밟아왔어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내 이력이 문제였다. 면접관은 나에게만 단순반복 업무가 가능할지 두 번이나 물었다. 이력서상의 내 모습은 너무나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내가 얼마나 지루함을 잘 견딜 수 있는지 어필해야하는 이상한 광경이 연출됐다. “쉬는 날 집에 박혀 있는 걸 가장 좋아하고, 리드하기보다 서포터 역할이 더 편하고….” 주절주절 떠들어댔지만 결국 면접에서 시원하게 떨어졌다. 아쉬움은 없었다. 사실 단순반복 업무가 잘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나마 일하는데 있어서 노동법에 위배되지 않게 조건을 다 맞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