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머리 짧은 여자, 조재] 관계를 달팽이처럼 지고 가야하는 삶 페미니스트 저널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엄마’. 옆에 아빠가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 버렸더니 바로 문자가 왔다. 엄마: 어딘데?나: 밥 먹는 중이었어요.엄마: 일해?나: 안 해요, 오늘은.엄마: 어디야?나: 집이요. 왜요?엄마: 엄마 할머니 집에 있어. 빨리 와. 순간 확 짜증이 나서 싫다고 문자를 했다. 대뜸 딸에게 전화해서 하려던 말이 ‘할머니 집이니까 빨리 오라’는 얘기라니. 그냥 쉬고 싶었다. 내가 엄마 전화 한 통화에 지금 하려던 거 다 때려치우고 달려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뒤로 엄마에게 따로 답장이 오진 않았다. 밤이 돼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가 같이 살던 아저씨한테 엄청 맞고 거..
그 시절 너와 나는 사랑했을까 이 시대의 사랑 꿈이 뭐냐고 물으면 그는 망설임 없이 ‘돈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자수성가해서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한 부모님을 닮고 싶다고 했다. 너희 부모님 때와 다르게 ‘노오력’만으로도 안 되는 게 있어, 내 말에 그는 그런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의 세계는 너무나 질서정연하고 또렷했다. 그는 원하는 상위권 대학교에 들어갔고, 경영학과에서 차곡차곡 스펙을 쌓았다. 1년 동안 편입을 준비하다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그 시기를 청춘이니까 겪을 수 있는 고비이자 도전으로 기념했다. 편입에 실패했을 뿐, 많은 부분이 그의 노력만큼 이뤄졌다. 스물한 살 때 나는 그와 처음 만났고, 3년 동안 연애를 했다. 그는 노래와 시로 사랑을 고백할 줄 알았고,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