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19) 대학을 졸업할 당시, 주위에서 공장에 취직할 계획을 세운 사람은 나만은 아니었다. 노동자들과 문학운동을 펼치고 싶어 하는, 문학 동아리 소속 대학생들이 모여 사회진출 모임을 만든 건 4학년 가을의 일이다. 거기서 희수를 만났다. 우리 모임의 여학생들 중 유일하게 공장 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나와 그녀뿐이었다. 희수와 난 나이가 같아 금방 친해지기도 했지만, 그녀가 참 좋았다. 그녀는 내가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거침없고 용감했는데, 내게 그런 희수의 모습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희수는 그렇게 ‘부러움이란 절대로 따라할 수 없을 때 생기는 감정’이라는 걸 내게 깨닫게 해 준 아이였다. 우리는 함께 서울에 있는 한 작은 공단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공장을 골라 활동을 시작..
고제량의 제주 이야기(5) 해군기지 건설 막는 여행자의 발걸음 ▲ 강정마을 사람들은 평화의 땅을 지키기위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4년 간이나 저항운동을 해오고 있다. 바람이 분다. 그리고 물이 흐른다. 바람은 바람의 길을 가고 물은 물대로 제 갈 길을 가는데, 가다 보면 바다와 만난다. 제주도 강정마을 중덕 바다에서는 바람도, 물도 그리고 구럼비 바위도 바다를 향해 서있다. ‘여신의 산’ 한라산도 바다를 향해 있다. 태평양 너른 평화의 바다! 이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옛 수행자들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의 옛 성자들 중에는 수행을 하면서 남쪽을 바라보며 태평양 너머 아련히 보이는 한라산을 마음에 담은 이들이 있었다. 저 바다너머 구름 속 아련히 보이는 땅이 무한한 평화가 깃들인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