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10)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무슨 일이야?” “하이고 뭐 이런 일이 다있노” 어지간한 일에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 친구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있었다. 아랫목에 깔아놓은 이불이 불룩하니 배를 내밀고 있다. 내 발이 들어가니, 들어가 있던 발들이 꿈지럭거린다. 이불 한 자락에 여덟 개의 엄지발가락이 모여 작은 산봉우리를 만들었다. “나도 처음에는 진짜 당황했어” 자신도 일년 전에 겪었다는 이 일을 두고, 마흔 둘인 상아..
도보여행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노년을 엿보며 도서관에서 ‘희망도서’가 종합자료실에 비치되었으니, ‘우선대출’할 수 있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난 서둘러 도서관을 향했다.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3일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 달 3권 정도의 책을 신청하고 있다. 읽어보고는 싶지만 내 좁은 서가를 채우고 싶지 않은 책,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책, 관심은 가지만 구매 확신이 들지 않아 검토해보고 싶은 책 등을 신청한다. 신청 후 책이 도착하려면,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진득하게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 ‘희망도서신청제도’를 알게 된 지는 3년 정도 되었는데, 좀더 일찍 알았다면, 내 책장의 책이 지금보다 줄어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저녁 노을빛을 닮은 노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