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소피 브라슴의 사춘기는 언제나 어렵고 힘든 시간으로 기억된다. 가족, 학교, 취직으로 표상되는 사회는 소녀들에게 억압적이고 혐오스럽게 다가온다. 그래서 사회로의 진입은 고단하다. 영화 의 이니드는 유령과도 같은 답답한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 싫어서, 결국 그곳을 떠나는 버스를 타버린다. 하지만 미리 정해진 규범이 아닌, 자신만의 무엇을 추구하는 것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성장은 그 어떤 것이건 미숙한 자신을 드러내고 부딪치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힘들다. 버스를 타고 떠나는 이니드의 뒷모습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열여섯 살의 소녀 작가 안 소피 브라슴의 는 살인을 저지른 어느 소녀의 고백담 형식을 취한 소설이다. 화자는 감옥에서 글을 쓰는 열여덟 살의 소녀 샤를렌 보에. 그녀가 죽인..
[몸 이야기 -자유롭지 않은 가슴]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은아) 몇 해 전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네 가슴은 왜 밑에 있니?” “뭐라고? 내 가슴이 밑에 있다고?” “아니, 쳐졌다는 얘기를 하는 거야.” 자기 가슴은 여기(?)에 있는 데 네 가슴은 왜 거기(?)에 있냐는, 생각도 해본 적 없던 그런 얘기에 순간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의 가슴을 살피기 시작했다. 정말 내 가슴은 다른 곳에 위치하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 균형 잡힌 가슴 모양과 크기, 위치가 어떤 것인지도 찾아보았다. 거울 앞에서 내 가슴을 들여다봤다. 균형 잡힌 아름다운 몸인가?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제 친구들을 비롯하여 지나가는 여자들의 가슴까지 보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에 일어나 윗옷을 입으면서 거울을 보게 ..